16차 촛불집회 참석, 文心 겨냥한 행보…'중도층 혼란 초래' 우려도 상존
  • 안희정 충남지사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뉴시스
    ▲ 안희정 충남지사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나선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18일 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민주당 경선지형이 '양강 구도(문재인-안희정)'로 형성된 후, 두 후보가 처음으로 마주한 자리다. 현재 경선 분위기는 선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안희정 지사가 턱밑까지 추격 중인 상황이다. 

    문재인과 안희정, 두 후보는 이날 밤 6시 10분쯤 광화문 광장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문 전 대표가 먼저 집회에 도착했고 안 지사가 뒤이어 합류했다. 두 후보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웃음 섞인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이들의 이번 만남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압박하는 강경 촛불민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다른 해석도 흘러나온다. 중도층에서의 추격 발판을 만든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안희정 지사가 주말인 토요일, 평소와 같이 안방 격인 충청에 머무르는 선택을 차치하고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나선 이유를 주목하고 있다.

    흔히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층은 좌파 세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또 광화문 광장에 나온 촛불민심은 전반적으로 강경 성향을 띄고 있다. 즉 중도층의 관심을 이끌어낸 안희정 지사가 강경 좌파 세력의 표심을 흔든다면 경선에서 역전 현상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치 고사성어 '불입호혈부득호자(不入虎穴不得虎子)'를 연상케 한다. 이는 '호랑이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 새끼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안희정 지사의 좌파(左派) 갈라치기 행보는 '영(젊은) CEO' 300명과의 만남에서도 드러난다. 이날 오전 안 지사는 서울 강남 인근 아트홀에서 주로 30대에서 40대의 젊은 사업가들과 만나 경제 개혁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른바 '3040 사업가'들은 소위 '강남좌파'로 불린다. 강남좌파란 우리사회의 신계층으로 좌파적 이념을 가진 고소득층을 뜻한다.

    3040 사업가층은 지난해 4·13 총선 및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좌파색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총선 당시 강남과 분당 등 여당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야당 정치인의 당선 승리를 거머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강남을 지역구에선 전현희 의원이, 분당갑 지역구에선 김병관 의원이 각각 당선됐다. 이들 모두 민주당 소속이며 친문(親文) 인사라는 평가다. 전 의원은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으며, 김 의원은 '문재인 키즈'로 불린다.

    더욱이 안희정 지사는 3040세대 지지율이 문재인 전 대표보다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7일 발표한 2월 3주 조사에 따르면 3040세대에서 문 전 대표는 최대 48%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안 지사는 최대 27%에 머물렀다.

    때문에 안희정 지사가 좌파 진영과의 스킨십을 늘려 문재인 전 대표의 표심을 뺏는 전략을 세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한편, 안희정 지사의 우클릭 행보는 지지율 상승에 비해 반비례하는 분위기다. 안 지사는 지난 17일 충북도당 당원간담회에서 대북정책 기조를 묻는 한 당원의 질문에 "우리나라는 분단된지 70년이 지났다. (단) 지금까지 대북정책의 기조는 확실하다. 그것은 (북한과) 평화적인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대북정책의 일환인 사드배치 현안에 대해선 "전통적 한미 전략적 동맹관계를 그렇게 쉽게 처리하면 안 된다"며 사드 재협상 불가 입장을 명확히했다. 안희정 지사의 오락가락 안보관에 대해 일각에선 "갈팡질팡 줏대 없는 안보 관련 발언들이 중도층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