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인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 “위기관리 매뉴얼 상 최고 책임자 규정 없어”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 ⓒ뉴데일리 DB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 ⓒ뉴데일리 DB
    12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온 류희인 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이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 상 최고 책임자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명시적으로 누구라고 규정된 건 없다"고 진술했다. 류 전 위원은 피청구인 변호인단 이중환 변호사로부터 신문을 받던 중 이렇게 말했다.

    류 전 위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위기관리센터장과 대통령 위기관리비서관 및 NSC 사무차장을 역임했다.

    류 전 의원의 위 증언은 "박 대통령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피해가 확산됐다"는 야당 측 주장에 반한다. 국가위기관리 매뉴얼 상 최고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월호 사고 당일 대응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위한 근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류 전 위원은 "모든 국가 위기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류 전 의원은 "국가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취지인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사후 수습이나 지휘·관리는 해당 부처가 책임자겠지만 세월호처럼 피해가 확산되는 경우엔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류 전 위원은 국회 소추위원단 측 대리인 신문 과정에서도 세월호 사고 피해에 대한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보고 받았다면 대통령이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어야 한다"며 "서면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위기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류 전 위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세월호 사고와 같은 ‘해난(海難)’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류 전 위원은 “과거(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재난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면서 40여 개의 국가위기상황을 예정하고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해난(海難) 전문가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소추위원단은 이날 재판부에 '세월호 사고 및 대통령 7시간 의혹'과 관련해 피청구인 변호인단에 석명(釋明)을 요구했다. 석명 사항은 30여개로 알려졌으며 피청구인단은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 류희인 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뉴데일리 DB
    ▲ 류희인 전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 ⓒ뉴데일리 DB


    ◆ 이영선 행정관, 직무관련 질문에 소극적 답변, 재판부 '지적'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이날 오전 증인 신문에 출석해 최순실 씨와의 업무 관계, 최씨의 청와대 출입 횟수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비공개 직무관련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며 입을 닫았다. 앞서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 행정관이 민감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한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

국회 소추위원단 대리인 중 한명인 최규진 변호사는 ▲최순실과 기치료 아주머니 등을 청와대에 데려온 적 있는가 ▲최순실 등이 청와대에 들어올 때 안봉근·정호성·이재만 등에 알린 적이 있는가 ▲최순실이 청와대에 몇 차례 출입했는가 등을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에 소추위원단장 권성동 의원은 "증인이 본인이나 가족과 관련된 사실이 아닌데도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부 측에 소송지휘권 발동을 요구했다. 박한철 소장과 강일원 재판관도 "이 사안은 구체적인 탄핵 사유가 있는지를 따지려는 것"이라며, "국가 안보나 본인의 범죄, 가족의 범죄 등과 관련돼 있지 않다면 답변하라"고 지시했다.

이영선 행정관은 이런 지적에도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9조에 경호원으로서 알게된 사실을 누설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업무 특성상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은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영선 행정관의 답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최순실이 청와대에 몇 번 왔느냐는 건 대통령의 범죄행위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답변을 피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영선 증인이 본인이 필요한 부분과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만 인정하고 공개되지 않은 부분은 거부하는 것으로 볼 때, 대통령과 관련해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