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급 대우 받을 것” 관측
  • 2015년 英런던에 에릭 클립톤 공연을 보러 온 김정철(왼쪽)을 수행하는 태영호 前공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英런던에 에릭 클립톤 공연을 보러 온 김정철(왼쪽)을 수행하는 태영호 前공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7월 국가정보원과 英MI6, 美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前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이르면 오는 23일부터 ‘대외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호 前공사는 어디에 적(籍)을 두고, 어떤 활동을 펼칠까.

    지난 19일 국내 언론들은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을 인용해 “태영호 前공사가 오는 23일부터 사회에서 생활한다”며 그의 활발한 대외활동을 예고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언론들에게 서울 모처에서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들과 태영호 前공사 간의 비공개 간담회가 있었다면서 “그는 김정은의 폭압적인 공포통치 아래 노예 생활을 하는 북한의 참담한 현실을 인식, 체제에 대한 환멸감이 커져 귀순할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태영호 前공사는 오랜 해외파견근무를 하면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발전상과 자유로움에 대해 알게 됐다고 한다.

    이와 함께 각국에 있는 북한대사관마다 직원들의 집과 전화를 감청하고, 직원들을 모두 같은 아파트에 살게 하는 등 숨쉴 수 없을 정도로 통제하는 모습이 비교돼 체제에 대한 환멸이 커졌다고 한다. 이런 통제는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 태영호 前공사의 이야기였다고 한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태영호 前공사는 “2015년 5월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정은에게 처형을 당한 것도 이런 감시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택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말실수를 했다가 감시망에 걸렸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데 따르면, 태영호 前공사는 북한 김정은 집단이 ‘공금횡령’ 등을 내세워 ‘파렴치범’으로 비난할 것에 대비해 駐영국 북한 대사관의 자금사용 정산 영수증까지 챙겨서 귀순했다고 한다.

    이날 국회의원들과 만난 태영호 前공사는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귀순했던 과정 등을 설명한 뒤 향후 활동 계획도 내비쳤다고 한다. 그는 “개인 영달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억압과 핍박에서 해방되고,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일생을 바칠 것을 각오했다”면서 “앞으로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공개적으로 대외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언론들은 태영호 前공사가 향후 소속을 어디에 둘 것이며, 어떤 활동을 벌일 것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러 언론 보도 가운데서도 태영호 前공사가 국가정보원 산하 기관 소속으로 대외활동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금까지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고위층들은 주로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소속으로 북한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간간히 대외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태영호 前공사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부원장 또는 선임 연구위원 등의 직책을 달고 각종 강연과 기고활동 등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나면, 태영호 前공사가 공중파나 종편 방송에 출연할 가능성도 있다. 이때 ‘보안’ 문제가 있기는 하겠으나, 그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활동보다 더 관심을 끄는 부분은 기존의 탈북자 사회와의 접촉·협력 여부다. 현재 3만 명이 넘는 국내 탈북자 사회는 다양한 단체를 통해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인권재단(HRF)이나 북한자유연합도 힘을 보태고 있다. 태영호 前공사가 이들의 활동에 힘을 보탠다면, 그가 국회의원들 앞에서 밝힌 “통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의지를 실현하는데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태영호 前공사의 신변보호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내 안보기관들이 그의 신변보호를 한다고 하나, 최근 국내에 입국하는 남파간첩들의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고,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다수 존재하다 보니 그에 대한 ‘테러’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따라서 한동안 태영호 前공사의 대외활동에는 상당 부분 제한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