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더 큰 도약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 대권 도전 의지 재확인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분향한 뒤, 배우자 유순정 여사가 분향하는 동안 꼿꼿한 자세로 현충탑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에 분향한 뒤, 배우자 유순정 여사가 분향하는 동안 꼿꼿한 자세로 현충탑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 이후 강행군이 국민들 사이에서 놀라움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은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이어 동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하고 은행을 찾아 계좌 개설까지 마쳤다. 전날 14시간의 비행을 거쳐 미국 뉴욕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튿날 바로 활동을 개시한 것이다.

    특히 이날 오전에는 한파가 절정이었다. 싸락눈이 날리고 삭풍이 불어, 반기문 전 총장의 참배를 취재하러 현충원에 모여든 젊은 취재진들조차 발을 동동 구르고 몸을 연신 떨며 옷깃을 여밀 지경이었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은 현충탑에 이어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과 아웅산 참사 순직자, 애국지사, 6·25~월남전 참전용사 묘역을 거쳐 학도의용군 묘역의 무명용사의 탑에 이를 때까지 꼿꼿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호국영령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는 듯 목도리만 한 채 검은 넥타이는 그대로 드러낸 채였다. 반기문 전 총장의 이러한 자세는 눈발이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먼저 분향을 하고 배우자인 유순택 여사가 분향하는 것을 기다리며 서 있는 동안에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미동조차 없는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놀라움을 샀다.

    반기문 전 총장은 1944년생으로 올해 만 72세다. 연령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력과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날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할 때에도 자신을 마중하기 위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온 아이를 번쩍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에서 인천까지 14시간에 이르는 비행 도중에도 3시간 밖에 자지 않은 채 각종 매체의 기내 인터뷰에 응했다. 한편으로 〈4차 산업혁명〉 등을 탐독하는 등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반기문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반기문 총장의 왕성한 활동력은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192개 회원국 중 대부분의 나라를 방문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는데 쉴 것 다 쉬면서 했다면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 미력이나마 다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해 미력이나마 다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관계자는 "유엔사무총장 10년 동안 하루에 평균 4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았고, 1시간도 채 못 자는 날도 많았다"며 "관료주의에 빠진 유엔 직원들을 놀라게 했던 것은 이러한 부지런함"이라고 부연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우려는 전혀 없는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76세로 추정되는 해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당시 DJ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다방면에서 제기됐지만, 반기문 전 총장은 DJ 취임 당시보다 젊기도 할 뿐더러 활동력이나 건강 상태는 훨씬 좋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반기문 전 총장은 전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발표한 메시지에 이어, 다시 한 번 대권 도전 의지를 강력히 시사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현충탑을 참배한 직후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굽어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건국대통령 이승만 박사부터 시작해 역대 대통령 묘역을 빠짐없이 참배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이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마침 한국을 방문 중이었다"며 "2009년 8월 18일이 (한국을) 떠나는 날이었는데, 공항 가는 길에 들러서 인사를 드렸다"는 일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무명용사의 비까지 참배한 뒤 취재진과 만나는 시간을 가진 반기문 전 총장은 "수많은 순국선열·무명용사·애국지사·전직 대통령과 사회 각계 지도자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에 번영·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는 것"이라며 "서울에 돌아와서 무명용사·애국지사·순국선열·호국장병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미력이나마 대한민국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뜻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총장은 오는 주말에도 강행군을 계속할 예정이다. 14일 고향인 충주 음성을 방문해 선친의 묘역을 성묘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고지인 충북 음성과 충주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