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계속된 불경기와 주차 문제, 촛불집회 악재(惡材) 겹쳐 한산한 광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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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있다. ⓒ뉴데일리 오창균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상인들의 고충을 청취하고 있다. ⓒ뉴데일리 오창균

     

    야권의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설 명절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았다.

    장기간 계속된 불경기와 주차 문제, 촛불집회라는 초대형 악재(惡材)가 겹치면서 명성이 자자한 광장시장도 인적이 드문 듯 했다.  

    손학규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상인들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경제활성화 법안을 틀어막은 국회와 제 뜻대로 무엇하나 하지 못하는 답답한 정부 탓에 상인들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손학규 전 대표를 반기는 밝은 인사에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현장 행보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손학규: "아이고, 안녕하세요. 요즘 좀 어떠세요?"

    시장 상인女: "너무 힘들어요. 우리 대표님이 많이 좀 도와주세요."


    시장 방문 고객女: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쩐 일로 광장시장에 오셨어요?"

    손학규: "여기 시장이 어떤가 보러 왔습니다." (하하)

    시장 방문 고객女: "고생들 많이 하시더라구요. 너무 상권이 죽어서 안타까워요. 왜 이렇게 됐나 제가 참 슬퍼요. 신경을 많이 써주셔야 할 것 같아요."

    손학규: "제가 열심히 할께요. 건강하세요."


    손학규: "안녕하십니까. 장사가 좀 되세요?"

    시장 상인男: "안돼요. 장사들이 원최(도무지) 안되니까..."

    손학규: "여기서 몇년이나 (장사) 하셨어요?"

    시장 상인男: "30년 넘게 했습니다."

    손학규: "계속 매출이 줄고 있는 거죠?"

    시장 상인男: "해마다 그렇죠 뭐. 날이 갈수록 점점 심해지네요."

    손학규: "아유, 참...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손학규: "안녕하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장 상인女: "아이구, 그 전에 나하고 사진 찍었잖아요. 내가 사진 이렇게 멋있게 갖다놨어요." (일동 웃음)

    손학규: "하하, 감사합니다. (이찬열 의원에게) 사진 또 찍어서 드리자구."


    손학규: "안녕하세요. 여기가 제일 장사가 잘되는 집이라고..."

    시장 상인女: "근데 이렇게 보시다시피 조용해요."

    손학규: "여기가 잘 되는 집인데 어렵다구요." (한숨)

    시장 상인女: "(대표님이) 잘 하셔가지고 장사도 잘 되게 해주셔야죠."

    손학규: "(고개를 끄덕이며) 자, 많이 파세요. 안녕히 계세요."


    대학생男: "안녕하세요. 한국외대 학생인데 사진 좀 같이 찍어주세요."

    손학규: "아, 그래요? 반가워라."

    대학생男: "(버튼을 가리키며) 이거 누르면 됩니다." (찰칵)

    손학규: "이번엔 내가 찍어줄께요." (찰칵)

    대학생男: "감사합니다. 하하"


    손학규: "안녕하세요."

    시장 상인女: "화면에서 나오는 거 봤어요."

    손학규: "하하, 얼마나 고생 많으세요."

    시장 상인女: "장사가 안 돼서 죽겠어요. 정치 좀 잘해주세요."

    손학규: "장사는 항상 안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정말 안 되는 모양이에요."

    시장 상인女: "그냥 앉아 있어요. 너무 열이 받아요."


     

  •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오창균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오창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움직일 때마다 나타나는 극성 지지자(달레반) 같은 이들은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의 현장 행보에는 가식이 없는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종로지역에서 출마했던 경험 때문인지 손학규 전 대표는 상인들 한명한명과 대화를 나눌 때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광장시장을 주욱 돌아본 손학규 전 대표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상인회 사무실이었다.

    시장 관계자들과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서 김기준 광장시장 상인총연합회장은 "우리 시장이 서울 사대문 안에 있고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데 주차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김기준 회장은 또 "촛불시위가 계속되다 보니까 굉장히 많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촛불시위가 많은 영향을 미치냐'는 손학규 전 대표의 질문에 김기준 회장은 "사실이다. 촛불시위가 오래되니까 상인들과 고객들이 (소비에 대한)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손학규 전 대표는 '촛불시위 이후에 매출이 줄어든게 느껴지냐'고 거듭 물었고, 김기준 회장은 "확실하다. 제 개인적인 사견이 아니라 상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렇지 않아도 침체됐는데 장사하는데 지장이 많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상인회 관계자 역시 "(우리 시장) 위치가 그러니까, 토요일에는 차를 차단시켜버리고 시위대들이 종로를 관통하면서 지나갈 때도 있고..."라며 답답해 했다.

    설명을 들은 손학규 전 대표는 "(촛불시위) 거기에 대해 무슨 말도 못하겠다"라며 상인들을 위로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밖에도 재래시장을 둘러싼 상인들의 여러 고충을 청취한 뒤, "제가 지금은 아무 힘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손학규 전 대표는 "지금은 옆에 앉은 이찬열 의원이 산자위원으로 머리속에 주차장 문제를 가져가시고, 서울시청과 종로구청 쪽에도 이러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손학규 전 대표는 "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가 되면 꼭 잊지 않겠다"고 상인들에게 약속했다.  

     

  •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좌측은 이찬열 의원. ⓒ뉴데일리 오창균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0일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좌측은 이찬열 의원. ⓒ뉴데일리 오창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