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경고에도 '탄핵 기각'기자회견 강행…새누리 "태극기 집회 불이익 없을 것"
  • ▲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왼쪽)과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오른쪽).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탄핵 기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왼쪽)과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오른쪽).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탄핵 기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은 6일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자마자 작심한 듯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지 2달여 만에 당의 지도부 인사가 탄핵 반대를 외친 것이다.

    그간 태극기 집회에 함께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낸 정치권 인사는 김진태 의원 정도였다. 공안검사 출신인 그는 법조인으로서 "법에 따라 처리한다면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것"이라고 줄곧 외쳐왔다.

    그의 외로운 외침은 꽤 오래 지속됐다. 언론들은 그가 직전에 연탄 봉사활동을 한 사실은 확인하지 않은 채 "촛불집회를 하던 시각에 김 의원이 사우나에 다녀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두 달이나 지났기는 했지만, 친박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태극기 집회에서 표출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반면, 김문수 비대위원의 탄핵 반대 발언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그는 지난해 말,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하면서 언론에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상시국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 대부분은 현재 당을 옮겨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당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내던 김 지사가 친박계도 쉽게 내지 못한 발언을 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김문수 비대위원은 이날 발언의 배경에 대해 "비상시국회의는 탄핵을 위한 모임이 아니고, 탈당을 위한 모임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가 불통이기 때문에 바로 잡고 혁신해야 한다는 취지로 비상시국회의에 함께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일차적으로 황교안 권한대행을 지지하는 유권자와 발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김문수 위원이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은 현재 보수진영에서 차기 대선주자감으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은 현재 보수진영에서 차기 대선주자감으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황교안이 가진 불안요소와 인명진의 고민 점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김문수 지사가 사전에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가진 '불안요소'를 김문수 비대위원을 통해 극복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현재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후보 1순위에 꼽히는 인물이지만 여러 군데에서 불안요소가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고민하게 되는 대목이다.

    먼저 황교안 권한대행이 실제로 출마할지 여부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만일 출마할 경우, 우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부터 부담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강점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꼽는 유권자가 적지 않은데, 황 권한대행이 그만두면 국정운영을 스스로 불안하게 만든 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 권한대행은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정치적 행보로 비칠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지만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NCND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황교안 권한대행이 과연 새누리당 후보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통령은 당적을 가져도 상관없지만, 황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무원으로 현재 당적이 없다. 새누리당 당원도 아닌 사람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출마할 것이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특히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황교안 권한대행에 호응하기가 어려운 것이 걸림돌이다. 인 비대위원장은 그간 친박계와 각을 세우면서 '인적청산'을 주장했다. 여러 논란을 무릅쓰고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을 징계했다. '최순실 사태'를 정리하고자 내린 결단이었다.

    그런데 황교안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인 비대위원장이 황교안 권한대행을 공개적으로 끌어안는다면, 인척청산을 통해 여태 애써 막았던 탈당 움직임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약하면 인명진 비대위원장으로서는 황 권한대행과 계속 거리를 두면 이른바 '전통적 보수 지지층 유권자'의 이탈이 두렵고, 끌어안으면 중립성향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걱정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인 비대위원장과 달리 김 전 지사는 당대표가 아니어서 발언이 자유로운 데다 대선후보로 보수층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명분이 있다. 이처럼 서로 입장이 맞아떨어지는 배경이 '사전교감설'을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가운데)은 현재 보수진영에서 차기 대선주자감으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의문…인명진과 김문수, 과연 교감 있었나

    김문수 비대위원은 이날 취재진에 이같은 질문을 받고는 "원래는 비대위 회의에서 언급하려 했는데 다른 사안이 많아 직접 정론관을 찾아 따로 발표했다"면서 "내용을 상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직접적으로 묻자 한발 물러선 것이지만, 이같은 시각은 계속되고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의 움직임이 이전과 달라져서다.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최근 당명을 변경하고 대선 출마자가 나오면서 당내 분위기가 벌써 느슨해지고 있는 듯하다"며 "특히 대선에 나서는 분들이 이점을 각별히 유의하고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에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이 곧이어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었고, 인 비대위원장은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같은 날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조원진·윤상현 의원에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고 주장한 보도에 대해 이례적으로 논평을 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을 뿐 아니라 "사실을 정확히 보도해줄 것을 요청하며,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태극기 집회 참석에 대해 불이익을 줄 생각이 없음을 강하게 주장한 셈이다.

    나아가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열면서 "앞으로도 사실관계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