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희 변호사가 23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프레스크럽에서 열린 '한국자유회의(Korea Freedom Congress)' 창립회의에서 창립취지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자유회의는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정치적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여러 자유민주 지성인들을 중심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결성하는 연대모임이다.

    다음은 한국자유회의 창립 취지문 전문이다. 


    한국자유회의 창립 취지문

    우리 자유민주 지성인들은 흔들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하여 일어설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진통이 아니기에 우리는 현재의 이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위기에 처했다. 헌정의 안정성에 위기가 왔다. 광장의 열기가 법치와 대의정치의 원칙을 압도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를 수습하기보다는 편승하려는 자들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전체주의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목소리까지 노골화하고 있다. 전체주의적 움직임에 고삐가 풀렸다. 이에 우리 자유민주 지성인들은 그 같은 시대착오적인 전체주의 위협의 대두에 결연히 맞서 싸워 나갈 것을 선언한다. 

    돌이켜 보면 70년의 대한민국 역사는 혁명사였다.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채택한 대한민국의 건국 자체가 정치혁명이었다. 왕조체제를 떠나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한국인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신민이 아닌 국민이 되었다. 근대 국민국가라는 목표를 향한 혁명의 첫 걸음이었다. 물론 국가의 건설은 언제나 지속적 과업인 만큼 그것이 곧 완결일 순 없었다. 신생 대한민국 앞에는 사회경제적 구조와 정치적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런데 곧바로 도전과 시련이 닥쳐왔다. 한반도 북쪽에 자리 잡은 전체주의 세력이 무력으로 한반도 전역을 장악하려 침략하여 6.25전쟁이 터졌다. 대한민국은 이를 이겨냈다. 하지만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었다. 한반도는 국제 전체주의 세력과의 대결의 최전선이 되었으며 대한민국은 그 최전선에서 맞서면서 국가 건설을 해나가야 했다. 첨예한 대결은 긴장을 상시화하고 정치적 진통을 동반하게 했다. 그런 조건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산업화에 성공하여 한국인들을 전근대의 구조적 질곡으로 인한 가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는 경제혁명을 이룩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화의 진전도 이뤘다. 

    이것은 우리 역사만이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큰 업적이다.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독립한 국가들 중 흔들림 없이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고 경제 발전을 이룩한 유일한 나라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인 자신은 그 같은 성취를 이룬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부족하다. 막연한 민족적 향수가 전체주의 북한과 자유민주체제 대한민국을 동일선상으로 보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재 가치는 위험스럽게 상대화되고 있다.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업은 도외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갖는다. 그러나 그 통일이 북한의 전체주의를 옹호하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는 포기하면서 이루어져도 좋은 것인가? 우리 자유민주 지성인들은 결코 그렇게 믿지 않는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가 이 한반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임을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가 한반도 전역을 아우르게 되어야 우리민족 모두에게 인간다운 삶과 번영된 미래가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인의 자유의 보금자리이자 한민족 모두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대한민국이 지금 헌정의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직접적 계기는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보이지만 단순한 사건적 위기가 아니다. 누적된 문제의 폭발이다.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불가피하게 사회구조적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이를 다스려나갈 수 있는 건강한 패러다임의 구축이 필요했지만 우리 정치는 그에 실패했다. 그 실패가 전면화하고 있는 것이 이번 위기의 본질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다스림의 능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어느 때인가부터 국민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민중이란 “집단적 개체” 관념이 정치를 압도하고 있다. 민중이 곧 국민은 아니다. 국민이란 자신이 속한 국가의 헌정질서가 요구하는 의무를 다하고 규칙을 준수할 것을 전제로 한 하나의 법적 자격이다. 민중은 그 같은 공민이 됨으로서 국가의 주권자로서의 정치적 법적 지위를 획득한다. 민중 관념의 만연은 그러한 ‘국민다움의 성숙’과 ‘법치의 안정’이 취약함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동과 흥분이 사회를 휘감게 되자 민중이 전면으로 나오고 법치의 원칙은 뒤로 밀려났다. 

    우리는 대통령의 잘못이 없지 않음은 분명히 한다. 공적 소통을 소홀히 하고 사적 경로가 국정에 영향을 끼치게 한 것은 크든 작든 간과할 수 없는 잘못이다. 많은 국민들이 그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표하는 것은 분명 정당하다. 그러나 ‘무조건 퇴진’은 법치일 수 없다. ‘무조건’의 외침이 넘쳐나는 것은 법치라는 우리 헌정의 원칙을 흔드는 위기다. 우리 헌정체제의 대의제 민주주의 원칙도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하여 통치기능을 상실했지만 국회도 신뢰를 잃은 지 이미 오래다.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을 버리고 광장으로 나가서 시위정치를 부추기고 사회적 혼란을 조장하는데 앞장섰다. 전국구 대표인 대통령, 지역구 대표인 국회의원 모두가 지금 사실상의 불신임 상태다. 한국의 민주적 대의제는 지금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위기도 겹쳤다. 대내외적 경제적 도전으로 지금까지 우리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희생을 마다않고 일구어온 경제발전의 성과가 무너져 내려앉을지 모르는 위험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런 한편 핵 참화의 위험도 일촉즉발로 다가와 있다. 북한은 다섯 번에 걸친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 실전 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들은 방어 무기인 사드 배치도 반대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대내외적인 먹구름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야당은 광장의 집단주의적 행태를 민심이라 추켜세우며 그에 편승하기에만 여념이 없다. 야당의 한 대선 주자는 그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혁명밖에 없다는 헌정질서에 정면도전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 인권 결의는 북한에게 물어보고 해야 하고 사드 배치는 중국에 물어봐야 한다더니,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유민주진영 우방국인 미국 일본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 

    그런데 그 같은 망동에 맞서야 할 여당도 완전히 무기력 상태다. 책임감도 방향성도 모두 잃고 있다. 선동정치에 맞서기보다는 힘없이 굴복했다. 뼈를 깎는 자기갱신의 노력보다는 다툼이 앞섰다. 떨어져 나간 쪽은 새로움을 말하고 있지만 새로움은 전혀 없이 지켜야할 원칙만 잃고 있다. 버티고 있는 쪽도 책임지는 모습은 없이 무원칙한 선택을 하며 정치적으로 살아남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이것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구보수니 신보수니, 진보야당이니 국민야당이니 등은 단지 이름의 차이일 뿐이다. 진보는 진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대화의 성취를 부인하고 북한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시대착오적인 반동으로 향하고 있다. 보수는 보수가 아니라 그 반동적 진보의 꽁무니를 좇고 있다. 모두가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그 민주주의는 이미 광장의 포로에 지나지 않는다. 여야가 없다. 지금 한국정치는 가히 일색화된 그야말로 하나의 ‘전체주의적 통일’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정치세력들을 믿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맡겨 둘 수 있는가? 그러나 정치권만 탓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작금의 상황과 관련해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해 근원적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의 양상은 국민의 정치의식 상태의 반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정치의식의 풍토는 그 사회의 지성들의 역할과 무관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지성들은 과연 그 정신적 길잡이의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가? 우리 자유민주 지성들은 뼈저린 자책과 함께 비상한 결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키기 위해 뜻있는 수많은 분들의 의지를 담아 ‘한국자유회의’(Korea Freedom Congress) 결성을 엄숙히 선언한다. 대한민국은 피의 골짜기를 지나고 땀과 눈물의 강을 건너 번영의 바다에 이른 나라다. 대한민국은 이 성취를 지키며 자유의 파도가 되어 어두운 땅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된 자유민주체제 속에서 남북한 동포 모두가 자유와 인권과 복지를 누리며 번영의 바다를 함께 누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남한과 북한의 ‘전체주의파’ 모두와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 ‘한국자유회의’가 나아가고자 하는 이 길에 대한민국과 자유를 사랑하는 모든 한국인들이 함께 해 줄 것을 호소한다. 

    2017년 1월 23일

    한국자유회의 창립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