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식 주체무기, 더 많이 개발해야" 핵·미사일 개발 당위성 부여 안간힘
  • ▲ 북한 김정은이 정유년(丁酉年) 새해맞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사진은 김정은 신년사 관련 '연합뉴스 TV' 보도영상 일부.ⓒ'연합뉴스 TV' 중계영상 캡쳐
    ▲ 북한 김정은이 정유년(丁酉年) 새해맞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사진은 김정은 신년사 관련 '연합뉴스 TV' 보도영상 일부.ⓒ'연합뉴스 TV' 중계영상 캡쳐

    북한 김정은이 정유년(丁酉年) 새해맞이 신년사를 발표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면서 한반도 긴장 국면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 정부 탓으로 돌렸다.

    1일 오후 12시 30분 김정은은 양복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등장해 미리 준비된 '신년사'를 읽었다. 2013년 이후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 발표에도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흉내냈다.

    김정은의 2017년 신년사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주체 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핵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면서 ICBM 시험발사가 마무리 단계라고 자평했다.

    김정은은 "제국주의자들의 날로 악랄해지는 핵전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첫 수소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 수단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면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연발적으로 이룩됨으로써,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수호하고 사회주의 강국건설 위업을 승리 적으로 전진시켜나갈 수 있는 위력적 '군사적 담보'가 마련됐다"고 과시했다.

    김정은은 2016년 신년사에서는 핵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2016년 1월, 9월 각각 4차 핵실험과 5차 핵실험을 실시했으며, 김정은은 이를 정유년 신년사에서 치적으로 치켜세웠다.

    김정은은 자신들의 핵실험으로 시작된 한반도 긴장국면의 책임을 한국과 미국에 떠넘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핵·미사일 개발이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당위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했다.

    김정은은 "2016년 전(全) 조선반도를 저들의 영원한 식민지로 만들려는 미제와 그에 추종하는 남조선 괴뢰 패당의 무분별한 핵전쟁 도발책동으로 말미암아 조선반도의 정세는 의연히 긴장했다"면서 "그러나 적대세력들은 감히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한 "그것은 우리가 미국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핵전쟁억제력, 지상, 해상, 수중, 공중, 사이버 공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민족의 존엄과 자주권을 영예롭게 수호할 수 있는 무진 막강한 자위적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식 주체무기를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오는 20일 출범하게 될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ICBM의 시험발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힌 것은 미국에 대한 간접적인 위협으로 풀이된다. 이는 북한의 ICBM급 탄도 미사일 'KN-08' 사거리가 美본토 서부 지역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국의 사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 남북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2017년은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45돌과 10.4 선언 발표 10돌이 되는 해"라면서 "우리는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북과 남 사이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은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면서 "남조선 당국은 무턱대고 우리의 자위적 행사들에 대해 걸고 들면서 정세를 격화시킬 것이 아니라 북남 사이에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우리의 진지한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은 "민족의 통일지향에 역행하는 반통일 세력의 도전을 짓부숴버려야 한다"면서 "동족대결에서 살길을 찾는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 민족적 투쟁을 힘 있게 벌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김정은은 2016년 신년사에서도 남북사이의 '대화'가 필요하고 '통일'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닷새만인 6일, 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는 점을 떠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고리타분한 '화전양면(和戰兩面)' 전술을 기반으로, 한미동맹 및 국제사회의 혼란 유발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