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녀상' 설치 기점 한·일 외교적 갈등…윤병세 "한·일 사이 '신뢰 부족' 보여주는 것"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윤병세 외교장관이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이하 '부산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 "설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日영사관 등 상대 외교 공관 앞에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국제 사회의 일반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외교부는 '부산 소녀상'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 간 예의·관행 등을 언급하며 '적절치 않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혀왔다. 외교부는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장소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알려왔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부산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 기존의 외교부 입장을 상기시키면서 "일본 측에서는 자기네 외교 공관 앞에 또 하나의 소녀상이 설치됨으로써 내부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상당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일본이 10억 엔(한화 약 102억 원)을 내고 한국에 12·28 위안부 합의 성실 이행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 엔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목적이므로, 본질적인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의 귀국에 대해 윤병세 외교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일본이 취할 수 있는 하나의 입장을 이런 식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이며, 저희로서는 이 조치가 오래가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고, (일본 측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현명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병세 장관은 "(12·28 위안부 합의는) 완벽한 합의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최대한의 것을 얻어내겠다. 과거에 얻어내지 못했던 그런 책임인정과 사죄를 받아내겠다'는 각오로 얻어낸 결과물"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서 계속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보듬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병세 장관은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시작으로 최근 불거진 한일 간 외교적 갈등은 한·일 사이의 '신뢰 부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병세 장관은 "(최근 일련의 사태는) 양국 간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측면을 단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합의를 하고 나서 신뢰를 쌓아나간다면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반성의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볼 수 있는 단계가 있지 않겠는가'하는 기대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가시화 되지 않았던 한·일 관계의 취약성이 '부산 소녀상'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12·28 위안부 합의의 핵심인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이끌어 내려면 양국 간의 취약한 신뢰를 회복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윤병세 장관은 일본 정부가 '비엔나 협약'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에 '부산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비엔나 협약 해석 문제로 가면 (한·일간 갈등이) 풀리지 않는다"면서 "(비엔나 협약) 해석과 관계없이 국제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외교공관을 최대한 보호하는 쪽으로 행동을 한다"고 전했다.

    참고로 비엔나 협약 제22조에는 '각국 정부는 외국 공관의 안녕을 방해하거나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책무를 갖는다'고 돼 있다.

    윤병세 장관이 '부산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취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부산 위안부 소녀상이 여론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어, 정부가 '부산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편 日'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해 지난 9일 귀국시킨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이르면 1월 셋째 주 서울로 귀임시키는 방향으로 내부 조율 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