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비엔나 협약 위배 여부, 현재 검토 중"…美대사관 "그런 일 있었나"
  •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2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미국 대사관 벽에 사드(THAAD)를 반대하는 'NO THAAD' 문구를 레이저로 쏘고 있다.ⓒ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2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서 행사 관계자들이 미국 대사관 벽에 사드(THAAD)를 반대하는 'NO THAAD' 문구를 레이저로 쏘고 있다.ⓒ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시작된 '광화문 촛불집회'. 횟수로만 12번째를 맞았다. 외신들은 처음에 촛불집회를 '평화집회'로 부르며 주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촛불집회가 '한국의 국민정서법'에 따른 것으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최순실 규탄·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사드(THAAD)',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성과연봉제 추진 반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등의 구호도 나온다.

    지난 14일 저녁, 촛불시위대 쪽에서 주한 美대사관 외벽으로 '노 사드(NO THAAD)'라는 문구의 레이저 빔을 쏘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겨레'에 따르면 레이저 빔은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서 쏘았다고 한다.

    '노 사드(NO THAAD)' 문구는 한동안 주한 美대사관 외벽에 표시됐지만, 美대사관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사드 레이저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우파 진영에도 알려졌고, 이후 "최순실 사건에 반대한다더니 '사드 반대'는 왜 끼워넣은거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파 일각에서는 '노 사드 레이저 사건'을 거론하며 "외교적 도발이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미 정부가 합의한 '사드' 미사일의 배치를 반대하면서 상대방 정부 기관에 위협을 가했다는 지적이다.

    참고로 대사관은 수교국을 대표하는 곳으로, 국제관례 상 수교국의 영토이자 치외법권 지역이다. 또한 대사관이 위치한 나라의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는 주요 시설이다.

    비엔나 협약 제22조 2항에 따르면 '접수국(대사관이 위치한 나라)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한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현재 한국 법률로 정해진, '대사관 반경 100m 이내 집회 및 시위 금지'의 근거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비엔나 협약에 '레이저 빔'에 대한 구절은 없다. 하지만 '노 사드'라는 문구의 레이저를 美대사관을 향해 쏘았다는 점은 '품위의 손상을 방지해야 한다'는 대목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시민들 또한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의견이 다수다.

    현재 외교부는 '노 사드 레이저 빔 사건'이 비엔나 협약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노 사드 레이저 빔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금도 비엔나 협약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관련해 검토 중인 단계"라면서 "외교부 입장이 정해진 것은 없으며,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주한 미국대사관 측에서 (현재까지) 문제 제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노 사드 레이저 빔 사건' 당시 미국 대사관에는 직원이 없어 해당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고, 미국 측도 직원이 부상을 당한다거나 물적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기에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물론 언론들조차 '노 사드 레이저 사건'을 거의 보도를 하지 않고 있지만, '사드 배치' 문제를 한미동맹의 바로미터로 간주하는 일부 우파 진영에서는 이 행동을 '미국에 대한 좌익진영의 의도적 도발'로 간주하고 있어, 한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