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들이 인정하는 대통령만 따로 추도하는 친문보다 훨씬 국민통합적"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배우자 유순택 여사 내외가 지난 1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배우자 유순택 여사 내외가 지난 1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국민통합' 행보를 일관해서 펼치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손명순 여사를 차례로 예방했다.

    10년 간의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게 되면 서거한 대통령은 묘역에 참배하고, 생존해 있는 대통령·영부인은 직접 찾아가는 형식으로 '귀국 보고'를 드리겠다는 자신의 말을 묵묵히 실천하는 모습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19일 오후 4시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지 않았느냐"며 "그러한 경험을 살려 한국을 위해서도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196개 당사국의 합의를 이끌어 기후변화협약을 타결한 것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라며, 반기문 전 총장의 대표적인 업적인 파리기후협약 타결을 언급했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 중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온 점에 감사드린다"며 "자서전이 영문판과 중문판으로 나온다고 들었는데, 잘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어 한 시간 뒤, 반기문 전 총장은 서울 상도동 고 김영삼 전 대통령(YS) 자택을 찾아 영부인 손명순 여사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YS의 차남 현철 씨도 배석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더라면 더 자랑스럽게 보고드렸을텐데…"라고 고인의 서거에 애통해하면서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국립묘지에 가서 참배했다"고 말했다. "큰 지도자들이 다 가셨다"고 애틋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배우자 유순택 여사 내외가 지난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묻힌 이른바 너럭바위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김해(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배우자 유순택 여사 내외가 지난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묻힌 이른바 너럭바위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김해(경남)=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에 차남 현철 씨가 "오자마자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할 줄은 몰랐다"며 이날 일주일 간의 지방순회 일정을 마치고 상경한 행보에 관심을 표명하자, 반기문 전 총장은 "상당히 유익했다"고 자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의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만을 따로 떼어내 친이(親李)계와의 연대 가능성을 운운하지만, 전직 대통령·영부인에 대한 귀국보고는 이미 예정돼 있던 일정이니만큼 특별한 것은 없다는 게 반기문 전 총장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한 이튿날인 지난 1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를 필두로, 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또, 이날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았을 때는 가장 먼저 최규하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 나온 최규하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 씨에게는 "늦었지만 와서 참배하니 그나마 못 다한 도리를 다한 느낌"이라며 "최 대통령의 가르침에 따르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서거한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참배, 생존한 전직 대통령이나 영부인에 대해서는 예방이라는 일관된 원칙 하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재임 중 '나라를 망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도 참배를 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게 논란이 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전현직 대통령에게 마음대로 딱지를 붙여가며 자기들이 인정하는 대통령만 따로 추도하는 친문(친문재인) 세력에 비해 훨씬 국민통합적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