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하면 감성 이론, 네가 하면 이데올로기?

    조우현 /자유경제원 자유사회실장
  •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그저 그런 생활이 반복되고 재생산 되어 새로운 일처럼 일어난다. 인생 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어떻게 생각하면 새로운 것이지만, 알고 보면 어디선가 봤던 이야기가 짜깁기 된 것에 불과하다. 같은 맥락에서 드라마나 영화가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반영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 있다. ‘막장 드라마’를 보며 “말이 안 된다”고 하면서도, 현실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점을 이용한 것이 ‘문화전쟁’이다. 관객들은 영화 <내부자들>, <밀정>, <터널>을 보며 현실에서 벌어진 일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진짜일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 한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본 뒤에 남는 찝찝함과 불쾌함은 자연스레 대한민국 탓이 된다. 문화전쟁에 활용된 영화들 대부분이 대한민국은 건국할 때부터 비리의 온상이었으며, 지금도 기득권에 의해 온갖 나쁜 것들이 진행 중이라고 주입하기 때문이다.

    문화전쟁의 목표는 명확하다. 대중의 의식을 장악하는 것이다.
    대중의 의식을 자기편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전개하는 투쟁이 문화전쟁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좌익진영은 현재 문화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들은 ‘시대착오적인 색깔논쟁’이라며 선을 긋고 싶겠지만 명백한 사실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연평해전>, <국제시장>에 대해 발끈한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자신들이 주입한 것은 ‘감성’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는 ‘이데올로기’라 폄훼하는 바람에
    속내를 들키고 말았다.

    조흡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영화에 대해서는 “재벌의 행태를 감지할 수 있게 하고, 현실정치의 실상을 폭로하며, 텔레비전의 시사프로그램도 실패한 사건을 공론화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적 느낌을 파악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추앙한다. 반면 천만관객을 넘긴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서는 “오늘 날 한국 사회가 누리고 있는 풍요로운 삶은 아버지 세대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었다는 메타담론, 즉 무언의 메시지 또한 당연한 결과로 수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들의 이중 잣대는 유치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관객들이 이를 모른다. 때문에 선전선동에 불과한 영화가 관객들의 눈엔 ‘시대적 느낌을 파악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좌편향 영화가 주입하는 시대적 느낌을 감상한 뒤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조흡 교수는 이에 대해 “영화를 통해 생산된 격한 감성이 사회적 문제와 접합해 감정의 영역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관객들의 분노를 정당화시켰다. 알고 말한 것인지 모르고 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문화전쟁’의 속내를 정확히 밝혀준 것이기도 하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좌익문화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대한민국은 ‘헬조선’이 되었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대한민국이, 우리를 번영케 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영화 몇 편에 서서히 무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그것들은 모두 ‘거짓선동’에 불과하고, ‘진실’로 역전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좌편향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대로 기득권이 모든 것을 독재하고, 국정원이 온갖 정의를 묵살시켰다면 애초에 그것들을 고발하는 영화가 극장에 상영됐을 리 없다. 세상에 어느 독재 정권이 그것을 보고만 있겠는가.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자. 언론에 오르내리는 흉흉한 사건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나빠지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끔찍한 사건은 태초부터 있어 왔다. 물론 조금씩 진화하긴 했겠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범죄는 없다. 오늘날에 와서야 이런 저런 방법으로 세상에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체제를 뒤흔들 거나, 특정 세력을 무력화 시키는 데 악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쟁이 선포되었는데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문화전쟁에 대응하는 방법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시장에 맡기는 것. 둘째, 좌편향 된 영화들이 뼈도 못 추리게 권력으로 억압하는 것.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진짜 독재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다.) 셋째, 맞대응하여 훌륭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 세 번째가 가장 어려우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 방법이 현실이 되려면 ‘실력(과 자금)’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누가 더 재미있게 만들어 대중을 설득시키느냐에 승부가 달렸다는 뜻이다. 

    국민들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문화예술을 갖게 된다. 수준에 맞는 선택지는 예술인들이 줘야 한다. <국제시장>이 포문을 열었고 <연평해전>과 <인천상륙작전>이 옳은 선택지를 관객에게 건넸다. 이제 전투적으로 나가야 한다. 물론 말은 쉽고, 실천에는 여러 변수가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해야 한다. 몰라서 당했을 때야 그렇다고 치지만, 모든 것을 안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싸워서 이겨야 한다. 싸워야 승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