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충호' 37호 (2017 신년호) 전재>
    예측 불확실성을 극복할 지혜가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한미중북 4각 딜레마

    김 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차하얼학회 연구위원

    2016년 11월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었다.
    선거 기간 내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소위 ‘트럼프 현상’은 전 세계의 예상을 뒤엎고 미 대선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세계는 이제 ‘트럼프 딜레마(Trump Dilemma)’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트럼프의 출현으로 동북아 정세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될 수 있을까?

  • 트럼프 당선의 충격파 : 지구촌은 ‘트럼프 딜레마’에 빠지다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는 우선 두 가지의 새로운 글로벌 질서의 변화를 예고한다.
    첫째, 트럼프 신임 대통령으로 인해, ‘미국 주도의 세계평화(Pax Americana)’ 시대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변화 출현이다.
    둘째, 트럼프 신임 대통령으로 인해, 각국은 모두 ‘예측가능한’ 대외전략 시대에서 ‘불확실한’ 대외전략 시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예측 가능했던 이전의 미국 글로벌 정치·경제 전략에 따른 각국의 대외전략 수립에서 이제는 불확실한 트럼프의 글로벌 전략과 파급효과에 대해 각국은 알아서 대비해야 한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경제적 측면에서는 확실한 악재(惡材)라고 평가된다. 미국 우선주의와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시행을 주장한 트럼프로 인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한미 FTA의 재협상 요구와 이에 대한 전반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고, 주한미군 분담금 문제 등 향후 예상되는 트럼프의 경제적 압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깊다.
    둘째, 정치 외교적 측면에서도 결코 한국에 유리하지 못한 상황 전개가 예상된다는 평가이다.
    북핵문제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및 한일 핵무장등과 같은 자주국방에 대한 트럼프의 언급으로 한국의 동북아 외교 안보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예측 가능했던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각국이 ‘불확실성’으로 대변되는 ‘트럼프 딜레마’라는 블랙홀을 만나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인류의 두뇌 활용도는 ‘트럼프 딜레마’를 통해 보다 더 진화해야만 하는 자극과 충격을 받게 된 셈이다.

    트럼프의 신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정치·경제체계의 변화

    트럼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는 한중일 모두에게 기존 경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준 셈이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기존에 오바마 행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경제정책을 일거에 부정하는 새로운 변화이다. 단지 미국 의회 비준만을 남겨두었던 TPP에 대해 ‘최악의 협정’이라며 협정 무효화를 주장하는 트럼프의 입장은 새로운 경제 질서가 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TPP 조기 비준을 전제로 참여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었고, 동시에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여 연내 통과를 주장한 바 있지만, 연내 통과는 국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불가능해 졌다. 게다가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의 FTA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빼앗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킬러(살인자)”라며 전면 재협상 의사를 밝혔다. 한국으로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한중 사드딜레마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에서 새로운 시장발굴과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두 가지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다.



  • 세계 질서를 주도해 온 미국은 트럼프 시대를 통해 이제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자유무역의 규칙과 질서에 대한 글로벌 경제체계의 변화 추구이다. 즉 보호무역주의, 이민 규제, TPP 반대, FTA 재협상,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중국산 수입품 고관세 정책 등을 포함하여 기존 자유무역기구(WTO)와 유엔에서 유지해 온 글로벌 경제체계와는 상이한 새로운 경제질서를 추구할 것이다.
    둘째, 글로벌 안보체계의 변화이다. 나토 분담금 강화, 주한·주일미군 분담금 강화, 한국 전시작전통제권 반납,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 등을 포함하여 미국이 주도해 왔던 비핵확산조약(NPT),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글로벌 안보체제 역시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분야에서 특히 우려되는 점은 트럼프의 발언이 기존 정치인들과는 달리 ‘예측불허’하다거나 심지어 ‘예측 불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 있다. 예고된 불확실성의 첫번째 징조는 바로 나타났다.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트럼프의 통화는 ‘트럼프 딜레마’의 예고편인 셈이다.

    트럼프 딜레마의 예고된 충격 : 대만 총통과 37년만의 통화

    미국의 AP통신은 트럼프가 12월 2일(현지시간)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대만이 1979년 1월 1일 미국과 중국의 수교로 인해 단교된 이래, 트럼프와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통화는 무려 37년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대통령 인수위는 두 사람이 미국과 대만간의 밀접한 경제, 정치, 안보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와 차잉원 총통의 통화에 대해, 중국은 트럼프가 ‘1국 2체제’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트럼프의 비상식적(?)인 대선 정치 행보를 지켜본 중국으로서도, 트럼프의 이번 돌발적인 통화 행위가 우발적이든 상업가로서의 계산된 치밀한 전술이든 중국에게는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12월 5일자에서, “미국 하원이 지난12월 2일 내년도 ‘국방수권법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여기에 미국과 대만의 군 장성과 고위급 관료의 교류를 새롭게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전임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 시대에 비교적 안정적이던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관계는 대만의 자주권을 주장하는 차이잉원과 예측 불허의 트럼프 시대를 맞이하여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중국의 ‘트럼프 딜레마’에 대한 민감한 반응들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 ‘트럼프 딜레마’와 양안관계에 대한 중국의 우려

    미 대선 초기에 힐러리의 중국 압박 정책에 대한 반발로 중국은 트럼프를 선호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로 인해, 중국은 이제 ‘트럼프 신드롬(syndrome)’에서 ‘트럼프 딜레마’로의 급격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필자는 최근 12월초에 베이징에서 트럼프로 인한 향후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해서 중국학자들과 TV토론을 포함 여러 차례 토론을 했다. 이 토론 과정에서 특히 트럼프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간의 통화로 인한 향후 미중관계의 정세변화에 대한 전망을 통해 중국학자들의 우려가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 이후, 중국은 미국과 대만간의 관계가 3단계로 진화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중국이 더욱 우려하고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첫째, 미국과 대만의 장관급 회담이 정례적으로 개최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이는 양자 간에 단교이후 정상화로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는 대단한 정치 외교적 위협이 될 수 있다.
    둘째, 미국과 대만의 국방 관련 전문가들이 직접 접촉을 통해, 결국 ‘미·대만 연합훈련’이 정례적으로 진행되고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미중간의 서태평양 군사패권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고, 중국은 중일 지역패권 경쟁의 수행에도 직접적인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이 대만에 그동안 판매하지 않았던 최신 첨단 무기들을 판매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만약 중국학자들이 우려하는 대로 진행된다면, 이는 미국이 대만을 통해 중국에게 군사적 압박을 할 수 있고, 중국으로서는 중대한 안보 위협이 새롭게 발생되는 셈이다. 예측 불가한 트럼프 현상은 동북아 안보에 있어서도 중대한 안보 질서의 변화를 예고한다.

  • ‘트럼프 딜레마’의 예고된 두 번째 충격은 북핵문제 접근법?

    예고편으로 나타난 ‘트럼프 딜레마’의 첫 번 째 충격이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의 통화였다면,
    두 번째는 아마도 북핵문제의 해결에 대한 ‘트럼프식 접근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공통점은 ‘예측 불확실성’ 혹은 ‘예측불가’라는 점이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향후 동북아 안보정세에 불확실한 판도 변화가 새롭게 출현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중국학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필자가 느끼는 동북아 안보정세의 불안 요소는 분명 트럼프의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접근법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점에 있다.
    첫째, 트럼프와 김정은의 직접 대화 추진이 예상된다. 이는 기존 오바마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은 물론이고, 중국의 ‘비핵화’ 정책에도 수정이 필요할 수 있는 중대한 변화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필자의 우려와 함께, 중국학자들도 중국이 소외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한중은 ‘트럼프 딜레마’를 통해 ‘사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접점은 찾은 셈이다.

    둘째, 트럼프와 김정은의 전술목표 교환 합의가 예상된다. 김정은이 요구하는 ‘북한 핵보유 지위’에 대해 트럼프는 이를 전술적으로 용인할 수도 있다. ‘전술적 용인’을 통해 ‘전략적 목표’인 ‘북한 비핵화’를 트럼프가 추진하게 된다면, 유엔을 포함한 주변 강대국과 한국이 이를 제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트럼프 딜레마’의 두 번째 충격이자 핵심이다. 한국과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 역시 ‘한중 사드딜레마’ 출구 찾기의 두 번째 접점이 될 수 있다.

    셋째, 트럼프와 김정은의 전략목표 교환 합의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조건부 ‘핵포기 선언’을 제안할 것이고, 트럼프는 이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북한의 ‘핵보유 지위획득’ 이후에, 김정은은 다시 예상할 수 없는 상당한 정치·경제적 보상이 동반되는 ‘핵군축 협상’을 요구할 것이다.
    이후 최종 전략적 목표인 ‘북미수교’와 ‘불가침 조약’ 체결을 ‘핵포기’에 대한 필수적인 교환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며, 트럼프는 전략적 목표인 ‘북한 핵포기’를 위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수용할 수 있는 입장일 수도 있겠지만, 이 점에 있어서 한국의 판단은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다.

  • 넷째, 트럼프의 전격적인 대북 ‘참수작전’ 실행도 예상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대화국면이 파경을 맞았을 경우,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보다 더 강력한 대북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예상은 오싹하다. 한국과 미국의 공통점은 북한의 핵 인질이 되지 않아아 하고, 시간은 겨우 2~3년 이내밖에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대북 무력 제압에 대한 한중의 입장은 난감하다.
    ▲‘한중 사드딜레마’ ▲한미중북의 ‘북핵 딜레마’ ▲‘트럼프 딜레마’는 동북아 안보정세의 중대한 3대 불안요소가 되었다. 동아시아로 확대하자면, ▲‘북핵 딜레마’ ▲센카쿠 열도(따오위다오, 釣魚島)를 중심으로 ‘중일 지역패권 딜레마’ ▲미국이 가세한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딜레마’ ▲미중과 주변국의 ‘남지나해 딜레마’라는 동아시아 4대 딜레마의 중심에서 ‘트럼프 딜레마’는 상호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혼란과 대립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딜레마’는 이미 동아시아 국제정세의 ‘블랙홀’이 되었고, 한국의 국내정세는 이미 스스로 이 블랙홀에 빠져있다. 위정자들은 어떻게 이 블랙홀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