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이미지로 '양부모와 아이가 함께 있는 3인 이상의 가정'을 떠올리지만 이미 우리 사회의 절반은 그 생각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한부모 가정은 최저출산 사회에서 유일하게 증가하는 가족 형태다. 양부모 가족(부부와 자녀)의 비율은 50%에 머무르며, 그 나머지 절반을 자녀 없는 부부(20.6%), 편부모와 미혼자녀(12.3%), 기타 가족(11.6%) 등이 구성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진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새로운 연극 '가족병–혼자라도 괜찮을까?'(이하 '가족병')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소극장 혜화당에서 공연한다.

    '가족병'은 엄마, 아빠, 아이의 화목한 웃음으로 대변되는 가족의 이미지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부모에 대한 편견은 결국 차별을 야기하며, 이에 따르는 공포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향해 무섭게 덤벼든다고 강조하고 있다.

    "애들이 무슨 죄가 있나", "아이를 위해 참는다"는 말들로 스스로를 억압하며 사는 어른들, "저 집은 아빠가 없어서…엄마가 없어서", "불쌍하다"와 같은 동정을 넘어 '문제가 있다'는 외부의 차별의식 속에 억눌려 사는 아이들의 고통을 예의주시한다.

  • 김재엽 연출은 지난 28일 오후 열린 '가족병' 프레스콜에서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 등에 대해 인간 대 인간으로 관심이 있었다"며 "사회의 기본적인 단위이자 가장 가장 사적인 영역인 가족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는 변화의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대산문학상, 동아연극상 작품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연출상, 거창국제연극제 대상·연출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연극계를 이끌 젊은 힘으로 떠오르고 있다. 직접 '가족병'의 대본을 쓴 그는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여러 사례를 담아냈다.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 아니다 보니 조사를 많이 했다. 현재 4살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육아법을 배운 것 같다. 우리 주변에 결손가정이 굉장히 많다. 리서치를 바탕으로 했지만 그 역시 또 다른 선입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드라마나 캐릭터로 그려내는데 고민이 많았다."

  • '가족병'은 역사와 현 사회를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창작연극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극단 드림플레이 테제 21과 입법연극, 진로 콘서트 등을 기획‧제작한 명랑캠페인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명랑캠페인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타인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 인식의 성숙과 변화를 추구하는 문화 제작사다. 대표작으로 미혼모 주제의 입법연극 '미모되니깐', 입체낭독극 '웃는동안', '어쩌면' 등이 있다.

    김 연출은 "요즘 가족들은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작품 속에서 말을 거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끊임 없이 말걸기, 보여주기 보다는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계몽적인 육아법 강좌 같은 느낌이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조금 더 대중적이고 참신하게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향후 개선점에 대해 밝혔다.

    이어 "명랑캠페인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 돼야 할 것이다. '가족병'이라는 제목을 짓기도 힘들었다. 그 자체가 선입견을 만드는 것 같았다. 너무 교과서적이고 상식의 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니 드라마적으로 좋은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했다. 리서치와 스토리텔링 사이의 유기적 결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극 '가족병–혼자라도 괜찮을까?'는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온라인 예매할 수 있다.

    [사진=뉴데일리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