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지향적인 소재와 아놀로그 감성이 만난 창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랐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우란문화재단 프로그램(시야스튜디오)의 세 번째 선정작으로, 지난해 9월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21세기 구형이 돼 버려진 채 홀로 살아가는 두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를 통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고립되고 단절돼가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김동연 연출, 박천휴 작가, 윌 애런슨 작곡가, 주소연 음악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재범, 정문성, 정욱진, 전미도, 이지숙, 고훈정, 성종완이 참석했다.

    이 작품은 2012년 초연한 무비컬 '번지점프를 하다'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가 의기투합한 로맨스 뮤지컬이다. 일명 '윌&휴 콤비'는 빼어난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로 국내 뮤지컬 팬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 박 작가는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개발 지원을 받아 리딩과 트라이아웃 공연을 마쳤다. 동시에 미국에서도 영어 버전으로 리딩과 쇼케이스를 진행했다"며 "긴 장거리 경주를 한 느낌이다. 대형 뮤지컬 사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아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SF 장르로 생각하고 쓴 건 아니다. 좋은 SF 이야기는 '미래에 생길 자동차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다루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헬퍼봇을 통해 미래의 인간은 어떤 감정을 갖게 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배경은 21세기 후반이지만 무대는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가득하다. 6인조 라이브 밴드로 이뤄진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와 턴테이블에서 흘러오는 재즈 선율, 복고풍의 의상, 낡고 아기자기한 소품 등은 극의 대채로움을 더한다.

    음악을 만든 윌 애런슨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일렉트로닉이나 전자음악을 배제하고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사용한다. 이야기가 공상과학이나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감정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연출은 "배경은 미래지만 이 안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담을 수 있는 무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낡아가는 헬퍼봇처럼 오래된 책과 아파트 등을 배치했다. '아, 미래구나' 하는 부분만 포인트를 주고 헬퍼봇과 함께 낡아있는 공간을 구성했다"라며 무대 콘셉트에 대해 설명했다.

  • 이번 공연에서 김재범-정문성-정욱진은 옛 주인을 기다리며 홀로 살고 있는 헬퍼봇5 올리버 역을 맡았다. 똑똑하고 명랑하지만 관계에 관해서는 매우 냉소적인 헬퍼봇6 클레어 역은 전미도와 이지숙이 연기한다. 또, 올리버의 옛 주인 제임스는 배우 고훈정과 '사의찬미', '비스티보이즈' 등 최근 연출가로 활약했던 성종완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배우 이지숙은 처음 도전하는 로봇 연기에 대해 "고민이 많아서 '엑스 마키나', '바이센테니얼 맨' 같은 영화를 찾아 봤는데, 대부분 영화라서 가능한 것들이 많았다. 제일 어려운 점은 고장나는 연기를 하는 거였다. 거울을 보면서 팔을 뽑아보고 다리를 꺾어 보는 연습도 해봤다. 말투나 감정들을 새로 학습하는 부분에 포인트를 두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3월 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한다.

  • [사진=뉴시스, 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