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이후 개헌논의 이뤄질 것으로 전망, 안철수-반기문 연대는 부정적
  •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뉴데일리
    ▲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 ⓒ뉴데일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권 레이스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대통령의 퇴진이 기정사실화 되자 조기대선을 요구하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야권이 탄핵을 주도해왔고 촛불민심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탄핵 정국 이후 여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7일 "막연하게 야당으로서 촛불집회에 같이 참여해서 박 대통령을 탄핵했으니까 (여론이) 자연적으로 내게 올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보기엔 이런 상황이 도래했으니 야권에 당연히 갈 것 아니냐 이런 얘기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누가 유리하다, 불리하다를 속단하기 굉장히 힘들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69년도에 샤를 드골 대통령이 그 당시 파리 시민들에 의해 물러났다. 10년 지적된 정권이 물러나니까 자연적으로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리라는 것이 거의 모든 사람의 얘기였다"면서 "그러나 결과를 보니까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드골 이후 프랑스 5공화국 2대 대통령에는 드골의 지지자이자 드골의 집권 시절 수상을 맡았던 조르주 퐁피두가 당선된 것을 지적한 셈이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대통령을 향해 "탄핵안이 의결되면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심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압박해 조기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초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에 묶인 반면, 이재명 성남시장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여권에도 대선후보를 내세울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친박(親朴)과 비박(非朴) 간 내홍이 이어져 분당의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당초 여권 유력주자로 불리던 반기문 총장의 대선출마도 불투명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일찍부터 조기 대선을 요구해왔다.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면서 3단계 정국수습안을 내놨다.

    김종인 전 대표는 "(국민은) 나라를 어떻게 잘 지켜가야 할 것인가까지 생각을 한다고 본다"며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나라가 안정을, 나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인 측면을 확보할 수 있는 인물이 누가 되느냐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자연스럽게 개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을 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 체제를 앞으로 어떻게 끌어가야지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에 자연적으로 정치 폐습에 대한 논쟁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기 대선이 예상되면서 개헌 논의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 대통령이 개헌을 못한다 해도 대통령 출마하는 사람들이 개헌에 대해 자기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는 개헌에 대해 반대하는 문재인 전 대표 역시 개헌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열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뉴데일리
    ▲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뉴데일리

    또한 김종인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 부분에 대해서도 "미리 단정 지을 얘기는 아니다"며 당을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재인 전 대표가 계속 개헌에 반대하고, 이러한 문 전 대표를 민주당이 대선후보로 세울 경우 당을 떠나 개헌세력과 함께할 수 있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 김종인 전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연대에 대해서는 "거의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종인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는 처음부터 정계에 데뷔할 때부터 지향하는 목표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며 "국민의당이 대선출마를 위한 하나의 기초를 닦기 위해 만든 것이라 그걸 포기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전 대표 본인도 지난 3일 반기문 총장과의 연대에 대해서 "제 머릿속에는 들어있지 않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아울러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일각에서 계속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의 연대를 말하는데 분명 새누리당과의 연대는 없다. 나는 부패 세력과 연대는 절대 안 한다"라고 못 박았다. 

    현 탄핵정국에서 여당인 새누리당과 연루되는 것 자체가 야권 지지층 이탈의 원인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안철수 전 대표가 새누리당과 반기문 총장 모두와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내년 대선에서는 야권 표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됐다.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출범했던 국민의당인만큼 더 많은 중도·보수층의 표를 모을 수 있었지만 스스로를 야권에 고립시키면서 기회를 버렸다는 일각의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