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해산되는 게 아니라 지역구는 보궐선거, 비례대표는 의원직 승계내년 4월에야 보궐선거… "지방의회 같은 특례규정 없는 것은 입법의 흠결"
  •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 총사퇴를 할 것이라고 공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소속 의원들이 의원직 총사퇴를 할 것이라고 공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소속 의원들이 전원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이 총사퇴할 경우 국회가 해산된다는 일부 경제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직을 걸고 탄핵을 가결시켜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며 "이날 의총에서 의원 전원이 사퇴서를 작성하고 지도부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헤럴드경제〉 등 일부 매체는 민주당 의원들이 총사퇴할 경우, 국회 해산의 수순을 밟게 된다고 해설하고 있다.

    헌법 제41조 2항에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의원 정수'에 관해 규정돼 있는데, 의석 121석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총사퇴하면 '의원 수'가 200인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서는 헌법 이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독창적인 견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작 의원직 총사퇴를 선언한 우상호 원내대표는 '민주당 의원들이 총사퇴하면 국회는 해산된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정치권이나 법조계에서 근거를 찾기 어려운 터무니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전직 헌법재판소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헌법에 근거를 찾기 어려운 독창적인 보도·논평"이라며 "의원 정수와 일시적인 재적 의원 수를 착각한 것 같다"고 평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총사퇴한다고 해서 헌법 제41조 2항에 규정된 '의원 정수'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의 확정 판결을 받는다고 해서 '국회의 의원 정수가 300인에서 299인으로 줄어들었다'고는 표현하지 않는다. 다만 국회의 재적 의원이 300인에서 299인으로 줄어들었을 따름이다.

    의원 정수는 300인 그대로인 상태에서 재적 의석만 줄어들었으므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궐원이 생긴 것으로 간주해 보궐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만약에 '의원 정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라면, 궐원이 아니므로 보궐선거를 치를 이유도 없다.

    '의원 정수'와 '의원 수'를 착오한 것 이외에 헌법이론 상으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변호사는 "그런 해석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100인을 초과하는 의원을 보유한 정당은 언제든지 국회 해산이라는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말이 된다"며 "헌법기관이 아닌 특정 정당에 사실상 국회해산권을 보유하게끔 하는 위헌적인 헌법 해석"이라고 논박했다.

    실제로 이러한 헌법해석대로라면, 100인을 초과하는 의석을 보유한 정당은 언제든지 의원직 총사퇴를 통해서 국회를 '위헌 상태'에 빠뜨려 해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101석 이상을 안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지지 기반을 갖춘 정당은 유리한 정치적 여건이 조성됐을 때마다 언제든지 의원직을 총사퇴해 원내 과반 의석을 획득할 때까지 끊임없이 국회를 해산하고 계속 총선을 치르도록 강제할 수 있다.

    이는 국회 해산이 상시화돼 있는 의원내각제 헌정 체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경우다.

    이 변호사는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국회의 내각불신임 결의나 내각의 국회 해산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에 돌입할 수 있다"면서도 "내각제에서 국회를 해산하기 위한 내각불신임 결의에도 과반 의석이 필요한데, 재적의 3분의 1에 불과한 100석 초과라는 요건으로 국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는 헌법 체계는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일본국 헌법 제56조에서 재적 의원의 3분의 1 이상의 출석과 출석 의원의 과반수의 찬성으로 내각불신임의 의결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내각불신임이 의결되면 헌법 제69조에 따라, 총리는 10일 이내에 중의원을 해산하거나 내각총사퇴를 해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중의원 해산을 선택해 새로 총선이 열린다.

    의원내각제 헌정 체제에서도 원내 소수 정당이 독자적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에 돌입하게 하는 경우는 없는데, 하물며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어 국회해산권도 삭제되고 국회의원의 임기가 보장돼 있는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 체계에서 '의원직 총사퇴'로 국회가 해산된다는 것은 헌법이론 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해석이라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민주당 의원들이 총사퇴를 결행한다면 어떻게 될까.

    헌법재판소연구관 출신 변호사는 "궐원이 발생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 제200조 1항에 따라 지역구 국회의원은 보궐선거를 치르면 된다"며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에는 같은 조 2항에 따라 후순위 비례대표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한다"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의석을 승계한 의원도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에는 지난 4·13 총선에서의 비례대표후보자명부에 따라 계속해서 후순위 후보자가 승계하되, 명부가 끝난 다음에도 궐원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당 의석은 궐원으로 놔두게 된다.

    헌정 상의 선례도 있다. 1992년 3·24 총선에서 집권 민자당은 비례대표(당시 전국구) 54번까지 후보자를 발표했으나, 33번까지 당선되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후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자민련 창당 등 정계의 변동으로 탈당자가 잇따르면서, 비례대표 54번까지 전부 의원직을 계승하고서도 모자라 남은 의석 수가 14대 국회 끝까지 궐원으로 남은 적이 있다.

    지역구의 경우, 공직선거법 제35조 2항 1호에 따라 내년 4월 12일에 일제히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 변호사는 "지방의회는 의원 정수의 4분의 1 이상이 궐원된 경우에 대비해 공선법 제201조 5항에 특례규정이 있어, 제35조에 규정된 보궐선거일에 관계없이 60일 이내에 즉각 보궐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국회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규정이 없어, 대규모 궐원 사태가 내년 4월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은 입법의 흠결"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