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허 동혁 /객원논설위원


    금요일 박대통령 탄핵 투표는 박대통령의 운명이 아닌 보수세력의 운명을 가르는 투표이다. 
    만에 하나 헌재에서 탄핵 심판을 가결시키면, 현재까지의 흐름상 진보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과거 보수정권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보복이 시작될 것이다.
    아직 한국의 정치지형이 이분법적 진영논리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보복극이 김영삼 정권의 역사 바로세우기보다 더욱 심할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제1타켓은 탄핵투표시 반대가 아닌 찬성표를 찍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될 것이다. 

    보수의 토양 아래에서 성장한 비박 정치인들이 주동이 되어 탄핵안을 가결시키면, 
    과연 진보진영으로부터 환영 받을 거 같은가? 
    이들은 6.25때 쓰던 말을 빌리자면 ‘반동회색분자’ (反動灰色分子) 이다. 
    반동회색분자는 이쪽도 저쪽도 아니며, 얼굴 앞에 총을 들이밀면 거짓말을 하는 
    배신자 습관이 베어있는 자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분법적 진영논리 하에서 회색분자는 절대 용납받지 못한다.

    반동회색분자는 시류에 쉽게 휩쓸린다. 그리고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바로 버림받는다. 
    공산당들은 6.25때 ‘적보다 더 무서운 게 반동회색분자’라며 이들을 마구 학살했다. 
    또한 베트남 공산화 직후 공산정부가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이, 베트콩에 협력한 남베트남 첩자들을 ‘배신자는 영원한 배신자’라며 처형한 것이다. 자기가 사는 땅에 적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남의 땅이라고 적응이 되겠는가?

    특히 새누리당의 비박들이여,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야당에 몸담고 있는 보수성향 의원들이여, 
    당신들이 이 반동회색분자 논란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가? 
    특히 ‘비박’이란, 특정 사상 결사체가 아닌, 박대통령과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일시적으로 
    생긴 정파가 아니던가? 안그렇다면, 대통령 담화 하나 듣고 이렇게 우왕좌왕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비박들은 탄핵안이 가결되었을 경우, 다른 보수 후보를 다음 권력자로 
    모실  자신이 있는가? 
    비박들은 지난 몇주간 시위군중들을 보고 혹시 겁을 먹은 것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당장 정치를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마타도어에 휩쓸린 군중심리가 그렇게 무서운가? 
    지난 수요일 청문회에서도 드러났지만 최순실 광풍의 진원이 된 ‘태블릿 PC’가 거짓이라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의원들이여, 
    금요일의 탄핵투표는 사실상 보수탄핵투표이다. 

    박대통령과의 자잘한 감정은 제발 잠깐 뒤로 접어두기 바란다. 
    시류는 항상 옳다는 법이 없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잘못된 시류에 영합하는 것이 아닌 
    끝까지 바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신념에서 행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사태를 가장 즐기고 있는 이는 바로 북의 김정은이라는 것을 자각해 달라. 
    금요일의 탄핵 표결은 보수의 가치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표결이다. 
    탄핵 찬성표는 그냥 대한민국 적화로 직행하는 ‘프리패스’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소위 춧불혁명의 불꽃에 불나방처럼 달라붙어 1회용 불쏘시개가 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