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50년 지기' 창당발기인 영입했지만, 지도부 일부도 몰라 서로 물어
  • ▲ 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중앙당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대형 펼침막을 배경으로 다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중앙당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대형 펼침막을 배경으로 다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가칭 개혁보수신당(보수신당)이 중앙당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정당법상 공식적인 존재인 '창당준비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예고한 시·도당 창당대회 일정이나 창당발기인의 면면을 볼 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영입을 염두에 둔 포석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 손발이 아직까지 잘 맞지 않는 모습도 여전했다는 지적이다.

    보수신당은 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중앙당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애당초 모집한 1309명의 창당발기인 중에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일부 인사를 제외한 1185명이 최종 창당발기인으로 확정됐으며, 이날 식이 시작할 무렵에는 722명의 발기인이 현장에 자리했다.

    창당발기인들은 이날 발기인대회에서 가칭 당명을 개혁보수신당으로 확정짓고, 김세연 의원이 낭독한 창당발기취지문을 채택했다. 이어 창당준비위원장으로는 그간 주호영 원내대표와 공동으로 창당추진위원장을 맡았던 5선의 정병국 의원을 단독으로 추대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유명한 '칼레의 시민들' 고사를 인용해 "지금 대한민국은 부패한 권력과 사당화된 정당, 짓밟힌 헌법과 비선(秘線)에 유린당한 권력 앞에서 안보가 흔들리고 있다"며 "나는 오늘 보수신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목에 밧줄을 걸치고 나아가고자 한다"고 외쳤다.

    이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라며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를 재건한 국민의 피와,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산업화를 이뤄낸 국민의 땀, 서슬퍼런 독재정권 속에서 민주화를 이뤄낸 국민의 눈물로 세워진 나라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국민 위에 재벌이 있고, 재벌 위에 권력이 있고, 권력 위에 비선 실세가 판을 치는 나라가 됐다"며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 이것이 바로 우리 보수신당이 지키고자 하는 보수의 가치"라고 역설했다.

    이날 정병국 위원장은 보수신당이 △당내민주주의의 실천 △법치주의의 실천 △시장경제의 발전 △강한 국방력이라는 '4대 기조'를 통해 공정국가와 정의사회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공정국가와 정의사회의 구체적 개념으로는 △굶는 사람이 없는 나라 △치료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 △불평등한 교육으로 좌절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아기와 함께 꿈꿀 수 있는 나라 △노력한만큼 벌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나라 △자식에게 빚은 남겨주지 않아야겠다는 부모의 소망이 이뤄지는 나라 △세금이 공공선을 위해 사용된다는 믿음이 있는 나라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나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나라 △세계 어디를 가서라도 이 나라가 내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나아가 이러한 기조와 비전의 실천을 위해 "보수신당은 시대착오적 수구 집단과의 절연을 선언한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창조할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의 기치를 들고 광야로 나아가겠다"고 천명했다.

    정병국 위원장의 답사가 끝나자, 장내에 운집한 1000여 명의 청중들은 일제히 "옳소" 소리를 내지르며 휘파람과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이처럼 중앙당창당발기인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보수신당은 정당법 제5조에 따른 창당준비위원회의 지위를 얻게 됐다. 지금까지는 신당의 창당을 추진하는 임의단체에 불과했다면, 이제부터는 정당법 상의 법정단체의 성격을 띄게 된 것이다.

    창당준비위원회는 정당법 제8조 2항에 따라, 6개월 내에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아 5개 이상의 시·도당을 창당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같은 조 3항에 따라 창준위는 자동 소멸한다.

    이날 창당 준비 작업의 경과를 보고한 홍문표 의원은 이 시·도당 창당 작업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해치울' 각오를 보였다.

  • ▲ 유승민·김무성·정병국·주호영 의원 등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당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단상을 바라보거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유승민·김무성·정병국·주호영 의원 등 가칭 개혁보수신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당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단상을 바라보거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홍문표 의원은 "보수신당은 진정한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지난 12월 21일 창당추진위를 결성하면서, 8개 분과팀이 1월 24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위해 총력매진하고 있다"며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창당준비위를 구성하고, 중앙당 창당 전까지 당명과 당헌·당규, 당사 사무처 구성을 마칠 예정"이라고 장담했다.

    구체적인 시·도당 창당대회 일정은 오는 △12일 서울시당과 경기도당 창당대회를 시작으로 △16일 인천시당·강원도당 △17일 전북도당 △18일 대구시당·경남도당 △19일 제주도당 △21일 부산시당 △22일 경북도당 창당대회까지 열흘간 10개 시·도당을 단숨에 창당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지점은 대전·충남·충북·세종 등 충청권은 시·도당 창당대회 일정에서 완전히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들 시·도당은 오는 12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고 보수신당과 접점을 형성하게 되면 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거 탈당해 신당으로 넘어올텐데, 이들을 위해 남겨둔 '몫'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이날 중앙당창당발기인대회에는 반기문 총장의 '50년 지기'로 알려진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이 발기인으로 가담해 눈길을 끌었다.

    정태익 명예회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입학했고, 반기문 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문리대학(현재의 인문대·사회대·자연대의 전신)에 입학했다. 당시 두 사람은 국제학생회의(ISA) 써클 활동을 함께 했는데, 1964년 아시아대회에 문리대 대표로 출전한 사람이 반기문 총장이었고, 이 때 써클 회장은 정태익 명예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태익 명예회장은 외무고시 2회에, 반기문 총장은 외무고시 3회에 나란히 합격했으며, 1970년 동시에 외무부에 입부했다. 이 정도면 보통 인연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정태익 명예회장은 이날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지금 국가적 안보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러한 안보 위기는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보수신당이 앞으로 평화통일을 선도하는데 힘을 보태겠다"며 "모든 영역에서 보수신당이 중심이 돼서 우리나라를 새롭게 만들 수 있도록 동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반기문 총장의 50년 지기'로 전해진 정태익 명예회장을 중앙당창당발기인으로 영입한 것은,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 측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보수신당 지도부 내에서도 정확히 회람이 되지 않은 듯, 이날 창당발기인대회장에서 일부 지도급 인사들은 정태익 명예회장에 대해 잘 모르는 듯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오신환 의원에 의해 정태익 명예회장이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소개되자, 이날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추대된 정병국 의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어느 때의 외교안보수석이냐"며 "은퇴하신지 꽤 되신 것 같다"고 의아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정병국 의원은 김영삼정부 내내 청와대에서 제2부속실장으로 근무했다. 따라서 이 때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면 정병국 의원이 모를 수가 없다. 그 이후는 김대중~노무현정권 때라 보수 성향의 수석비서관은 대충 다 알려져 있고, 이명박정부 이후라면 최근인데다 정병국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했던 시기라, 역시 외교안보수석을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의아해진 정병국 의원은 몸을 굽혀 이종구 정책위의장에게 "언제적 외교안보수석이냐"고 물었는데, 이종구 의장도 "나도 모르는 분"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태익 명예회장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것은 전두환정부 때의 일이다. 이날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해 우연히 지도부 인사들의 문답을 들은 한 의원은 "참석자들이 잘 모를 수밖에 없는 '머나먼 과거' 때이긴 하다"면서도 "당의 지도부 중 한 축에 의해 섭외된 창당발기인을 다른 지도급 인사들이 전혀 몰라 서로 묻고 답하는 모습이 다소 민망해보였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