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언론 ‘꿈뿌란’, 英‘텔레그라프’ “용의자들, ‘몰래카메라’로 생각했다 진술”
  •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호송되는 용의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이 용의자다. ⓒ英텔레그라프 관련보도 화면캡쳐
    ▲ 말레이시아 경찰에 의해 호송되는 용의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이 용의자다. ⓒ英텔레그라프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일어난 김정남 암살을 둘러싼 의문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현지 경찰이 용의자 여성 2명을 검거했지만 이들이 ‘특수공작요원’이라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英‘텔레그라프’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현지 경찰에 검거된 인도네시아 여성이 ‘암살 모의’를 위해 고용된 사람으로 보이며, 검거된 용의자들은 이번 사건 이전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英‘텔레그라프’가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을 취재한 데 따르면, 김정남 암살에는 6명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며, 그 핵심 역할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내던 ‘잠입 공작원(Sleeper Cell)’이 맡아, 현지에서 암살에 가담할 사람들을 고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英‘텔레그라프’는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말레이시아 경찰에 두 번째로 검거된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의 경우 지난 몇 달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호스티스(접대원)으로 근무하며 지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언론 ‘꿈뿌란’에 따르면, ‘시티 아이샤’는 어느 날 나이트클럽에서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는데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접근해 “100달러를 줄 테니 연기(Stunt)를 도와달라”는 말을 듣고서는 김정남 암살에 가담했다고 한다.

    ‘꿈뿌란’의 보도에 따르면, ‘시티 아이샤’는 제안을 남성의 정체를 몰랐지만 돈이 필요해 제안을 받아들였고, 김정남이 누구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그저 한 TV방송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진이 자신에게 제안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꿈뿌란’에 따르면, ‘시티 아이샤’는 인도네시아 북부 스랑 출신의 이혼녀로 아들 한 명을 두고 있으며, 예전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일했고 2013년 이혼한 뒤 말레이시아로 건너왔다고 한다.

  • 말레이시아 경찰에 검거된 김정남 암살의 두 번째 용의자 '시티 아이샤'의 여권사진. ⓒ英텔레그라프 공개사진 캡쳐
    ▲ 말레이시아 경찰에 검거된 김정남 암살의 두 번째 용의자 '시티 아이샤'의 여권사진. ⓒ英텔레그라프 공개사진 캡쳐

    한편 한국 언론에도 보도된, 세 번째로 검거된 용의자는 25살의 말레이시아 남성으로 ‘시티 아이샤’의 남자친구로 추정되며, 김정남 암살과는 관련이 없고 오히려 ‘시티 아이샤’의 검거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 제보자였다고 한다.

    英‘텔레그라프’는 말레이시아 경찰에 처음 검거된 용의자 ‘투안 티 흐엉’이라는 베트남 여성 또한 ‘시티 아이샤’와 비슷한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어떤 사람들이 접근해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려는데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김정남의 얼굴에 뿌린 스프레이와 천은 “인체에 무해한 것”이라고 말해 그렇게 믿고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英‘텔레그라프’는 두 여성 용의자가 암살을 저지른 뒤 쿠알라룸푸르를 떠나지 않고 택시를 타고 사라졌고, 여러 매체가 같은 진술을 보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英‘텔레그라프’도 말레이시아 당국이 공개한, 쿠알라룸푸르 공항 택시 승강장의 CCTV 화면에 찍힌 남성의 정체에 주목, “현지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북한인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英‘텔레그라프’는 이와 함께 한국과 미국 정부는 김정남 암살이 북한의 소행인 것으로 믿고 있으며, 북한은 김정일 생일 행사를 치르면서 김정남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표나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은 며칠 내로 대북방송 확성기를 통해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북한 측에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꿈뿌란’과 英‘텔레그라프’ 등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김정남의 암살은 전문교육을 받은 특수요원이 아니라, 누군가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돈만 주면 뭐든지 할 사람’을 고용해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계획을 실행할 때 문제는 목표 ‘김정남’의 동선(動線)과 일정 등을 상세히 알아야 하고, 이성에 대한 취향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김정남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중국, 북한이 암살의 배후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