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알게된 女중생에게 "연예인 시켜주겠다" 접근..성관계1·2심은 유죄 판결..대법원 "피해진술 신뢰하기 어렵다" 파기환송2012년 1월엔 유명 아나운서 최희 '협박'하다..'징역 10월' 옥살이

  • 자신보다 27살이나 어린 여중생을 성폭행, 임신까지 시킨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에 분개한 시민들이 민관 연대 단체들과 힘을 합쳐 '1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나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성남시 아동·여성안전지역연대(이하 지역연대)는 지난 1일부터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녀 성폭력 사건의 제대로 된 처벌을 촉구하는 10만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역연대는 "사법부는 성폭력 피해자가 가졌을 두려움과 가해자의 위협감 등 성인 남성이 10대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가했던 상황과 맥락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을 했다"며 "검찰의 재상고로 대법원의 판결을 남겨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이뤄지도록 전국 340곳 여성, 청소년 인권 단체가 힘을 모아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연대는 향후 시민들의 서명을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인계, 대법원 재판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지역연대가 강력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성토하고 나선 남성은 20여편의 유명 영화에 출연했던 단역 배우 B(47)씨. 2011년 당시 모 연예기획사 대표를 맡고 있었던 B씨가 우연히 한 병원에서 15세 여중생이었던 A(20)씨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의 발단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 ◇ 만난지 4일 만에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


    이미 한 번 이혼한 전력이 있는 B씨는 당시 두 번째 부인과 이혼 소송 중이었다. 2011년 8월경 입원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모 병원을 찾은 B씨는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A양과 마주치자 "연예인이 되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A양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교통사고로 무릎을 다쳐 병원에 입원했던 A양은 이후로도 아들을 병문안 온 조씨와 몇차례 만남을 가졌고, 만난지 겨우 4일 만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이 작성한 기록에 따르면 당시 "연예인을 시켜주겠다" "영화 시사회를 보여주겠다" "등록금과 병원비를 대주겠다"고 꼬드겨 환심을 산 B씨는 2011년 8월 17일부터 2012년 5월 19일까지 총 180여 차례 A양과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3월경 A양이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A양으로 하여금)시험에 대한 압박으로 잠시 (광주 소재)친구 집에 다녀오겠다"는 거짓 메시지를 쓰게 한 뒤 A양을 자신의 거처로 데려와 동거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B씨는 KBS N 최희(30) 아나운서를 협박한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2012년 1월 13일 웨딩화보 계약 문제로 최희 아나운서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며 최 아나운서 측을 고소했던 B씨가 거꾸로 최 아나운서를 겁주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

    같은해 6월 구속 수감된 B씨는 9월 9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 받았고, 2개월 뒤 열린 항소심에선 '무고죄'까지 추가돼 징역형이 확정됐다.

    문제는 B씨가 구속됐음에도 불구, A양이 달아나지 않고 매일 같이 B씨에게 '면회'를 가는 알 수 없는 행동을 보인 것. 이때 A양은 B씨에게 "사랑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여러차례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옥살이를 하는 동안 B씨의 자택에서 생활한 A양은 총 77번 면회를 가면서 150통의 편지를 B씨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9월 21일 '나홀로' 출산을 하게 된 A양은 돌연 경찰서를 방문해 B씨를 강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양은 경찰 진술 조사에서 "B씨가 가족들을 찾아가 행패를 부릴까 염려돼 피해 사실을 빨리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77번 면회 가면서 150통 편지 보내

    이후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B씨는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남부지법과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나이가 어리고 판단력이 부족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간음하며 정욕을 해소해 온 혐의가 인정된다"며 B씨에게 중형을 언도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마지막 상고심에서 "▲피해자가 매일 같이 면회를 오고 ▲사랑한다는 말과 문자 등을 주고 받은 점을 볼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유죄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에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 재판부(부장판사 이광만)는 지난해 10월 16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추가 증거로 제출한 원고의 편지와 일부 사진들은 앞선 공판에 제출된 자료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며 "피고가 원고를 성폭행한 것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판단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가 편지를 쓰라고 강요를 해서 해당 편지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피고를 걱정하는 대목이 등장하고 있다"며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B씨와 A양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함께, 두 사람이 나눈 대화 녹취록, 편지 등을 유력한 피해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접견 녹취록에 B씨가 A양을 걱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고, 카카오톡 메시지에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문구들이 쓰여진 것을 고려할때 해당 증거들은 '강요에 의한 관계'를 암시하는 게 아니라, B씨와 A양이 '사랑의 감정'을 갖고 성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있는 반대 증거라고 판단했다.

    고소인과 피고인을 '사랑하는 사이'로 판단한 유례없는 판결이 연달아 나오자 검찰은 '재상고'를 요청했고, 현재 대법원에서 마지막 심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진술' 부정확..고영욱에게 먼저 연락 시도

    한편, 수년 전 13~17세에 불과한 미성년자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던 방송인 고영욱(40)도 항소심 공판에서 "C양(당시 13세)과의 성관계(구강성교)는 '애정 관계'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항변이 받아들여져 형량이 2년 6개월로 감형된 전례가 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C양이 '고영욱과의 만남과 통화를 꺼려했다'는 진술을 했지만 정작 휴대폰 통화기록을 보면, 고영욱에게 먼저 연락을 시도한 적이 있고 친밀한 문자까지 보낸 정황이 나온다"며 "3차례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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