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이 고통스러울지라도 누군가는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2016년 창작산실 연극 '소나기마차'가 2월 10일부터 26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살아있는 모든 것을 녹이는 소나기가 내리는 세기말을 배경으로, 잔혹한 빗줄기를 감수하고도 마차를 끌고 다니며 공연을 계속하는 극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허름한 마차에 몸을 실은 소나기마차 단원들은 며칠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채 한 마을에 도착한다. 단장 퍼그는 애꾸, 루비, 제인, 멸치, 다다에게 공연을 하라고 외치며, 이들은 마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퍼그는 공연을 보면 위협적인 소나기를 멀리 쫒아버릴 거라고 떠들어대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두려운 존재인 소나기에 관한 어두운 내용으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다. 결국 단원들은 차력 쇼, 섹시댄스 등으로 이어지는 흔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오히려 사람들의 큰 호응을 받으면서 극단의 정체성은 흔들리게 된다.

    연극 '소나기마차'는 목마름과 굶주림의 비극적인 상황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즉 연극이 계속돼야만 하는 이유와 어떻게 연극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공감과 성찰을 이끌어낸다.

    문삼화 연출은 9일 오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지난해 5월 15분 버전으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당시도 그랬지만 올해 연습에 들어가면서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쳤다. 극단적인 이야기라서 기가 빨리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배우들을 학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극중 인물에 대해 "어떤 캐릭터든 삐걱거림이 있다. 우리의 발가벗는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 좋은 척하지 말자. 극단적인 상황이라 본능에 충실하자. 보는 사람이 불편하더라도 전형적인 캐릭터상에 어깃장을 놓으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소나기마차'는 2015년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연극 부문 최종 당선작 '핑키와 그랑죠'에서 탁월한 호흡을 보여준 문삼화 연출과 신채경 작가의 두 번째 만남이다. 이들은 '핑크와 그랑죠'를 통해 환상과 현실의 경계, 비극과 희극의 경계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포착하며 호평을 이끈 바 있다.

    이날 신채경 작가는 "폭우의 이미지가 피할 수 없는 재앙으로 느껴졌다. 비가 막 쏟아지는데 사람들이 그 밖으로 나가면 아무리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어도 조금씩 젖어간다. 결국은 피할 수 없고, 서서히 자신이 잠식되고 녹아내리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소나기'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극중극 두 편이 포함된 '소나기마차'는 경우에 따라 실제 관객들이 공연단의 관객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관객들을 작품과 무대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참여시키면서 극을 풍부하게 만든다. 또, 오민석, 김지원, 구도균, 문병주, 나하연, 김영택 등 공상지단뚱딴지와 함께 해온 탄탄한 연기력의 배우들이 출연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연극 '소나기마차'의 티켓 예매는 인터파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가능하다. 관람료는 2만~4만원이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