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안철수 측근이라고 말로는 자랑하는데 뭐했나"… 전남·광주서 마침내 응수
  • 국민의당 1·15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문병호 전 의원이 7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시당 당원 대표자 대회와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1·15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문병호 전 의원이 7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시당 당원 대표자 대회와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은 1·15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5명의 후보 중 '새정치'와 '혁신'을 위해 가장 거침없고 소신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는 곳마다 국민의당이 현재 처한 위기를 초래한 인물로 당을 이끌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지목하며 차기 당대표는 새로운 인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당의 최대 지지기반이자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상당한 호남, 특히 전남과 광주에서도 질타와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자리를 채운 다수의 호남 당원들이 냉대와 무관심으로 응답해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문병호 전 의원은 7일 "4·13 총선이 8개월 지나 새정치와 안철수는 사라지고 헌정치와 특정인의 원맨쇼가 활개를 쳐 이 모양 이 꼴이 됐다"며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문병호 전 의원은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시당 개편대회에 참석해 "국민들은 새정치하라고, 안철수가 깨끗한 개혁정치를 하라고 했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병호 전 의원은 "어떤 후보는 티비와 종편에 많이 나가서 홍보하면 당의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한다"면서 "시험공부 많이 해서 시험지에 답안을 가득 채워 썼다. 그런데 점수가 안나왔다"고 결과적으로 저성과를 냈던 지난 '박지원 체제'를 지적했다. 

    전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발표한 주요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당의 전국 지지도는 12%로 더불어민주당(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텃밭인 호남에서의 지지도마저 국민의당은 23%, 민주당은 50%로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4·13 총선이 지나고 8개월만에 두 정당의 지지도가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6일 한국갤럽, 기타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심위 참조> 

    지난해 6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으로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물러난 뒤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에 올라 위기에 빠진 당 수습에 나섰다. 당원 모집과 지역조직 구축에 나서고, 당헌당규 제·개정을 추진하는 등 당의 재건축 및 몸집 키우기에 힘썼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탄핵 정국 등 주요 현안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오가며 노련함을 발휘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것이 당의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드 배치에 대한 강경한 반대로 당의 보수지지층을 잃었고, 탄핵 정국에서는 새누리당을 이탈한 다수의 보수·진보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했다. 야권공조에 몰두한 나머지 '선(先)탄핵 후(後)총리' 방침도 고수하지 못하고 끌려다녀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모든 것을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문제지만, 어쨌든 이 기간동안 당을 지휘했던 사령탑으로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는 대표적으로 문병호 전 의원과 함께 전대에 출마하는 황주홍 의원과 김영환 전 사무총장이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당 원년멤버, 창당공신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문병호 전 의원은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당이 다시 살 길로 "담대하게 변해야한다"며 '당 간판의 교체'와 '초심으로의 회귀'를 주장했다. 총선 당시 기치로 내걸었던 '새정치'를 실천하고 정치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초심을 되찾아야할 대상에는 안철수 전 대표도 포함됐다. 문병호 전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도 새정치의 가치를 더 높게 세우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며 "헌정치에 기대고 헌정치를 이용해서 집권하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고 충고했다. 


  • 국민의당 1·15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시당 당원 대표자 대회와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1·15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4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시당 당원 대표자 대회와 당대표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야권통합' 제안에 당이 크게 흔들릴 때도 독자노선을 고수해 지금의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당시 야권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후 안철수 전 대표의 이같은 결단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안철수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앞장서 퇴진과 탄핵을 주장했지만, 정작 주목도와 지지도는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넘어갔다.

    심지어 탄핵 정국 이후에는 국정 수습의 중요한 분수령인 경제부총리 선정 문제를 "민주당에 일임하겠다"며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당시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이같은 안철수 전 대표의 결정에 "선도적 정당을 표방하면서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은 대단히 맞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당은 좀처럼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정치집단의 궁극적인 목표인 대선은 성큼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야권에게 유리한 국면임에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적지 않다. 복수의 당권주자들은 전날 영남지역을 돌면서 당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생각보다 컸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병호 전 의원이 내세우는 '혁신'이 하나의 해결책으로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 이날 문병호 전 의원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에 상당수의 당원들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같은 발언에도 박수와 연호로 화답한 당원이 있는 반면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은 굳은 표정과 침묵으로 대응했을 뿐이다. 

    그간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신을 향한 비난에도 비교적 대응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다른 후보, 특히 문병호 전 의원을 겨냥해 날 선 비난으로 응수하며 이목을 끌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우리가 잘했다고 해도 표를 줄듯 말듯 하는데, 우리 당이 망한다, 위기다 이렇게 하면 누가 표를 주겠나"라며 "안철수 측근이라고 자꾸 말로는 자랑하면서 안철수를 비난할 때, 안철수가 어려울 때 이 박지원 말고 누가 나서서 안철수를 보호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