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스터'로 돌아온 연기 마스터 이병헌

[인터뷰] 이병헌 "남편이자 아빠로 최선을 다하는 '마스터' 되고파"

"붉은 비트 주스 마실 때 악마처럼 보이고 싶었다"
"연중 1/3 이상 해외 로케..가족들 불러 외로움 달래"

조광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6.12.26 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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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년째 '기자'라는 한 우물을 파 온 조광형 기자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거쳐 현재는 연예·방송 전문 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뉴데일리 지면은 물론, 지상파 방송과 종편 등에서 매주 연예가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남보다 한 발 앞선 보도와, 깊이 있는 뉴스 전달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음…,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마스터가 되고 싶어요. 좋은 아들로서 좋은 아빠로서 좋은 남편으로서, 그런 역할들을 최고로 잘 해내는 사람이요.


배우 이병헌은 '이것만은 내가 꼭 마스터하고 싶다는 게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상 밖의 답변을 내놨다.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식의 '야심찬 포부'보다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주어진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가장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드러낸 것.

실제로 이병헌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길어질 때면 가족들을 현지 촬영지로 불러 외로움을 달래곤 한다"며 한시도 가족들과 떨어져 있지 않으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일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자신에겐 더 없는 행복과 만족감을 준다는 이병헌은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보다 좋은 가장, 좋은 아빠가 되는 게 더욱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꿈이죠.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그런 아빠나 남편이 되는 일이‥. 그래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겁니다.


길어질 때면 1년 중 3분의 1 가량을 해외에서 보낸다는 이병헌은 서부극 '매그니피센트 7' 촬영 당시 아내 이민정을 초청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가족들이 함께 있어 주면 정말 힘이 나죠. 그런데요. 그때 제 아내는 저보다 '에단 호크'를 보러 왔던 거 같아요. (웃음) 아내가 그렇게 행복해 하는 웃음을 짓는 걸 처음 봤다니까요. '에단 호크'와 악수도 시켜주고, 사진도 많이 찍게 해주고…. 다 해줬어요.


당시 자신의 아내가 '에단 호크'와 찍은 인증샷이 엄청 많다고 너스레를 떠는 이병헌의 모습에서 감출 수 없는 행복함이 느껴졌다.

일과 사랑, 모든 면에서 성공을 거둔 이병헌에게 아직도 오르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 "가장으로서의 마스터가 되고 싶다"는 말만 들어보면, 이젠 더 이상 이병헌의 '지상과제'가 연기는 아니라는 건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연기에 대한 '집요함'이나 '치열함'은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듯 했다.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 초반부에 '사기꾼' 진현필이 자기 회원들을 설득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를 보는 관객마저 자기도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며 "관객의 감정이입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 촬영 직전까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앉아 있는 회원들을 상대로 설득력 있게 호소를 하면서도 너무 오버하면 웃음거리 밖에 안되고, 너무 평범하면 딱딱하게 비쳐질 수 있고…. 그 균형점을 잡는 게 어려웠어요. 잘못하면 '뭐 저런 사람에게 당해? 저기 앉은 사람들이 바보들이지' 같은 느낌을 줄 수가 있거든요.


이병헌은 "극중 진현필이 자신의 사주로 사람이 죽었다는 아침뉴스를 보면서 태연히 '비트 주스'를 마시는 장면에선, 자기 돈은 물론 남의 돈을 빌려서까지 돈을 다 날리게끔 만드는, 아주 악랄하고 악의적인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래 대본에는 진현필이 주스를 갈면서 뉴스를 본다는 얘기 뿐이었어요. 그런데 전 이 부분에서 뭔가 실제로 살아 있는 악인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주스에 새빨간 비트를 넣어보자고 제안했죠. 다 마시고 난 뒤에는 상징적인 '악마의 느낌' 같은 게 들도록 하자는 게 제 의도였어요. 입가에 빨간 주스 자국이 남는 장면을 만들려고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진현필이 필리핀에서 사기를 칠 때 현지 억양이 가득한 영어를 구사하는 대목과, 진현필이 김엄마(진경 분)와 박장군(김우빈 분)의 손을 맞잡고 손등에 뽀뽀를 하는 신도 다 이병헌 자신의 머리에서 나온 장면들이었다고.

사전에 조의석 감독님으로부터 조희팔이란 인물에 대한 아주 많은 자료를 받아봤어요. 하지만 그건 참고용일 뿐이죠. 제가 어떤 누군가를 따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었고, 진현필이라는 인물을 스스로 만들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예를 들면 진현필이라는 사기꾼이라면 필리핀 현지에서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해선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현지 억양이 가득한 영어를 구사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조 감독님이 프리프로덕션 차, 필리핀으로 건너갈 때 현지 배우들에게 대사를 주고 녹음을 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이병헌은 "3명의 현지 배우가 각기 다른 버전으로 녹음한 대사를 들어보니 어떤 부분에선 경음(硬音)이 나고 어떤 부분에선 묵음 처리가 되는 공통점이 보여 그걸 집중적으로 따라했다"며 소문대로 '언어의 귀재'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이병헌은 "진경씨와 우빈이, 저, 이렇게 셋이서 3년 만에 처음으로 의식(?)을 거행하는 장면은 원래 세 명이 나란히 손을 잡는다는 내용만 시나리오에 담겨 있었다"며 "이 정도의 행동만으로 우빈이가 오만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몇 가지 냈었다"고 말했다.

손만 잡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엄청 싫어하는 뭔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돌아가면서 손등에다 뽀뽀를 하고, 다시 반대로 돌아가는 방법도 생각했고요. 진짜 촌스러운 구호 같은 걸 외쳐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이를 테면 회사를 설립할 때 서로에게 보여줬던 믿음과 의지 같은 것.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믿음!" "신뢰!" 이렇게 외치는 거죠. 뭐 이것 말고도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는데요. 결국엔 손등에 키스를 하는 걸로 결정됐죠.


이병헌은 "진현필이라는 인물은 내부자들의 안상구처럼 절대로 친근감이 들게 해선 안되는 캐릭터"라며 "살짝 친근감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싸해지고, 그러다가 묘한 웃음을 자아내는 등, 보다 입체적인 사람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진현필이라는 캐릭터는 '내부자들'의 안상구나 우검사와는 달라요.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너무 해버리면 자칫 영화 자체를 망칠 수도 있는 위험한 캐릭터입니다. 안상구와 우검사는 관객을 많이 웃기면 웃길수록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고 나중에 복수 장면에서 짜릿한 쾌감마저 맛볼 수 있거든요. 반면 진현필은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어야 해요. 그런 면에서 유머 코드를 삽입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웠죠. 다만 저는 인간적으로 살아 있는 악인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에게서 웃음도 나오고 냉혹함도 묻어나오는 입체적인 사람을요….


끝으로 이병헌은 "자신이 시도한 애드리브 중에 제일 반응이 좋았던 대사가 '피터 김(강동원 분)'의 이름을 처음 듣고, '뭐? 패티 김?'이라고 답하는 장면이었다"며 "촬영 당시 무수한 아이디어를 냈었지만 '별로'라는 의견이 많아 사장된 신들이 꽤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 '마스터'는 조희팔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을 모티브 삼아 만들었지만 절대로 어둡거나 음침한 영화가 아니에요. 템포가 아주 빠른, 전형적인 오락 영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디 재미있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병헌과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이 서로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 '감시자들'의 조의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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