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보수 경쟁하던 양당, 정책변화 예고에 정통 보수 지지층 눈 돌렸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그는 〈리얼미터〉의 2017년 1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차기대통령 여권 후보 중 2위를 기록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그는 〈리얼미터〉의 2017년 1월 3주차 여론조사에서 차기대통령 여권 후보 중 2위를 기록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여권 대선주자 중 2위를 기록했다.

    '최순실 사태'로 인해 기존 보수진영 정치권이 중도로 돌아서면서, 박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했던 지지층이 황 권한대행에 시선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017년 1월 3주차 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는 4.6%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19.8%)에 이어 여권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야권에서는 문재인(29.1%)·이재명(10.1%)·안철수(7.4%)·안희정(4.7%) 등 다수의 정치인이 순위권에 포진했다. 대선 출마 선언을 준비 중인 바른 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은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우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지지율 하락이 원인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입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범보수 진영과 중도층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후보로 거론됐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입국 당일인 12일을 지나면서 지지율이 급등했고 13일에 25.3%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반 전 총장의 입국 후 행보에 기대감이 섞여 있는 숫자였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행보에서 여러 논란이 잇따르며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의 조카인 반주현 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해 금요일에는 16.4%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인사들이 주 후반으로 가면서 일제히 지지율이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19일에 31.3%를 기록해 정점을 찍었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같은 날 11.8%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한 반사이익을 황 권한대행이 가져가면서 여권의 두 번째 후보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 여야 19대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새롭게 순위권에 들었다. ⓒ리얼미터 제공
    ▲ 여야 19대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새롭게 순위권에 들었다. ⓒ리얼미터 제공

    그런데 왜 다른 대선후보가 아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일까.

    여권에는 이미 대선 출마를 고민하는 여러 후보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에서 정우택 원내대표와 원유철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등이 대선 출마 의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른 정당에서도 유승민 의원·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설 전에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상태다. 그런데도 대선준비조차 하지 않고 있는 황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 2위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잠재 정당 지지도'와 '차기 대선 잠재 정당 후보 지지도'를 보면 명확해진다. 정당지지도에서 새누리당 지지도는 12.5%로 바른 정당의 8.9%에 약 3.5%p 앞서고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고 유승민 의원이 바른 정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때도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즉, 황교안 대행이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지지표 이탈이 많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결국, 황 권한대행의 지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현재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면서 사드 배치 등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해온 정책을 묵묵히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정치권 인사들이 대선을 고려해 중도층에 눈을 돌릴 때 기존 정통보수층이 지지해온 정책을 꿋꿋하게 주장한 셈이다.

    황 권한대행은 23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표 정책'을 그대로 국정기조로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공조와 대북제재를 강조했고, 경제분야도 해외시장 진출 지원과 ICT 육성을 내세웠다.

    황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묻는 묻는 질문에는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국정안정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권한대행의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의미지만, 여러차례 '지금은' 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을 두고 대권 출마를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 차기 대선 잠재 정당 후보 지지도에서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8.1%의 지지를 얻었다. 그가 박근혜 정부와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출마할 경우, 바른정당 등으로의 이탈표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리얼미터 제공
    ▲ 차기 대선 잠재 정당 후보 지지도에서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8.1%의 지지를 얻었다. 그가 박근혜 정부와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출마할 경우, 바른정당 등으로의 이탈표가 크지 않다는 의미다. ⓒ리얼미터 제공

    실제로 새누리당과 바른 정당은 각각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정하던 시기와 창당을 준비하던 시기에 보수 적통 경쟁을 벌이면서 서로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이회창 영입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두 정당은 대선이 가까워져 오는 것으로 판단되자 정책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내정한 뒤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정책을 입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바른 정당 역시 육아휴직 3년 법, 아르바이트 보호법 등의 정책을 내놨다. 진보진영이 주장해온 정책을 받아들이면서 정통 보수 지지층이 원했던 정책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보수진영을 아우르는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각 후보가 정통 보수의 목소리도 낼 필요가 있다는 비판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가 추진한 정책은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통 보수층과 중도층을 동시에 끌어안는 것이 현재 각 캠프의 가장 큰 골칫거리일 것"이라면서 "결국 빅텐트가 구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정통보수에도 손을 내미는 제스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번 주간집계는 2017년 1월 16일(월)부터 20일(금)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17%), 스마트폰 앱(40%), 무선(33%)·유선(1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90%)와 유선전화(10%) 병행 무작위생성·자체구축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및 임의스마트폰알림 방법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15.3%(총 통화시도 16,459명 중 2,520명 응답 완료)를 기록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6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일간집계는 2일 이동 시계열(two-day rolling time-series) 방식으로 16일 1,011명, 17일 1,003명, 18일 1,005명, 19일 1,004명, 20일 1,013명을 대상으로 했고, 응답률은 16일 17.0%, 17일 14.2%, 18일 14.6%, 19일 15.5%, 20일 16.9%, 표본오차는 5일간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일간집계의 통계보정 방식은 주간집계와 동일하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