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장동력이 이제 나라경제 갉아먹는 계륵, 적폐 돼버려

  • 이성호 / 자유기고가

    다른 장소도 아니다. 서슬이 시퍼렇다 못해 촛불과 횃불에 화형이라도 걱정해야 할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또다른 대한민국의 적폐가 터져나왔다.

    한화증권 前대표이사, 주진형사장은 "대기업 생리가 조폭과 같다."고 일침해 파장을 일으켰다.그것도, 직전 고용주인 한화그룹 회장을 포함한 대기업 회장 8명이 증인석에 앉아 있는 가운데 말이다.

    참으로 대한민국의 민낯이 온천하에 드러나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업 <조폭문화>, <갑질문화>는 조직폭력배의 문제가 두목의 잘못 만이 아니듯이 비단 총수의 문제가 아니다.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타인을 밟고, 온갖 갑질을 일삼는 것은 중간보스, 대기업 임원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엘리트인 그들이 조폭과 같이 폭력적이고 이기적이며 잔혹해진 지금, 경제민주화와중소기업 상생과 같은 경제담론은 개개인의 승진과 연봉보다도 중요치 않은 문제가 되어버린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팔목을 자르는게 주업무인 조상무처럼, 중소기업 몇개, 노동자 몇 천명 따위는 자신의 인사평가를 위해 죽일 수 있는 그들이 <대기업 조폭 문화>의 중핵인 것이다. 총수를 앞세워 멀쩡하게 엘리트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재계의 최순실이고, 우병우이며, 차은택인 것.

    아래는, 어느 미래학 서적에서 지적된 한국 대기업 문화이다.
  • 죄책감이라고는 없이 조직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간부, 혹시라도 보스 대신 감옥에 들어가면 더 큰 보상을 약속받는 구성원, 보스가 교도소에 있을 때 자신의 계보를 키우는 중간 보스, 신참 젊은이들은 이런 모습을 그대로 학습하는 조직 문화가 있다.

    조폭 영화 ‘신세계’ 이야기가 아니다. 폭력조직의 문화를 표현한 듯하지만, 영화 ‘베테랑’에서 우리 국민 천만 이상이 봤던 일부 대기업 문화가 사실 이것에 가깝다.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위해 피와 눈물도 없이 냉정해야 하는 것은 폭력조직이나 일부 대기업이나 놀랍도록 유사하다. 2013년 포스코에 재직했던 상무의 ‘라면사건’으로 약간의 민낯을 드러냈던 대한민국 갑질의 갑, 대기업 임원들의 이야기이다.

    전국의 가장 부촌에 거주하며, 배우자에게는 수입차와 모피를, 자녀들에게 해외유학을 선사해주는 대기업 임원들의 모습은 한국 젊은이들에게 성공 롤모델이 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회 오피니언 리더로, 억대 연봉의 대표 계층으로 인식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대기업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사회적으로 위험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부와 명예를 쥔 대한민국 엘리트의 일부 핵심층이 조직의 이익과 개인의 성공에 매몰되어 사회도덕과 경영윤리 붕괴에 앞장서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대기업 우호정책으로 몰매를 맞았던 이명박 대통령시대, 정작 경제민주화를 통해 사법부가 유지해온 수십 년 간의 ‘3·5 법칙’은 깨졌다. ‘3·5 법칙’은 재벌 총수들에 대한 법정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한결 같은 판결을 꼬집는 표현이다. 이 기간 4~5개의 대기업 총수가 법정구속 되었고 대다수가 예전보다 엄격해진 특별사면으로 대부분 형기를 채우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경제민주화로 많은 대기업이 검찰수사를 받았다. 총수들을 재단하는 잣대는 이렇게 엄격해졌지만, 정작 이 모든 탈법과 불법행위를 실무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한 대기업의 임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2012년 한화그룹부터 2014년 CJ까지 이어진 다수의 대기업 검찰수사에서 임원의 수감 비율은 약 22% 수준으로 알려졌다.

    탈세와 비자금조성, 배임, 횡령 등 대기업 불법행위의 근원적 책임은 리더인 오너가 가장 크지만, 이것을 기획하고 실행으로 옮기는 실무자는 대기업의 임원들이다. 이들 일부는 오히려 총수의 구속수감 후에 그 조직 안에서 더 커진 권한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경영윤리의 반전현상은 조직 내에서 철저히 세습된다. 조직을 위한 임원의 불법행위가 개인의 신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간부들에게 학습되고, 간부들은 직원들에게 조직을 위해 희생할 준비를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승진과 성공을 위해 도덕적 해이가 용인되는 조직, 이것이 ‘미생’의 세계이며 현실이다. 법치와 양심이 망각되어 오직 성공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미생들의 세계가 바로 일부 대기업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오너인 총수는 한결 같이 실적개선을 요구하고 이러한 끊임없는 요구에 임원은 가장 쉬운 비용절감이라는 경영전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확실한 비용절감 방법은 바로 인건비 삭감이다. 그러나 근래 한국의 경영환경에서 정리해고와 권고사직 등 고용과 관련된 기업의 해법은 대외 리스크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 부작용 없는 손쉬운 비책은 협력업체 쥐어짜기로 귀결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성장과 이익증대가 협력업체 중소기업에 전달되는 낙수효과는 커녕, ‘협력업체 단가 후려치기’가 일부 대기업 임원들에게 승진 티켓이 되어버린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경영환경은 지난 수년 간 극도로 악화되어 왔다. 기업의 경영혁신과 체질개선 슬로건이 일부 대기업 임원들에게는 협력사에 대한 퇴출 협박과 단가 압력이나 마찬가지인 현실은 대기업 갑질의 주역이 누구인지, 협력업체를 소작농 취급하는 직접 가해자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보스가 시키는 대로, 구역 소상공인들의 푼돈을 빼앗는 행동대장들과 그들의 행태는 닮은 점이 꽤 많다.

    대한민국 GDP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 그러나 그 내부의 경영윤리와 조직문화는 수십 년 간 변화하지 않은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거대 조직을 이끄는 리더인 총수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이 사회의 대표 엘리트 집단인 대기업 임원들 일부의 윤리의식이 결여된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 상명하복의 군대식 대기업 성공신화는 이제 사회 제도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 사회에서 결과와 과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총수를 법원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대기업 수사의 클라이맥스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작 불법행태의 설계자이자, 실행자 집단은 여전히 윤리의식을 잃은 채 엘리트 계층으로 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성공했으면서도 사회윤리를 상실한 채, 산업현장의 갑질 주역으로 우리 사회에서 관심을 받지 않은 집단이 명확해졌다.

    지금과 같이 대기업 총수 일가에 엄격한 잣대를 유지하는 한편, 그 휘하에서 불법경영과 탈법행위를 일삼는 임원들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기준도 마련되어야 한다. 대기업 검찰수사에서 집행유예를 포함해, 사법부의 유죄 판결을 받는 해당 기업 임원들의 동종업계 복귀를 금지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그래야만 대한민국 대기업에 경영윤리가 보편적 가치로 인정될 수 있고 협력업체와 하청업체는 소작농 처지를 면할 수 있다.

    “걱정하지마. 내 선에서 다 알아서 처리할게.” 영화 ‘베테랑’에서 사고 친 재벌 3세(유아인 분)에게 오른팔 최상무(유해진 분)가 던지는 말이다. 산업현장의 수십만 중소기업은 공감한다. 이 나라에 최상무가 너무도 많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