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발언 뒤 '美, SMA 재협상 과정서 무리한 요구 없을 것' 예상
  •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은 "한국이 이미 충분한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틸러슨 美국무장관.ⓒ美'폴리티코' 영상 캡쳐
    ▲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은 "한국이 이미 충분한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틸러슨 美국무장관.ⓒ美'폴리티코' 영상 캡쳐

    렉스 틸러슨 美국무장관이 "한국은 이미 충분한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밝혀,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美‘UPI’ 통신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지난 1월 美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해당 내용은 美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벤 카딘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답변 자료로 뒤늦게 알려졌다.

    51페이지에 이르는 답변 자료에는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군사비용 분담과 남중국해 문제 등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제출된 자료을 봤을 때 틸러슨 장관은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일단 만족의 뜻을 표했다고 한다.

    美‘UPI’ 통신에 따르면 카딘 의원이 ‘공정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고 묻자 틸러슨 장관은 “한국과 일본은 미군 주둔비용 가운데 많은 금액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향후에도 분담금을 공평하게 만들기 위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중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지 않는다면 철수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된 뒤 2017년 열리는 ‘제10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게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국 사회가 이런 분위기로 우려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참고로 한국은 1991년부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 대한 특별협정, 즉 SMA를 체결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는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 주한미군 시설 건설비, 주한미군에 필요한 용역 및 물자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과 미국 간의 첫 SMA로 지불한 1991년 분담금은 약 1,500억 원. 이후 24년 동안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분담금은 계속 증가했다. 2016년에는 9,441억 원을 한국 정부가 부담했다.

    참고로 일본 정부의 미군 분담금은 액수만 보면 한국의 8배 이상이다. 日‘지지통신’의 과거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일본 정부가 주일미군 분담금으로 쓴 돈은 약 7,600억 엔(한화 약 7조 7,000억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다른 계산법에서 나온 차이다. 일본은 주일미군에게 제공하는 기지의 토지 및 건물 임대료, 도로·항만 등 사회 인프라 시설 이용료, 경찰 지원 비용 등까지 모두 산정한 뒤 이를 분담금으로 계산해 넣는다.

    반면 한국의 경우 주한미군 기지의 토지 사용료 건물 임대료, 관련 감가 상각, 경찰 경비인력 투입 비용, 사회 인프라 시설 이용료 등은 분담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를 모두 포함시킬 경우 한국 정부의 미군 주둔 분담금액 규모는 더욱 커진다.

    한국 국방부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에게 카투사 지원, 경찰 경비, 부동산 제공, 주한미군 기지주변 정비 등으로 657억 원, 토지 임대료 및 제 세금 면제, 공공요금 감면, 사회인프라 시설 지원 등으로 8,188억 원을 지원, 총 1조 6,749억 원 상당을 부담했다고 한다. 이는 장비를 제외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65%에 달하는 수준이 된다. 

    지난 2월 3일 방한, 평택미군기지 시설을 헬기로 시찰한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의 평가도 함께 봐야 한다. 한미 정부의 합의에 따라 평택에 건설 중인 주한미군 기지는 해외주둔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 10조 원, 각종 시설을 완성해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 6조 원 등 모두 16조 원 가운데 9조 원을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

    이 정도면 미군 주둔 분담금을 내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들이나 모든 직·간접 비용까지도 포함시켜 "우리가 주일미군 주둔비용의 86% 이상을 부담한다"고 주장하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은 미군 주둔을 위해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분담금을 이처러 많이 낸다고 해서 불평할 필요도 없다. 주한미군이 평시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둔 분담금 가운데 90%는 다시 한국 사회로 돌아온다. 대표적인 것이 유류비, 건설용역비, 한국인 근로자들의 인건비와 복지비용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