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김정은 신년사 분석
     
    장 진성   /뉴포커스 대표, 북한통전부 근무, 탈북 시인-작가-교수
     

  • 김정은의 올해 신년사는 그 어느 해보다 차분하다. 과거 신년사들에서는 정책과 추진 방법, 체제 내부 결속을 특징짓는 용어들이 해마다 새롭게 발굴되고 부각됐다. 그 용어들은 단순히 언어의 개념을 벗어나 북한의 한해 정책을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지도자의 특명으로 명제화했다.

     때문에 신년사 용어 탐색은 신년사 작성에 동원된 노동신문사 논설부나 정론부 직원들에게 제일 어려운 과제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의 김정은 신년사에는 그런 수고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색적인 것은 “연길폭탄정신”(항일무장투쟁시기 폭탄을 자체적으로 제조)이다.
    “연길폭탄정신”은 국내 부분과 관련하여 신년사 전반을 관통하는 “자력자강”(자력갱생을 초월한다는 자강도 정신)의 최후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그 물질적 조건으로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수행의 뿌리라고도 볼 수 있는 “자력자강”의 총 목표를 원료와 연류, 설비의 국산화로 규정했다. 이는 올해 중요 국가기념일로 규정한 조선인민군창건 85돌에 맞춰 군력강화 일환으로 핵무장의 계속 발전과 그에 따른 국제제재를 각오하겠다는 설명이다.

    작년 70일 전투와 200일 전투 연장선에서 경제와 관련한 주력 대상으로는 려명거리건설 완공, 단천발전소건설, 김종태전기기관차연합기업소 현대화, 원산지구건설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올해 “자력자강”의 동력으로 철도 현대화를 크게 고민하고 있다.

     기름 대부분을 수입에만 의존하는 관계로 철도 현대화가 경제발전의 우선조건이라고 본 것 같다. 정권의 그 심리는 당일꾼들이 대중을 견인하는 기관차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정치 분야에서는 당 조직 못지않게 근로단체 조직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근로단체조직들에 대한 강도 높은 장악력으로 전체 주민의 통제를 밑바닥에서부터 더 심화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올해 신년사는 그 어느 해보다 남북관계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정국 자신감으로 공세적인 대남심리전과 진보진영과의 적극적 교류를 시사하고 있다. “북남당국을 포함하여 각 정당, 단체, 해외동포, 북남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기꺼이 손잡고”라는 표현으로 올해 7.4공동성명발표 45돌과 10.4선언 발표 10돌을 강조하고 있다.

     남한 당국이 햇볕정책으로 전향할 경우, 혹은 그 계승 세력이나 개인이라면 모든 문을 열어놓고 대화와 교류를 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그 조건부로 그 어느 해보다도 미국의 동족대결과 전쟁에 동조하는 세력의 고립을 강조했다. 북한 정권이 올해 2017년을 북핵 완성에 대비하는 “자력자강”의 물질적 기반으로 생산기지의 국산화와 함께 남북경협의 대북지원으로 계산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를 위해 항상 남북 및 국제관계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북핵을 고도의 대남심리전 수단으로 응용하려는 전략도 드러내놓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을 계속 강화해나갈 것입니다.”고 한 문구이다.

     한미전쟁연습과 북핵을 동일시한 점이다. 이는 북핵실험의 책임을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미전쟁연습으로 돌려 북핵으로 인한 반북여론을 희석시키겠다는 것이다. 즉 북핵과 대북지원을 분리시키는 대남심리전으로 대남전략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정은 신년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도자의 “능력” 부재 표현은 결코 겸손이나 반성의
    문구가 아니다. 김정은의 인간성을 부각시키는 의미로, 북한 간부들에게 능력을 따지겠다는 선전포고와 같은 것이다.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