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민평기 상사 묘석 앞에서는 "기관총" 평소 지극한 관심 드러나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9일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9일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천안함46용사 묘석을 일일이 둘러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북한의 만행에 대해 "치가 떨린다"고 규탄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19일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한 뒤, 최규하 전 대통령 묘역과 연평해전 전몰용사, 천안함46용사 묘역 등을 둘러봤다. 특히 천안함46용사 묘역은 권율정 현충원장의 안내로 46명의 산화용사 묘석을 하나하나 일일이 둘러보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창기 준위 묘역에서 권율정 원장이 "이창기 준위는 46명 중 6명의 산화자 중 한 사람"이라며 "산화자란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하자, 반기문 전 총장은 "평택에 가서 (천안함이) 피폭된 것을 보니 산화됐다, 시체를 찾지 못했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며 "그 커다란 배가 두 동강이 났으니… 참 치가 떨린다"고 북한의 만행을 규탄했다.

    민평기 상사의 묘석 앞에 선 반기문 전 총장은 "기관총"에 대해 언급하며 안보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천안함 피격 때 순직한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는 "영해를 한 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적을 응징하는데 써달라"며 1억898만8000원을 해군에 기탁했는데, 해군은 고귀한 뜻을 받들어 K-6 중기관총 18정을 구입했다. 이 18정의 중기관총은 천안함이 피격돼 46용사가 산화한 3월 26일을 기려 3·26 중기관총으로 명명됐다.

    반기문 전 총장이 먼저 이 사례를 언급하자 권율정 원장은 "총장께서 잘 아신다"고 놀라워했다.

    대전 출신인 임지엽 중사의 묘석 앞에는 부친인 임기수 선생과 모친인 강금옥 여사가 나와 있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얼마나 애통한가"라며 "3일 전 평택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격려하고 왔다"고 위로를 건넸다. 이에 강금옥 여사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수고가 많으셨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강금옥 여사는 반기문 전 총장을 향해 "국제적인 경험을 살려 나라를 위해 힘쓰시고 원칙을 세우는 대통령이 돼달라"며 "우리나라를 잘 다스려달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은 즉답을 피한 채 다시 한 번 임지엽 중사의 부모에게 극진히 허리를 굽혀 악수를 건네며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문영욱 중사의 묘석 앞에서 권율정 원장이 "일가친척이 없어 보상금 전액이 국가에 헌납됐다"고 설명하자, 반기문 전 총장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허리를 굽혀 묘석 왼쪽의 가족 명부를 살피는 모습이었다. '모 문윤수'라고 단 한 명의 이름만 적혀 있는 걸 보고 권율정 원장은 "모친도 살아 있지 않다"고 설명하자, 반기문 전 총장은 그 참담함에 차마 말문을 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9일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천안함46용사의 묘석을 하나하나 일일이 둘러보며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9일 오전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천안함46용사의 묘석을 하나하나 일일이 둘러보며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기륭 기자

    이처럼 천안함46용사 묘석을 한 명 한 명 일일이 정성껏 둘러본 반기문 전 총장은 권율정 원장에게 "46용사의 신상을 다 이렇게 일일이 잘 알고 계시니 인상이 깊다"며 "고향이며 학교 관련된 일화를 마치 패밀리처럼 이렇게 다…"라고 안내에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잘 돌봐주고 계시다"며 "세세하게 신경쓰고 관리해줘서, 뭣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다"고 거듭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이 둘러본 천안함46용사 묘역에는 "이곳에는 2010년 3월 26일 NLL 수호임무 수행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전사한 천안함46용사들이 잠들어 있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국내 좌파 세력들은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고 있다.

    유력 대권주자라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015년 3월 25일, 천안함 폭침 5주기를 하루 앞두고서야 비로소 "천안함 폭침 사건 자체가 새누리당 정권의 안보 무능의 산물"이라며 현 정권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폭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전까지 문재인 전 대표는 천안함에 대해 '침몰'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폭침을 내심으로 부정하는 좌파 세력이 집권할 경우, 대전 국립현충원의 천안함46용사 묘석이 폭파되거나 좌파 정권에 의해 철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의 대전 국립현충원 참배에는 대전·충청 지역의 지지자 200여 명이 결합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원칙이 이기는 세상을 만들어달라" "대한민국을 이끌어달라"는 등의 펼침막을 펼치기도 했다.

    "원칙이 이기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펼침막을 갖고 온 '충청남도 바로반지연합' 관계자는 "탐지하기 어려운 잠수정에서 쏜 어뢰로 천안함을 폭침시킨 북한처럼, 친문(친문재인) 세력들도 특정하기 어려운 인터넷 공간에서 반기문 총장을 마구잡이로 음해하고 있다"면서도 "반드시 원칙이 승리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