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안희정, 젊은 노무현 모습 보여" 이언주 "치열한 토론 성사되야"
  •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종현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종현 기자

     

    '사공명주생중달(死孔明走生仲達)'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말로 '죽은 제갈량 공명이 산 사마의 중달을 도망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같은 기류가 감지된다. 주인공은 민주당의 김종인-문재인 두 전 대표다.

    발단은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밤 비문계 의원들과 대규모 만찬 회동을 진행하면서다. 김 전 대표는 비주류계의 좌장격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김 전 대표와 비문계의 이번 회동을 바라보는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 세울 수밖에 없다. 어떤 정치적 비상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민주당은 조기대선에 따른 경선에 돌입한 실정이다.

    우선 김종인 전 대표와 비문계가 자신들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 팽배하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밤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과 한 중식당에서 만찬을 진행했다. 이종걸, 박영선, 이언주, 박용진, 최명길 의원 등이 김 전 대표와 만찬을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비문계 인사로 분류된다.

    이날 만찬엔 특별한 손님도 존재했다. 정재호 의원이다. 정 의원은 민주당 경선을 준비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사람으로 정평이 났다. 때문에 김종인 대표와 비문계가 우회적으로 안 지사를 지원사격하는 것 아니냐는 후문이 돌았다.

    실제 모임에 참석했던 이언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대표가) 국민들이 (대권주자들을) 제대로 검증하려면 토론이 활발히 진행되야 한다. 치열하게 토론이 성사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대표가) 안희정 지사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씀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도 곁들였다.

    최명길 의원은 "(김종인 전 대표가) 안희정 지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지선언은 없었다"면서 "지인에게 전해들은 얘기를 소개하며 '안 지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모습이 보인다'는 젊은이들 반응이 있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와 비문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정치권의 시선도 상당하다. 작년 총선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문 전 대표가 식은 땀을 흘리며 발을 동동 구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로부터 '팽(烹)' 당한 인물이다. 김 전 대표를 비주류의 좌장격으로 불리는 이유와도 맥이 비슷하다.

    작년 초 친문-비문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자 문재인 전 대표는 당시 김종인 경제학 박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김종인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은 '풍전등화'의 상황 속에서 갈등 봉합에 주력했다. 그 결과, 4·13총선에서 123석 확보라는 대승을 기록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김 전 대표의 공로를 인정해 '당대표합의추대론'이 당 안팎에 제기됐으나 문 전 대표는 "김 대표가 경제민주화 관련 위원회를 맡아주길 바란다"며 거리감을 보였다. 그러면서 김종인-문재인, 두 사람의 갈등은 폭발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작년 4월 25일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재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바다. 이를 문 전 대표가 직시하고 있다는 풀이다. 즉 김 전 대표와 비문계가 안희정 지사를 지원사격해 '경선 역전극'을 만든다면 문 전 대표의 '대권도전'은 수포로 돌아간다는 풀이다.

    한편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오는 15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을 앞두고 있다. 이들 모두 개헌 및 '빅텐트론(개혁세력 총집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김 전 대표 행보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