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고 찍겠다"… 한편에선 "뭣 때문에 문재인 지지하나. 잘못된 것"
  • 17일 바른정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가 열린 전북 전주 오펠리스컨벤션홀 앞 우림교사거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역위원회에서 내건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정운천 의원이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경쟁 시대에 돌입한 전주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오랜만에 패권정당 독주의 시대에서 벗어나 선택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전주시민들은 사상 초유의 4당 체제와 대통령 탄핵 국면을 놓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특히 범(汎)보수 진영의 전통적인 불모지에서 깃발을 올리는 제4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지역민들은 정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바른정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가 17일 오후 전북 전주 오펠리스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1500여 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이 바른정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흰색 막대풍선을 흔들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정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가 17일 오후 전북 전주 오펠리스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1500여 명에 이르는 참석자들이 바른정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흰색 막대풍선을 흔들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새누리당 지지한다 얼굴 내놓지 못해… 바보됐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전주에서는 32년, 전북에서는 20년 만에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을 배출한 이곳이지만, 지역민들은 어느새 새누리당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서신동에서 온 채모(53·여성)씨는 "정운천 의원이 탈당한 것은 좋게 생각한다"며 "전북에 계속 있으려면 바른정당으로 갔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누리당에 있었으면 절대로 안 찍어준다"며 "비선 실세, 걔네들 때문에 서민들이 너무 힘들다"고 분격한 모습을 보였다.

    전주시민 심모(50대)씨도 "(정운천 의원이) 신당으로 옮겨간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며 "되레 늦은 감마저 있다"고 새누리당에 비판적 자세를 내비쳤다.

    군산에서 왔다는 고모(64)씨는 "여기 전북에도 조직적으로 (여당 생활이) 오래된 분들이 있는데, 새누리당 지지한다고 어디 가서 얼굴을 내놓지를 못하게 됐다"며 "생각지도 못한 일이 터지는 바람에, 사람이 완전히 바보가 돼버렸다"고 혀를 찼다.

    고 씨는 "12년 만에 (새누리당에서) 탈당했다"며 "바른정당이 잘하면 새누리당보다 호남에서 나을 것 같아 희망을 걸어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 바른정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가 17일 오후 전북 전주 오펠리스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정운천 김무성 유승민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바른정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흰색 막대풍선을 흔들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정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가 17일 오후 전북 전주 오펠리스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정운천 김무성 유승민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바른정당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흰색 막대풍선을 흔들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반기문, 반듯하고 정직한 사람"… "개인 위해서도 유엔사무총장서 끝내는 게 좋다"는 우려도

    바른정당의 대권주자로 입당(入黨)이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향한 의견은 엇갈렸다. 지난 12일 창당한 경기도당, 전날 창당한 강원도당 창당대회 현장에서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바른정당보다도 정운천 의원을 보고 모인 지지자들이 많기 때문인 탓도 있어 보였다.

    채 씨는 "나는 당을 떠나서 인물을 보고 지지하는 사람"이라며 "반기문 총장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거기(유엔사무총장)서 끝내야 하고, 그게 나라를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나 좋다"고 잘라말했다.

    심 씨도 "반기문 (전 총장)은 국내 실정을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더라"며 "외부에서 바라보는 우리나라와 내부에서 우리 스스로가 보는 우리나라는 차이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심 씨는 그러면서도 "반듯하고 정직한 사람이니 (유엔사무)총장을 10년이나 할 수 있었겠지"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인들을 많이 만나봤을테니, 벤치마킹할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아직 입장을 분명히 정하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 씨는 '덕승재(德勝才)는 위지군자(謂之君子)요, 재승덕(才勝德)은 위지소인(謂之小人)'이라는 〈자치통감〉의 문구를 인용하며 "반기문 총장은 덕승재를 할 수 있는 분"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고 씨는 "이쪽(바른정당)에 반기문 (전 총장)이 온다는 이야기가 있고, 유승민 (의원)도 나온다는데 단일화하지 않겠느냐"며 "반기문이 되는 게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중적으로 다같이 갈 수 있으니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바른정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가 17일 오후 전북 전주 오펠리스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1500여 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파이팅 구호를 선창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바른정당 전북도당 창당대회가 17일 오후 전북 전주 오펠리스컨벤션홀에서 열린 가운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1500여 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파이팅 구호를 선창하고 있다. ⓒ전주(전북)=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안철수 분당 때부터 문재인 맘에 안 들어… 민주당 대의원이었는데 탈당"

    현재 거론되는 야권의 대권주자 중에서는 특히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호남의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집약돼 있는 듯 했다.

    채 씨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문재인은 안 찍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옛날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분당했을 때부터 (문재인은) 마음에 안 들었다"며 "원래 민주당 대의원이었는데, 그 때 탈당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렇다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 우호적일까. 채 씨는 "누구라고 아직 결정은 안 했다"며 "각 정당에서 경선을 할텐데, 사람을 보고 찍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심 씨는 "문재인이를 젊은 층이 선호하던데, 문재인의 정치는 과거에서 넘어가지를 못하고 있다"며 "과거를 떨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얽매여 있어 안타깝다"고 평했다.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는 "안철수는 이미지는 깨끗한데,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정치인은 자기희생의 정신과 도전의 각오를 국민에게 보여줬어야 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고 씨는 문재인 전 대표보다도 그를 지지하는 이른바 '문빠'들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여기 전라도에서 문재인 대표가 쭉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는데 왜 그런가 모르겠다"며 "뭣 때문에 문재인을 지지하나"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전라도는 또 이리저리 손해만 보는 도(道)가 되는 것"이라며 "노무현 때 예산 나오면 경남에 갖다 꽂느라고 전북에 해준 게 없는데, 그래도 좋아한다면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타 대권주자와 주변의 반응에 관해서는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고, 손학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더라"며 "다 합해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창당대회 현장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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