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가 브리핑 이후 전화 걸어 항의했다" 유치한 초등학생式 고자질
  •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좁쌀영감'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궁상맞고 좀스러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의 23일 국회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서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교안 총리가 '민생 현안에만 집중하라'는 대변인 브리핑 이후 직접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바른정당이 나에 대해 이렇게 대응할 것인가, 장제원 의원의 생각인가? 논평을 장제원 의원이 직접 쓴것이지요'라며 꾸짓듯이 말했다. 강력한 항의였고, 꾸짖듯이 얘기해 무척 당황스러웠다."

     - 장제원 대변인, 기자회견 中


    물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았다면 기분이 상했을 수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항의를 받는 과정에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防禦機制)가 작용해 나온 심리적 반응일 수도 있다.

    프로이트 정신분석(Freud Psychoanalysis)에 따르면, 장제원 대변인의 이러한 반응은 '미성숙한 이들의 방어기제'에 가까워 보인다.  

    무의식의 욕구나 충동을 고스란히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화(Acting out)를 거쳐 피동적 공격으로 발전, 퇴행(Regression)으로 치닫는 심리적 현상으로 요약된다. 

    투사(Projection)와 부정(Denial), 다른 이들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분리하고 왜곡(歪曲)하는 안타까운 실루엣까지 비쳐진다.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과 보수 정당 사이에서 일어난 마찰을, 마치 초등학생이 선생님에게 고자질하듯 공개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선다.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현판식이 열렸다. 이날 현판식에는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 남경필 경기지사, 김무성 의원, 유승민 의원, 김성태 의원 등이 참석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현판식이 열렸다. 이날 현판식에는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 남경필 경기지사, 김무성 의원, 유승민 의원, 김성태 의원 등이 참석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장제원 대변인과 바른정당의 일부 관계자들은 지금 크나 큰 오류에 빠져 있다.

    '나라의 운명을 좌파에 넘겨서는 안 된다'는 대명제 속에서 자기합리화를 찾기에만 급급하다.

    바른정당은 '보수 혁신'을 간판으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정작 보수가 나아가야 할 길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정책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는가 하면, 핵심 방향에 대한 합의점도 찾지 못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만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달 초 '18세 투표권'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도 모자라, 경제민주화 법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놔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뛰쳐나온 새누리당의 지지층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에만 기대를 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쇄도한다.

    심지어 바른정당은 같은 보수 진영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황교안 권한대행까지 공격하고 나서 지지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장제원 대변인은 이날 황교안 권한대행의 신년 기자회견 직후 "대선 출마에 대한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차기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히고 오로지 민생현안에만 집중하라"고 비난했다.

    정작 황교안 권한대행은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그런 생각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터였다.

    "여러 번 말했는데 지지율에 관한 것은 나와 직접 관계가 없다. 권한대행으로서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화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면서 헌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다."

     - 황교안 권한대행, 신년 기자회견 질답 中


    황교안 권한대행은 '그렇다면 앞으로 대선출마할 생각이 있으냐'는 질문에도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고 어려운 국정을 그것도 조기에 정상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일에 전력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황교안 권한대행의 발언을 두고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는 하나, "함께 힘을 합쳐 친북(親北) 세력과 싸워 온 바른정당까지 비난 행렬에 가세할 줄은 몰랐다"는 의견 역시 공존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권주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뉴시스
    ▲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권주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뉴시스

     

     

    보수 진영 전체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다.

    '보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견제와 비난이 아닌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잃어버린 10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반목과 갈등을 멈춰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이런식으로는 친북(親北) 세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야권의 빅텐트(Big tent)'를 넘어서기는커녕 보수의 공멸만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문재인-이재명-안희정' 조금씩 색깔이 다른 더불어민주당의 야권 주자들은 "우리는 언제나 동지이고 후보가 누구든 우리는 이긴다"고 외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속내는 다르겠지만, 일단 겉으로는 '통합형 빅텐트'로 차기 정권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면, 지금의 보수 정당들은 어떠한가. 서로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숲을 보지 못하고 제 앞에 놓인 나무만 탓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른정당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권주자로 영입하든, 유승민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든, 결과적으로는 파이를 키워 친북(親北) 야권을 넘어서야 한다는 대전제를 피할 수는 없다.

    본인들끼리만 살겠다고 보수 진영의 다른 대권주자를 헐뜯는 행보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점을 지금이라도 깨우쳐야 한다. 

    무릇, 범여권 진영이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바른정당이 보유한 후보들과 또 다른 대권주자의 치열한 경선, 이를 통한 흥행으로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북한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이들이 득세해 나라를 안보 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좁쌀영감처럼 미주알고주알 떠들어가며 같은 진영의 대권주자를 깎아내리는 것은 '보수 혁신'을 기치로 삼는 바른정당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이제는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벗어내고, 보다 성숙한 정당의 자세로 대선에 임하는 바른정당의 환골탈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