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공격하려다 스텝 꼬여… '전북 몫 찾기' 앞장서겠다며 수습 시도
  •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4일 전북 전주KBS방송총국 공개홀에서 열린 전북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전날 전북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던 소지역주의 발언을 해명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4일 전북 전주KBS방송총국 공개홀에서 열린 전북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전날 전북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나왔던 소지역주의 발언을 해명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정도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때리기'에 악셀레이터를 밟다가 '과속'한 걸까. 안철수 전 대표가 전북에서 국민의당 지도부가 엎질렀던 "소지역주의" 발언을 주워담느라 진땀을 흘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4일 오전 KBS전주방송총국 공개홀에서 열린 전북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전북이 광주·전남에 비해 홀대받는) 지역 내에서의 격차를 시정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며 "(박지원 대표의 '소지역주의' 발언은) 의도는 나와 같은데, 표현상의 차이점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날 국민의당은 전북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지원 대표 등 지도부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회의 의장, 천정배 전 대표 등 대권주자가 총출동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광주를 찾은 날과 같은날, 호남을 남북에서 동시 공략에 돌입한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촉발한 '후보 양보 논란'과 관련해 "짐승도 고마움을 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과 때를 같이 해 협공에 나선 것까지도 좋았다. 그러나 "소지역주의" 발언이 지역에 파장을 일으켰다.

    현장최고위에서 박지원 대표는 지난 12일 문재인 전 대표의 "전북을 별도 고장으로 설정해서 대우하겠다"는 발언을 놓고 "대통령 후보를 하려는 사람이 (호남을) 분리시켜서 소지역주의로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이야기"라고 맹공했다.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전북 현지에서는 예기치 않은 파문을 빚었다.

    전북은 그간 '대한민국의 변방' 호남에서도 재차 '변방'으로 전락했다는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 터라, 이제 호남권 전체로 묶여 한정된 인사와 예산을 전남·광주에 빼앗길 것이 아니라, 전북 독자적인 '몫 찾기'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경재 전북일보 전 편집국장이 "인사·예산이 호남 몫으로 묶여 결국 광주·전남으로 다 가는 바람에 전북이 제대로 찾아먹지를 못하고 손해를 본다"며 "어제(13일) 국민의당 최고위에서 이를 '소지역주의'라고 한 것은 도심(道心)과 배치되는 발언이라 여론이 안 좋다"고 비판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이에 안철수 전 대표는 "영호남 격차 뿐만 아니라 전남북 격차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격차해소를 푸는 게 시대정신이고, 다음 대통령의 가장 큰 임무"라고 답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그런 (호남) 권역 내에서의 격차 문제에 세심하지 못했다"며 "(전북에서의 '전북 몫 찾기'는) 내가 앞장서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재호 전주MBC보도국장이 "박지원 대표의 '소지역주의' 발언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생각이 다르단 말인가"라고 따져묻자, 안철수 전 대표는 "표현이 달랐겠지만 (전북 차별 해소에 대한) 기본적인 의도와 생각·지향점은 같다"고 수습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당시 국민의당 현장최고위에서의 발언 전후 맥락을 살피면, 참석자들은 '전북 몫 찾기'를 "소지역주의"로 매도한 것이 아니라, 이를 거든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에 '호남 분할 통치'의 저의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측면이 있었다.

    전북의 '차세대 대표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이 박지원 대표의 "소지역주의" 발언이 나온 당시 현장최고위에서 했던 발언의 전후 맥락을 살피면 이 점은 보다 분명해진다.

    당시 유성엽 의원은 "과거 '약무호남 시무국가'라 했을 때 호남의 중심은 전북이었지만, 호남이 대한민국의 변방으로 전락하면서, 변방 중의 변방이 된 게 전북이 처한 현실"이라면서도, 전북의 여러 현안 사업이 이뤄졌을 경우를 가정하면서 "전북은 대한민국의 중심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고, 자연스레 호남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열린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은) 호남 내에서 전남과 전북을 분열시키겠다는 대선 전략에서 나온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라며 "전북을 중시하는 시각이 아니라, 전남과 전북을 분리해서 디바이딩된 룰(분할 통치)을 하겠다는 대선 전략"이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관계자는 "'소지역주의' 발언은 '전북 몫 찾기'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갈라치기' 전략에 의구심을 표했던 것"이라며 "오늘(14일) 토론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전북 몫 찾기'를 "앞장서서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이상, 파문은 곧 수습되리라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