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목소리 '해당행위' 치부에 반감 작용한 듯 "고함지르고 하니 중도층 돌아서"
  •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을 위해 소집된 국회 본회의 풍경. ⓒ사진공동취재단
    ▲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을 위해 소집된 국회 본회의 풍경.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찬성표 속에 가결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그 원인이 친박계의 행태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초 막판까지 가결·부결 여부가 불확실했던 새누리당 내부 분위기가 의원총회에서 크게 동요했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문제는 친박의 대표와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오전에 의원총회를 하는데 고함을 지르고 하니 중도층에서 돌아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 사람들(친박계)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더 손해를 본다"며 "국정 조사에서도 차은택과 고영태 같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크게 실망한 것도 한 측면"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최근까지 친박계가 당내 의석수의 약 70% 가까이 차지하며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는 지난달 4일 의원총회만 보더라도 확인된다. 당시 의원총회는 대통령 측근이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는 비박계와 이를 당을 분열하는 해당 행위로 공격하는 친박계가 부딪쳤다. 때문에 일부 비박계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언론에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친박계는 이 조차도 표결로 결정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투표 결과, 2/3 가까운 찬성표가 확인되며 비공개로 진행됐다.

    투표 결과를 놓고 보면, 새누리당 전체 의원 중 66% 이상이 친박계와 뜻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새누리당 의석이 129석임을 감안하면 약 85명 가량이 '친박에에 가깝다'고 분류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탄핵 소추안 투표에서 탄핵안에 반대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56명에 불과했다. 30여명에 가까운 이탈표가 생긴 셈이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실제 반대표를 행사한 사람만 쳤을 때 56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효와 기권까지 친다면 실질적으로는 70표를 넘었다"면서 "(야권이 전원 찬성했다고 가정한다면) 당내 절반을 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친박과 친박을 지지하는 세력이 당내 과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는 지적이다. 당내 미묘한 흐름 변화가 탄핵과 함께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비박계는 친박계의 고압적인 태도를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달 4일 의원총회 이후에도 친박계는 비박계의 당 지도부 사퇴 등의 요구를 '해당 행위'로만 치부했다.

    특히 조원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까지 비상시국위원회를 해체하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국회 본회의에서 거부해 하지 못한 5분 발언을 여기서 하겠다"면서 사실상 탄핵 반대를 주장하고, 이에 항의해 공개발언을 요청하는 비박계 의원들을 표결로 막는 모습이 연출됐다.

    한 달 사이 여론이 회복되기는커녕 추락하고 있는데도 이를 무시해버리는 태도에 질린 중립 성향 의원들이 더는 친박계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당 개혁을 위해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려던 시도 역시 전국위원회에서 친박계의 불참 속에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숫자에 기대 당을 움직이던 친박계가 이번에는 숫자 앞에 무너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