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녹음파일 보도 MBC, 정말 고맙다.”

    녹음파일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린 우종창 기자의 방송 청취 소감.

    “오늘 법원에선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을 두고 검찰과 최순실 씨 측간에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고영태 씨와 측근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끌고 가려 했는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게 핵심이다. 


       “MBC, 정말 고맙습니다.”-뉴스데스크의 엄청난 위력
        
      禹鍾昌 조갑제닷컴 객원기자·전 월간조선 편집위원
     
      2월 13일 오후 8시. 「MBC 뉴스데스크」에서 「김수현 녹음파일」이 흘러 나왔다. 나는 TV 앞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어떤 내용을 보도할지 정말 궁금했기 때문이다.
     
      앵커의 첫 멘트는 이랬다.
      “오늘 법원에선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을 두고 검찰과 최순실 씨 측간에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고영태 씨와 측근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끌고 가려 했는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역시 MBC였다. MBC는 正鵠(정곡)을 찔렀다.
    녹음파일 속에 들어 있는 핵폭탄을 찾아내고, 터뜨린 것이다.
    앵커의 멘트처럼, “고영태 씨와 측근들이 최순실 게이트를 어떻게 끌고 가려 했는지”가
    「최순실 사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건」은 조작되고 왜곡되고 과장된 언론의 선동적인 보도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 사건이다. 국회 청문회는 허위 보도를 검증도 없이 진실인양 단정했고, 국회는 이를 토대로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렇게 해놓은 상태에서, 이제 와서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뒤늦게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데스크는 앵커의 멘트에 이어, 고영태씨 측근 이 모 씨라는 여성의 음성을 들려 주었다.
      “월요일부터 기사가 이제 계속 나올 거야. 그렇게 알고, 니 계정하고 메일 주고받고 너도 연관됐다고 생각되는 거 있지? 그거는 너도 다 없애.”

      이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2016년 6월 23일이다. 그로부터 10여일 후인 7월 6일, TV조선에 「“박태환 올림픽 출전말라” 김종 부적절 개입」이란 기사가 보도됐다. 김종 문체부 2차관을 등장시킨 이 기사가 실은 「최순실 사건」의 서막이다.
     


  •   그 근거는 이렇다.
      첫째, 녹음 속에 등장하는 고영태 씨 측근, 이모씨라는 여성의 정체다.
    이 여성이 이현정 씨다.
    이 씨는 연세대 사회학과 출신이라고 자처하는 40대 후반의 여성이다. 「김수현 녹음파일」의 주인공인 김수현 씨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책보좌관 최철 씨를 고영태 씨에게 소개한 이가 이현정 씨다.
     
      이현정 씨는 「고영태 집단」의 초창기 멤버이자, 고영태 주변에 문화 및 체육과 관련된 「선수」들을 포진시킨 기획자다. 이현정-고영태, 그리고 이현정-김종덕(문체부장관) 관계는 「최순실 사건」의 실타래를 푸는 핵심 열쇠다.

      하지만 A4 용지로 2만5천여 페이지에 이르는 최순실 사건 기록에 이현정 씨 관련, 진술조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검찰이 이 씨를 조사했는지 안 했는지, 조사는 했지만 진술조서를 고의적으로 사건기록에 첨부하지 않았는지는 모른다.
     
      아무튼 「고영태 집단」은 이현정 씨의 기획 아래 2014년 4월경 구성되었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설립된 이후인 2016년 1월경, 고영태 씨의 한체대 동문인 노승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이 가세해, 세를 늘렸다.
     
      김수현 씨는 고영태 씨를 만난 과정에 대해 “2014년 4월경, 이현정이 ‘가방을 만드는 동생인 고영태가 있는데, 컴퓨터를 할 줄 모르니 컴퓨터 작업을 좀 도와 줘라. 고영태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으니까 열심히 하면 돈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영태는 VIP 가방을 만들어서 돈이 많다’고 하였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현정 씨와 김수현 씨는 2014년 4월경부터 고영태 씨와 함께 일을 하면서, 즉 돈 벌 궁리를 하는데, 이때 만든 회사가 「고원기획」이다. 이 고원기획에 대해 언론에서는 「고영태의 성씨 ‘고’와 최서원의 이름 끝 글자 ‘원’을 합쳐서 만든 회사」라고 추측성 보도를 남발했으나,

    김수현 씨는 검찰 조사에서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여러 이름 중에 하나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고원기획 법인 설립 비용은 고영태가 댔고, 저는 고영태로부터 월급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수현 씨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입을 옷을 만들었던 「신사동 의상실」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그 영상을 고영태 씨와 함께 TV조선 사회부장 이진동 기자에게 제공한 사람이다. 최철 씨는 김종덕 장관과 조윤선 장관 시절의 장관 정책보좌관인데, 문체부 내부 문건을 「고영태 집단」에 유출시킨 사람이다.
     
      둘째, 이현정 씨와 TV조선 사회부장 이진동 기자와의 관계다.
    이진동 기자는 본래 한국일보 출신인데, 그 후 조선일보로 移職(이직)했다.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안산지역구에 출마했다. 이때, 「이진동 캠프」에서 비서진으로 일했던 사람이 이현정-김수현 씨다.
     
      선거에서 낙선한 이진동 씨는 TV조선 사회부 기자로 언론계에 복직했다. 이진동 기자는 2014년 10월경, 김수현 씨와 함께 자기를 찾아온 고영태 씨를 만났고, 그 이후 「신사동 의상실」내부에 설치된 CCTV에 대하여 고영태 씨에게 연락해 “CCTV가 잘 돌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했다.
     
      이진동 기자는 이때부터 고영태 씨를 관리하는데, 이 관리와 관련해 이진동 기자는 월간조선 2017년 1월호 기사에서 “그 후로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회사 근처로) 오라고 해서 변동 사항을 묻고, 밥 사주고 술 사주고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셋째, 이진동 기자가 월간조선 2017년 1월호 기사(최순실 게이트 최초 보도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 인터뷰)에서 「최순실 사건」의 보도 과정을 자세히 언급했다는 점이다.
    관련 대목을 인용한다. 질문자는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이다.
     
      <문갑식 : “첫 보도가 7월 6일 나갔지?”
      이진동 : “예. 저는 최순실을 조용필(최고봉이라는 뜻)로 봤으니까요. 이걸 보세요.”
      이진동 TV조선 사회부장(부국장)은 자신이 보도한 일지를 프린트해서 내게(문갑식) 넘겨줬다. 7월 6일부터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보도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것을 인용해 본다.
     
      ▲<1일차/김종> 7월 6일.
      1. “박태환 올림픽 출전 말라” 김종 부적절 개입
      2. 김종 체육계 황태자+무소불위+인사 좌지우지/장관보다 센 차관 김종 배후는?
     
      ▲<2일차> 7월 7일
      3. 국가브랜드 재탕 짜깁기 영상 7억5천/김종덕 장관 등장
      4. 국가브랜드 35억 아닌 68억짜리
      5. 국가브랜드 대부분 수의계약/보이지 않는 힘 작용>
      (이하 생략.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2017년 1월호 기사 참조)
     
      이처럼 「최순실 사건」은 처음부터 본질을 건드린 게 아니라, 외곽에서부터 서서히 대통령을 옥죄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김연아 선수가 대통령과의 악수를 거절했다
      ▲세월호 7시간의 대통령 행적이 수상쩍다
      ▲청와대에서 태반주사, 백옥주사 등의 처방이 이뤄졌다.
      ▲비선 의료진이 있다
      ▲최순실의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었다.
      등등 국민의 뇌리에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것은 「최순실 사건」의 본질이 최 씨의 몇 가지 사기미수 및 개인적 비리에 국한된 사건이기 때문에 이를 키워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최서원 씨가 공모하여 저질렀다는 불법행위는 검찰 공소장에 적시돼 있는데, 그에 대한 범죄 성립 여부는 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2부)에서 심리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서원 씨의 사기미수 및 비리 혐의가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동일한 사건에 대해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경쟁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비유하면, 8명의 헌재 재판관과 3명의 판사가 OK목장에서 대결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다시, MBC 「뉴스데스크」보도로 돌아가자.
      이현정 씨는 대화의 상대방에게 휴대폰을 버리라는 지시를 한다.
      “이현정 : (휴대폰은) 해지하고, 그거를 유심 칩 뽑아서 찢어버리고, 전화기를 그냥 한강 같은 데다가 던져버리라고 그러더라고…” 이는 증거인멸에 해당한다. 계속된 MBC 보도에 의하면, 2015년 초부터 시작됐던 녹음파일은 증거인멸과 관련한 이 대화가 있은 지 10여 일 뒤부터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사건 기획자들의 역할은 여기까지고, 그 다음부터는 언론이 알아서 해 줄 것이므로 기획자들은 증거를 인멸하고 모습을 감춰버린 것이다. 바로 이 무렵 고영태 씨가 知人(지인)에게 한 말은 이 사건을 한 마디로 정의한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인용하면 이렇다.
     
      “이렇게 틀을 딱딱 짜놓은 다음에 (게이트가)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K스포츠재단 등) 다 우리 거”

      기자는 고영태 씨의 이 말이 최순실 사건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최서원 씨가 청와대 정호성 비서관에게 몇 가지 부탁(GKL에서 장애인 펜싱팀을 만든 것 등)을 한 것은 최 씨도 검찰 조사에서 시인했다. 롯데 70억 관련 건은 법원이 사실관계를 심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김수현 녹음파일」이다. 기자는 녹음파일과 관련된 검찰 진술조서를 다 읽었다. 그러나 MBC가 들려준 「이현정 목소리」는 진술조서에 전혀 첨부되지 않은 내용이다. 이처럼 중요한 내용을 왜 검찰이 진술조서에 첨부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MBC가 후속 보도를 계속 한다면 진실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기자는 뉴스데스크 보도를 보면서 ”MBC, 탱큐”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김수현 녹음파일」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검찰 진술조서를 입수하고, 조서 속에 첨부된 13건의 녹취록을 수도 없이 읽었지만, 머리가 띵하고 복잡했는데, 이를 한 방에 시원하게 풀어준 것이 「MBC 뉴스데스크」보도였기 때문에 ”탱큐! 고맙습니다”하는 말을 서스럼없이 할 수 있었다.
    신문보다 방송의 위력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全 언론과 全 종편이 「한편」이 되어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가운데, MBC가 유일하게,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실보도를 했다는 점이다. 용기가 없으면 감히 나설 수 없는 MBC의 결단이 너무나 고마웠다.
     
      한편, 대통령 변호인단은 2월 10일, 헌법재판소가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고영태 녹취록」 29개와 녹음 파일 2000여개를 복사했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녹음 파일을 분석하는 데 적어도 닷새는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녹음파일 가운데 중요한 대목은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직접 틀어 검증(檢證)하고, 파일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증인 신청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는 탄핵 심리를 지연시키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왜 특검은 「김수현 녹음파일」에 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을까?
    특검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 「정치적 특검」이란 비난을 받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부터는 열심히 MBC 보도를 시청할 생각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