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7차 변론서 대통령 적극 변호...차명 휴대전화는 ‘보안 목적’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속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속개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 인물인 최순실씨가 정부 정책과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실상 부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공무 문건 47건'을 최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검찰이 자신에게 적용한 혐의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최순실씨의 의견을 물어본 것일 뿐 모든 결정은 대통령이 직접 했다"고 19일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 연설문 등 문건 유출 전모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 ▲세월호 7시간 행적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여 여부 등에 대해 증언했다.

  •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씨.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대통령 연설문, 최순실이 최종 수정했다는 주장, 사실과 달라"
    정호성 전 비서관은 최순실이 정부 정책의 입안이나 집행을 사실상 주도했다는 기존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그는 "최순실이 의견을 내서 반영된 것도 있지만, 그가 정책을 최종 수정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대통령은) 최순실의 의견을 참고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이어 "대통령은 다른 누구보다 말씀자료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내가 각 수석실에서 올라오는 자료를 취합해서 대통령이 말하기 좋게 다듬어서 올리면 대통령은 다시 직접 수정하거나 이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매일 말씀자료를 수정하기 힘들지 않나, 그래서 나에게 챙기라고 하셨고, 최순실의 의견도 들어서 반영할 게 있으면 반영하라고 하셨다. 이후엔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최순실에게) 자료를 보냈다. 최순실은 감성적인 표현들을 봤다. 대통령이 무엇을 보내라고 지시한 게 아니었다.
    최순실은 기본적으로 없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최순실이 밖으로 뭔가 등장하면서 일이 꼬인 거 같다.
    정 전 비서관은 '문구 수정과 관련 없는 인사자료는 최씨에게 왜 보냈느냐'는 질문에 "최순실이 대통령과 관계가 있으니, 남들보다 먼저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배려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은 부패에 대해서 결벽증을 가진 사람이다.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것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절제하고 조심해서 어떻게든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재만·안봉근 비서관도 대단히 절제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때문에 당연히 대통령과의 관계가 오래된 최순실도 똑같이 도덕적인 기준으로 산다고 생각했지, 밖에서 뭐하고 돌아다니는 지는 일체 알 수가 없다.

    이번 일이 발생하고 참담했다.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곳에서 구멍이 뻥나서 이런 사태까지 왔는지….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보안 목적, 대통령도 차명 휴대전화 사용
    박근혜 대통령도 업무용 휴대전화 외에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호성 전 비서관은 국회 측 청구인단이 '대통령도 차명폰을 가지고 있었느냐'고 묻자 "맞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업무용 폰과 차명폰을 본인이 휴대했는가, 아니면 수행비서에게 맡겼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른다. 다만 대통령 전화는 행사나 업무 때 꺼져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보안 차원에서 사용한 것"이라며, "우리 정치의 좀 아픈 부분인데 대통령과 통화하는 부분이 도청된다고 확신했다기보다는 위험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비 차원에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탄핵심판 주심을 맡은 강일원 재판관이 '대통령을 도·감청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북한(의 도청)도 있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관성으로도 볼 수 있는데 옛날부터 쭉"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최순실은 증언에서 증인과 연락하고 대통령과는 연락을 잘 안했다고 하는데 맞느냐', '최순실이 이재만·안봉근과도 통화는가'라는 질문에 "다른 사람과의 연락 여부는 모른다"고 답했다.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세월호 책임, 대통령에 떠넘기려 하자 '반박'
    정호성 전 비서관은 대통령의 세월호 사고 당일 초동대응이 미흡했다는 국회 청구인 측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대통령은 해야 할 일을 모두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정 전 비서관은, 청구인단이 세월호 사고 발생 당시 대통령이 관저에 있었다는 부분을 추궁하자 "어떤 조직의 리더도 본인이 그런 일을 다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필요한 긴급 조치를 다 했다고 들었다"고 반박했다.
    정 전 비서관은 '전원구조 오보' 상황 이후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면서도 "내가 전원구조가 아니라 사고가 있을 수 있다는 식의 보고를 했고, 대통령은 안보실장이나 다른 사람에게 확인을 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당일 관저에 있었던 배경과 관련해선 "내가 일정을 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대통령이 굉장히 힘들고 피곤해 하셨다. 컨디션을 회복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내가 수요일 일정을 잡지 않았다.
  •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대통령 매도되고 희화화되는 것 가슴 아파"

    정호성 전 비서관은, 신문 중 세 차례에 걸쳐, 언론이 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 전 비서관은 "지금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한 상황에서 내가 가슴이 아픈 것 중 하나는 언론보도"라며, "(언론은) 대통령이 매일 관저에서 쉬기나 하고, 외국 다니는 것만 좋아하고, 미용만 받는 것처럼 매도하고 희화화했지만, 사실은 매우 꼼꼼하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24시간 국정에 올인하는 분이다. 대통령에게 하루에 100페이지 정도의 자료가 올라간다. 대통령은 단 한 장도 빼놓지 않고 다 챙긴다. 혹시라도 못 본 부분은 옆에 쌓아두고 주말에 보고 수석들과 통화한다. 매우 꼼꼼하고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다.

    주말에는 아침 7시 반이면 나에게 전화가 온다. 일찍 일어나서 자료를 보시고 기다리시다가, 그 시간이 되면 전화하시는 거다. 정상회담 같은 말씀자료도 드린대로 하지 않고 본인이 새로 작성한다.

    해외순방을 갈 때 1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도 한 숨도 안 주무시고 자료를 체크한다. 국빈만찬 때는 뭐 하나라도 우리 기업에 도움되도록 하나하나 얘기하려고 하신다. 결국 식사를 못해서 만찬이 끝나고 와서 죽을 드신다. 해외순방을 다녀오면 완전히 탈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