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대 석유업체서 30년 이상 근무한 렉스 틸러슨, ‘셰일 에너지’ 무기화 할까
  • "밋 롬니 해고! 트럼프,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 선택"이라는 제목의 브라이트 바트 보도. 美현지 언론은 틸러슨 CEO가 차기 국무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브라이트바트 지난 10일(현지시간) 관련보도 화면캡쳐
    ▲ "밋 롬니 해고! 트럼프,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 선택"이라는 제목의 브라이트 바트 보도. 美현지 언론은 틸러슨 CEO가 차기 국무장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브라이트바트 지난 10일(현지시간) 관련보도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美대통령 당선자의 조각(組閣)이 계속 진행 중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방장관, 상무장관 등 주요 인선은 거의 이뤄졌지만, 매우 중요한 국무장관 후보 내정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美주요 언론들이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가 국무장관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美현지 언론들을 인용, “트럼프 정권 인수위 측근들의 말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가 12일(현지시간) 이후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CEO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그동안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루돌프 줄리아니 前뉴욕 시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국무장관 후보 경쟁을 그만 두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줄리아니 前뉴욕 시장은 민간 분야에서 자신의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美주요 언론과 이를 그대로 받아 쓴 한국 언론들은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의 국무장관 내정설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거대 다국적 기업 CEO가 美국무장관을 맡게 되면, 미국을 ‘인정사정없는 대기업’처럼 운영할 것이라는 자체 평가도 곁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렉스 틸러슨 CEO가 2011년 러시아 최대의 국영 석유기업 ‘로스테프트’와 석유개발 및 생산 협의를 이끌어낸 것을 두고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과 밀접한 관계”라는 설명도 곁들이고 있다. 렉스 틸러슨 CEO가 ‘로스테프트’와의 석유개발 협의를 성사시킨 공으로 2013년 푸틴 대통령에게서 ‘우정 훈장’을 받은 게 그 증거라고 주장한다.

    美언론의 이 같은 반응은 ‘엑슨모빌’이라는 기업 때문으로 풀이된다. 존 D.록펠러가 설립해 美석유 시장의 98%를 독점했던 ‘스탠더드 오일’이 ‘엑손모빌’의 뿌리여서다.

  • 美석유기업 '엑슨모빌'이 전 세계 수십여 곳에 갖고 있는 정유시설 가운데 하나. 사진은 벨기에 앤트워프의 정유시설이다. ⓒ엑슨모빌 홍보사진
    ▲ 美석유기업 '엑슨모빌'이 전 세계 수십여 곳에 갖고 있는 정유시설 가운데 하나. 사진은 벨기에 앤트워프의 정유시설이다. ⓒ엑슨모빌 홍보사진


    ‘엑슨모빌’은 2015년 말 기준 ‘포츈 500’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한 석유화학 전문기업으로, 매출액은 2,462억 달러에 달한다. ‘세븐 시스터즈’라는 석유 메이저 7대 회사 중 하나다.

    ‘엑슨모빌’은 텍사스州 어빙에 본사를 두고, 세계 50여개 나라에서 11만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는 초거대 기업이다. 1933년 ‘글래스-스티걸 법(반독점법)’에 따라 30개로 쪼개진 ‘스탠더드 오일’ 가운데 두 곳인 ‘엑슨’과 ‘모빌’이 1999년 합병해서 재출범한 기업이다.

    재벌 계열사가 대부분인 한국의 석유화학 기업들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엑슨모빌’은 탄소배출저감 장치와 신재생 에너지, 차세대 에너지 개발에 매년 거액을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美정부가 차세대 에너지로 꼽는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을 개발·상품화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투자하고 있다.

    2012년 6월에는 수 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폴란드에서 추진 중이던 셰일 가스 개발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지만, 같은 해 10월에는 캐나다의 셰일 에너지 개발 업체 XTO(셀틱 익스플로레이션)를 31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후로도 ‘엑슨모빌’은 북미 지역에서 셰일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17년부터는 셰일 에너지의 본격적인 수출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렉스 틸러슨 CEO는 이런 ‘엑슨모빌’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전 세계 탑 10에 들어가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음에도 그 자신의 연봉은 3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이는 직원들보다 연봉을 수백 배 이상 챙겨가는 월스트리트의 금융기업이나 美대형 제조업체와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이런 렉스 틸러슨 CEO를 국무장관 후보로 보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에서 중요한 상수는 에너지였다. 특히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하는 제조업은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美정부는 북미 전역에 묻혀 있는 셰일 에너지를 대량 생산하면, 이런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美정부에게 OPEC과 중동산 석유는 '치명적 약점'에 속했다. 하지만 美정부가 셰일 에너지를 본격 개발하면서, '석유패권'을 두고 경쟁이 시작됐다. 사진은 북미의 셰일 에너지와 OPEC 간의 패권을 다룬 CNN 머니의 보도. ⓒ美CNN 머니 2014년 12월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정부에게 OPEC과 중동산 석유는 '치명적 약점'에 속했다. 하지만 美정부가 셰일 에너지를 본격 개발하면서, '석유패권'을 두고 경쟁이 시작됐다. 사진은 북미의 셰일 에너지와 OPEC 간의 패권을 다룬 CNN 머니의 보도. ⓒ美CNN 머니 2014년 12월 관련보도 화면캡쳐


    특히 트럼프 당선자의 경우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 에너지를 ‘철저히 친미적인 동맹국’들에게 제공, 중동 지역에 대한 서방 진영의 의존도를 크게 줄이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횡포가 더 이상 먹히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을 대선 유세 기간 내내 주장했다.

    이 같은 전략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세계 석유시장의 흐름과 생산 과정에서의 원가절감, 유통구조의 문제, 각 대륙별 에너지 의존도와 정치적 역학관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석유 개발과 시추, 가공, 유통을 모두 펼치고 있는 ‘엑슨모빌’의 CEO 출신이라면, 이런 전략을 펼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트럼프 당선자의 경제 전략 가운데 ‘석유전략’은 중동과 OPEC뿐만 아니라 ‘석유 소비국’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2015년 7월 영국 석유회사 ‘BP’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석유 소비량 순위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브라질,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독일, 캐나다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 미국, 중국은 산유국이면서도 석유 소비량이 많아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유가 엄청나다. 하지만 셰일 에너지를 실용화하게 되면 미국은 사정이 달라진다. 석유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되면, 中공산당의 대외전략은 그 기반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커진다.

  • 트럼프 당선자가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를 국무장관에 내정하려는 것은 美에너지 전략을 통해 대외전략의 틀을 바꾸려는 이유는 아닐까. ⓒ美폭스뉴스의 지난 12월 10일(현지시간) 관련보도 화면캡쳐
    ▲ 트럼프 당선자가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를 국무장관에 내정하려는 것은 美에너지 전략을 통해 대외전략의 틀을 바꾸려는 이유는 아닐까. ⓒ美폭스뉴스의 지난 12월 10일(현지시간) 관련보도 화면캡쳐


    트럼프 당선자에 반대하는 美주요 언론과 이들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쓰는 한국 언론들은 그가 국무장관 후보를 지정하는 것이 개인적 친분 관계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트럼프 당선자가 주요 내각 인선을 하는 모습을 보면 ‘목표지향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어 보인다. 이미 인선을 마친 장관 후보와 주요 보직자들의 경우 트럼프 당선자와의 친분 보다는 이들이 평소에 지닌 신념이나 보여준 행동이 기준이 되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한편 美주요 언론은 “트럼프 당선자가 현재 밋 롬니 前메사추세츠 주지사, 밥 코커 상원의원, 존 볼튼 前유엔 대사 등을 국무장관 후보로 두고 고민 중”이라고 보도, 트럼프 당선자가 유세 기간 중 외친 대외전략에는 주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