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종식 전 영국·EU 등 노린 대형 테러 가능성…‘하이브리드 테러’ 경고
  • 지난 8일(현지시간) 英런던 복스홀의 MI6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난 알렉스 영어 국장. 그는 영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대한 전례없는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8일(현지시간) 英런던 복스홀의 MI6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난 알렉스 영어 국장. 그는 영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대한 전례없는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Keep Calm and Carry On(평온하게 하던 일을 계속 하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의 영국 대공습이 있기 전 영국 정부가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내놓은 포스터의 문구다. 그런데 최근 영국 정부에서 이와 유사한 ‘경고’가 나왔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경고’의 근원은 英해외정보국 SIS, 일명 MI6였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은 런던 복스홀의 본부에서 열린, 첫 공개연설에서 “현재 영국은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서의 문제로 인해 전례 없는 수준의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은 ‘알 카에다’의 핵심 세력이 소탕된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내전’을 벌이고 있는 테러조직 ‘대쉬(ISIS)’와 그 추종자들이 영국을 향해 선전선동과 사이버 테러 등에 이어 물리적 테러를 가할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은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도와 ‘대쉬(ISIS)’를 소탕하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대쉬(ISIS)’에게 공습을 퍼붓고 있지만, 만약 서방 동맹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철수한다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세계화의 그늘을 통해 유럽 등으로 흘러 들어와 '사회의 근본'부터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은 ‘테러와의 전쟁’ 양상이 과거에는 물리적 테러에 집중된 반면 최근 들어서는 선전선동과 사이버테러 등과 결합되어 ‘소프트 타겟’을 노리는 ‘하이브리드 테러’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은 ‘대쉬(IS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들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들어오는 난민 사이에 섞여 있으며, 이들의 유입으로 국내 불안이 가중되면서 ‘국가의 주권’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시리아의 경우 러시아와 시리아 측의 공격으로 내전이 종식되기 전에 유럽 등을 노린 대규모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난민 사이에 섞여 들어오는 테러조직원 가운데 시리아에서 오는 자들은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가 ‘반군 소탕’을 명목으로 학교, 병원 등에 폭격을 가하는 데 대한 반발로 유럽 등 서방국가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의 ‘반군 소탕’ 작전을 비판하면서도, 러시아가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을 잘 이끌어 현재 상황을 잘 수습하기를 바라는 의견도 덧붙였다고 한다.

    현지 언론과 외신들에 따르면,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은 이날 연설에서 “영국 정보기관은 2013년 7월부터 현재까지 12번의 테러 공격 시도를 막아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진보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 가운데 테러 조직원이 숨어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영국 정보기관 수장은 언론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알렉스 영어 MI6 국장의 이번 연설은 취임한 지 2년 만에 이뤄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