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의 정치로 시작되는 정권은 언젠가 또 힘으로 뒤바뀌게 되고, 이는 역사적으로 되풀이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한민규 작가는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진행된 연극 '혈우' 프레스콜에서 이 같이 말하며 권력 다툼에 매몰된 정치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백성의 삶은 현시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욕구 중 가장 강도가 큰 권력욕을 다룬 '혈우'는 힘의 정치가 만연했던 고려 무신정권 말기를 배경으로 권신 최항의 후계구도에 있던 김준과 최의의 처절한 싸움을 그린 액션 무협활극이다.

    죽음을 앞둔 무신정권의 수장인 최항이 충신이었던 김준에게 자신의 자리를 잇게 하려고 하자, 서자인 최의가 아버지를 죽이고 권좌에 올라선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준은 최의와 피의 싸움 끝에 승리를 거두지만, 그 또한 폭력정치를 일삼으며 임연에게 반역의 앙갚음을 당한다.

    연극 '혈우'는 '잠수괴물', '진홍빛 소녀' 등을 선보인 한민규 작가와 이지수 연출가가 또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16 공연예술창작산실' 연극부문에 우수작품제작지원으로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 김준 역은 2008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신인연기상과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김수현, '최의' 역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일대일'(2014) 주연으로 주목받았던 김영민이 캐스팅돼 팽팽한 대립을 이끈다.

    이날 김영민 배우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인간상을 표현하려고 했다"라며 "전체적으로 극을 끌고 나가는 인물이라 한 가지 선을 계속 유지하면서 변화무쌍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혈우'는 대극장 무대에서는 지금껏 볼 수 없는 강렬한 액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총 26명의 배우들의 합과 그들이 펼치는 액션 연기는 극의 생생함을 더하며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지수 연출은 "액션, 움직임 등 영화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무대 위에 옮겨올까 고민을 많이 했다. 액션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조명, 음향, 위치 선정 등 연극적인 장치를 이용해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고 밝혔다.

    연극 '혈우'는 2월 11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관람료 3만~5만원.

    [사진=M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