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낡은 정치로는 새로운 한국 열 수 없다… 孫, 정계 떠나라"孫 측 "親文홍위병-패거리정치 행동대장이 노무현의 길인가"
  • 안희정 충남지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안희정 충남지사.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해를 맞이해 야권 대선주자들 간의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대선 시계가 빨라짐에도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정책경쟁이 아닌 비방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포문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먼저 열었다. 안 지사는 외곽에서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치 일선에서 은퇴해달라"며 정계은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안희정 지사는 3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며 "저희들을 믿고 은퇴해달라"고 밝혔다. 

    안희정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90년 3당 합당에 동참하신 후 26년 동안 선배님이 걸어온 길을 지켜봤다. 물론 큰 역할도 하셨지만 그늘도 짙었다"며 "더 이상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훼손시키지 마시기 바란다. 존경하는 대선배로 남아주시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명분 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또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며 "낡은 정치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없다. 미래는 저희 후배가 잘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손학규 전 대표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대표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같은 안희정 지사의 요구에 손학규 전 대표 측은 "친노(親盧)친문(親文) 정치, 패거리 정치, 상속정치는 그만하면 족하다. 예서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정면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정계복귀한 손학규 전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찬열 의원은 이날 입장 발표문을 통해 "친문의 홍위병이자 패거리 정치의 행동대장이 돼 다른 정치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길이요 차세대 정치인의 길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찬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적자를 자임하는 안희정 지사에게 묻는다"며 "노 대통령이 함께 정치했던 후배들에게 유언처럼 남기신 '정치하지 마라'는 말씀을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2007년 대선 참패 후 안 지사가 말한 '친노는 폐족'이라는 고백은 순간적으로 책임을 모면하려는 술책에 불과한 것이었나"라고 꼬집었다.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안희정 지사와 손학규 전 대표의 신경전에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이 각각 가세하면서 전선은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대표에게 정계 은퇴를 촉구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말하는 안희정 지사에게 묻는다"며 손 전 대표를 지원했다. 

    강연재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충남 도정을 챙겨야 하는 안희정 지사가 허구한 날 여의도 정치판과 차기 대통령 선거판을 기웃거리며 몸값을 올리기 위한 행보, 대권을 향한 행보만을 일삼는 것은 가히 자랑스러운 일이냐"고 비판했다. 

    강연재 부대변인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강조하는 안희정 지사는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하는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자신들의 야권 프레임은 정의라고 호소하며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드는 일은 명분 없는 이합집산으로 매도하는 저의가 너무 뻔하다"며 "안희정 지사가 여의도 정치판에 감 놔라 대추 놔라 주제넘게 나서려거든 최소한 이중적 잣대는 내려놓고 양심껏 기본과 원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안희정 지사 보호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성북구에 있는 장위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인 새누리당이나, 새누리당에서 떨어져나온 비박(非朴)계를 돕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며 비박과의 연대 가능성을 암시한 손학규 전 대표를 겨냥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선거 때가 닥치면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거나 정계개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새누리당의 정권연장을 돕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을 향해 거듭 '야권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일각에서는 헌재의 인용 여부가 이른 시점에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헌법상 탄핵 여부가 결정되고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하는만큼, 대선주자들 간 신경전 및 정계개편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