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빈자리' 파고들기… "반기문, 다음 대통령과 외교현안 풀어갈 것"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을 참배하면서 분향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5일 오전 대전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을 참배하면서 분향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박 2일 간의 호남 일정을 마무리하고, 15일부터 충청권 일정에 돌입했다.

    대전·충북·충남·세종 등 충청권 내의 4개 광역자치단체를 모두 훑는 강행군으로, 정치권 일각에서는 충청권 대선주자 낙마에 대비한 '이삭줍기'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철수 전 대표는 15일 대전에 소재한 국립현충원과 국방과학연구소를 둘러보고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를 갖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는 국방·안보 관련 대선 공약이 발표됐다. 한미 연합방위체제 유지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입장 선회 등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굵직한 입장들이 나왔다.

    오후에는 충북으로 이동해 충북도청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오창농협 등을 둘러봤다. 16일에는 오전에 홍성 내포신도시에 있는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후에는 세종특별자치시로 이동한다.

    이례적인 강행군이다. 당장 이날도 빡빡한 스케쥴에 일부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550만 충청 표심을 겨냥한 강행군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이 권역 출신 대선주자들의 잇단 낙마에 대비한 사전 포석을 두는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그 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구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하면서 내부 사정을 잘 알게 됐다"며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예언'했다.

    야권 안팎에서는 이같은 '예언'을 냉정한 관측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를 맡던 시절, 오로지 자신이 대선에 나가기 위해 야권 분열과 분당까지 감수하며 '비주류 축출'을 결행했다. 이제 와서 안희정 지사에게 후보 자리를 내줄 리 없다는 것이다.

    '그 당' 원내대표와 비상대책위원장을 각 두 번씩이나 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안희정 지사가 '재인산성'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매일경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조사를 의뢰해 15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민주당 선거인단 참여 의향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안희정 돌풍'과 관계없이 문재인 전 대표가 압승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설문 대상자 중 50.9%의 지지를 얻어, 34.6%에 그친 안희정 지사를 압도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7.5%로 그 뒤를 따랐다.

    결선투표에 갈 것도 없이 문재인 전 대표가 1차 투표에서 끝내버리는 결과다. 민주당 경선 룰은 1차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경우, 결선투표 없이 종료토록 규정하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5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돌풍에 대한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을 받고 답하고 있다. ⓒ청주(충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5일 오후 충북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돌풍에 대한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을 받고 답하고 있다. ⓒ청주(충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이러한 야권 안팎의 관측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안희정 지사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결국 무릎 꿇게 될 가능성이 높다.

    친문(친문재인) 성향 외곽 인사들의 집요한 '가짜 뉴스' 양산으로 허망하게 몰락한 반기문 전 총장에 이어 충청권의 재목이 두 그루나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찍혀나가는 셈이다. '충청대망론'에 부풀었던 충청 민심이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반기문 전 총장은 설 직후 출마를 포기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견한 데 이어 "안희정 지사는 경선에서 이기지 못한다"고 다시 한 번 예언을 내놓은 안철수 전 대표가, 자신의 예언이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충청권에서 갈 곳 잃은 민심을 주워담으려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은 일리가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충북도청에서 열린 지역기자간담회에서 안희정 지사의 돌풍에 대응할 전략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충청 사랑'을 늘어놓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충청 지역과 인연이 굉장히 많다"고 답변을 시작한 안철수 전 대표는 "첫 직장이 충청(충남 단국대)이고, V3 안철수연구소를 만든 뒤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게 대전 카이스트"라고 지난 경력을 술회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도 대한민국 정당사상 대전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치른 유일한 정당"이라며 "지난 총선 때 대전에서 전국 평균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보여줬던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결국 안희정 지사와 본선에서 대결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안희정 돌풍'에 대응할 전략은 그가 경선에서 낙마했을 때 나의 '충청 사랑'이 인정받는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한 셈이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높은 평가에서도 충청권의 '너의 빈 자리'를 적극 파고들려는 의도가 엿보였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반기문 전 총장은 대한민국 전체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10년 간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꼭 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트럼프 취임 이후 4대 강국의 수장들이 모두 스트롱맨이 돼, (외교) 현안들이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럴 때 다음 대통령과 함께 외교 현안을 풀어가는 역할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