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의사 밝혔지만, 또다시 의총에서 유임 결정…탄핵 절차 협상 준비 돌입
  •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재신임 받은 가운데, 7일에는 오는 8일에 있을 탄핵절차 논의를 위해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6일 재신임 받은 가운데, 7일에는 오는 8일에 있을 탄핵절차 논의를 위해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의원총회를 통해 사실상 두 번째 재신임을 받으면서 이제는 당을 중심에서 이끌어가는 모양새다.

    7일 새누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는 오는 8일 오전 10시 국회의장 주재로 탄핵 절차 논의를 위한 여야 3당 원내대표 회의 준비를 위해 외부 행사 일체를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일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한 달 전 거국중립내각 구성이 끝나면 물러나겠다고 했다"면서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어 "여소야대 총선과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집권 여당이 무력감과 패배주의에 짓눌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오는 9일 탄핵 표결 후에 이 패배주의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빨라진 대선 시기에 맞춰 심기일전하면서 정치일정에 대한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었던 의원들은 박수로 정진석 원내대표의 유임을 결정했다.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셈이다.

    이같은 결정에는 당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중진 의원이 없어지고 있는 배경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현재 리더십 공백을 좀처럼 메우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 차기 지도부조차 당내 인사를 고르지 못했고, 외부인사 영입마저 실패하면서 논의가 표류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4.13 총선에서 공천 파동을 계기로 친박계에서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이 2선으로 물러난 것은 물론, 8·9 전당대회를 통해 이주영, 정병국, 주호영 의원 등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당을 이끌 중진 층의 목소리가 약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특유의 '낀박' 스탠스를 유지한 것이 재신임에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친박계 지도부가 이끄는 최고위원회의와 비박계 중진들이 이끄는 비상시국회의에 모두 불참하면서 '제3의 길'을 꿋꿋하게 걸었다. 동시에 야당에 대한 공세도 늦추지 않았다.

    6일 의원총회에서도 그는 "9일 탄핵 소추가 이뤄진다면 당론으로는 투표용지를 귀속시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야당의 대통령을 탄핵한 뒤 하야시키겠다는 주장이나 투표지를 찍는 등의 행동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고 한 바 있다.

    이런 행보에 정 원내대표의 재신임 문제는 초선 의원 모임에서 먼저 제기됐다. 같은 날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초선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표결에 관해 모인 의견은 없다"면서 "유일하게 결론 난 것은 정진석 원내대표 사퇴문제에 대해서는 지금은 아니라고 얘기하자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 ▲ 반기문 UN사무총장. 충청권 정치인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기문 사무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반기문 UN사무총장. 충청권 정치인인 정진석 원내대표는 반기문 사무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또 다른 이유로는 충청권 국회의원 출신인 정진석 원내대표가 반기문 UN사무총장과 가깝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원수 사무차장을 만나) 대화를 나눈 사실이 있다"면서 "반 총장이 △청년실업 △양극화 △고령화 △개헌 이상 네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밖에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정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예상되는 지도부 공백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미 지난달부터 언론에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12월 21일에 사퇴할 것"이라면서 "차기 지도부를 구성해달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차기 지도부 구성이 난항을 겪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정현 대표는 12월 21일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원내대표가 당 대표의 권한을 대행하게 되는데, 정 원내대표마저 동시에 물러나는 그림이 된다면 지도부 공백이 극심해진다는 이야기다.

    한편 정 원내대표는 지난 9월 24일에도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후에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정 원내대표는 이정현 대표와 김세연 의원 등이 계파를 불문하고 사퇴를 만류하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재신임을 받았다.

    이처럼 정 원내대표가 두 번이나 재신임을 받으면서 새누리당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계파색이 옅은 보수성향의 초·재선 의원으로서는 분당 갈림길에 서 있는 비박계나 친박계에 남아있기보다는 둘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안전하다 생각할 수 있다"면서 "곧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대선주자와 가까운 것도 그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