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귀환 위해 차이잉원 정부와 협력, 폭스콘 공장 인도로 이전한다면
  • ▲ 트럼프 당선자는 미니애나폴리스에 있는 '캐리어'社의 공장이 멕시코로 이전하는 것을 막았다고 자랑했다. 美캐리어社 공장방문 당시 모습. ⓒ美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트럼프 당선자는 미니애나폴리스에 있는 '캐리어'社의 공장이 멕시코로 이전하는 것을 막았다고 자랑했다. 美캐리어社 공장방문 당시 모습. ⓒ美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2월 2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美45대 대통령 당선자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를 한 것을 놓고 中공산당이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에게 직설적으로 반발하기 보다는 “대만의 공작에 넘어간 것”이라며 대만 정부를 더 비난하고 있다. 왜 그럴까.

    中공산당은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이후 그의 말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까 두려워하고 있다. 문제는 그 수단과 방법이었는데, 트럼프 당선자가 中공산당이 상상을 못했던 ‘카드’를 쓸까봐 두려운 것이다.

    中공산당은 지난 2일 트럼프 당선자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 간의 전화 통화 이후 양측의 통화내용보다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주장만 거듭하고 있다. 그 주장에는 “하나의 중국 정책 파기라는 전략이 트럼프 측에서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中공산당의 특징일 뿐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中공산당의 반발 이후에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中공산당의 반발이 전해지자 이렇게 말했다.

    “대만 총통이 나에게 당선을 축하한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아니, 수십억 달러 이상의 우리(미국) 무기를 구매하는 나라의 지도자가 축하 전화를 걸어온 것을 받으면 안 되느냐?”


    트럼프 당선자의 다음 트윗은 "대만 문제에 대해 어떤 나라든 中공산당과 상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中공산당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드는 말이었다.

    “중국은 언제 우리한테 상의하고 환율을 조작하고, 우리나라 제품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했냐? 그들 나라(미국은 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가 남중국해에 대규모 군사시설을 건설했을 때도 우리와 상의했느냐? 나는 생각이 다르다.”


    주변국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을 일으킨 남지나해 일대 문제와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던 행동, 자국 경제를 내세워 환율을 조작한 행동 등을 대놓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트윗이 알려지자 中공산당은 열 받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직접적인 공격성 발언은 자제했다. 대신 대만이 ‘공작’을 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차이잉원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대만 언론과 트럼프 당선자에게 반대했던 미국 언론들도 가세했다.

    美‘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측근 가운데는 대만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있으며, 차이잉원 총통 측은 트럼프 당선자와의 전화통화를 몇 달 전부터 준비했다”고 보도했고, ‘안티 트럼프’ 언론들은 이를 즉시 인용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차이잉원 정부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기 몇 달 전부터 그의 당선을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정말 그랬을까.

    이 같은 보도에 대해 中공산당은 짐짓 태연한 척하면서 또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조했다. 지난 5일 루캉 中공산당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미 관계에서 대만 문제는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의제”라면서 “중미 양국이 수교 후 40년 가까이 관계를 잘 발전시킬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미국이 전반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中공산당의 주장은 트럼프 당선자가 ‘美-中 관계’를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실패작’으로 본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유세 기간부터 中공산당을 향해 강한 비판을 해왔다. 핵심은 막대한 금액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두면서도 그에 걸맞은 반대급부는 내주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부수적으로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중국으로 떠난 미국 기업들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시범사례는 바로 ‘애플’이었다.

  • ▲ 美공화당 전당대회(RNC) 연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모습. 그는 대선 기간 동안 '애플'처럼 해외에 하도급을 주면서 공장을 없애는 미국 기업을 비판했다. ⓒ美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美공화당 전당대회(RNC) 연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모습. 그는 대선 기간 동안 '애플'처럼 해외에 하도급을 주면서 공장을 없애는 미국 기업을 비판했다. ⓒ美NBC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유세 중 “나는 자국 국민들의 고용에는 무관심한 애플 같은 기업은 싫어한다”면서 “앞으로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만 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았다. 그런데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단 한 번의 전화통화를 두고 中공산당이 온갖 비난을 퍼붓자 한 마디를 던진 것이다.

    中공산당이 걱정해야 할 부분은 트럼프의 말이 아니라 그 다음부터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의 기업들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막은 뒤 SNS와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을 알렸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12월 1일(이하 현지시간) 공조기기 생산업체 ‘캐리어’에게 향후 10년 동안 700만 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 美인디애나州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제조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철회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인디애나폴리스의 공장 근로자 2,000여 명은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지난 12월 3일에는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볼베어링 등 산업용 부품제조업체 ‘렉스노드’의 멕시코 공장 이전도 막았다. 이때는 “미국을 떠나는 기업에게는 35%라는, 징벌적 과세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세제혜택과 징벌적 과세라는 ‘당근과 채찍’을 활용해 미국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을 막고, 해외로 공장을 옮긴 기업이 본국으로 귀환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이런 트럼프 당선자의 눈에 띠는 중국 내 미국관련 기업은 ‘애플’이다.

    미국 IT기기 업체인 ‘애플’은 상징적인 의미를 여럿 갖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과점지배하는 PC의 OS 시장, 구글의 힘이 커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애플’은 주요 부품은 한국 전자 기업으로부터 구매하고, 부품 조립은 대만의 홍하이 그룹 계열사인 폭스콘을 통해 하고 있다. 폭스콘이 조립·생산하는 ‘애플’ 제품 대부분은 대만이 아니라 중국 본토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 ▲ 대만 홍하이 그룹 계열사 '폭스콘'의 주요 고객들. 중앙에 '애플'이 보인다. ⓒ홍하이 그룹 홍보자료 캡쳐
    ▲ 대만 홍하이 그룹 계열사 '폭스콘'의 주요 고객들. 중앙에 '애플'이 보인다. ⓒ홍하이 그룹 홍보자료 캡쳐


    대만 홍하이 그룹은 일본의 유명 가전기업 ‘샤프’까지 인수할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다. 2015년 말 매출액 1,340억 달러(한화 약 160조 원), 영업이익 45억 달러(한화 약 5조 4,000억 원), 전 세계 고용인원은 150만 명에 달한다. 주식은 대만, 홍콩, 런던에 상장돼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 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런데 이 홍하이 그룹의 영업이익 가운데 60% 가량이 ‘애플’로부터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폭스콘에서 나온다고 하니 美정부의 압박을 무시하기가 어렵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는 매일 수십만 대의 ‘애플’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비인간적인 대우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자살을 한 사례가 많다.

    대만 폭스콘은 2015년 8월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공장을 인도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10년 동안 5조 8,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과 함께 연구개발 센터도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은 中현지 노조와의 갈등을 피하려고 인도로 간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트럼프 당선자의 눈에 이런 대만 기업, 그리고 ‘원가절감’을 이유로 해외에 외주를 주는 ‘애플’과 같은 기업이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 ▲ 中본토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2,000여 명의 직원들이 처우 불만 등을 이유로 패싸움을 벌였을 당시 中공안 시위진압대의 모습. 대만 홍하이 그룹 계열사 '폭스콘'은 근로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로 악명이 높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中본토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2,000여 명의 직원들이 처우 불만 등을 이유로 패싸움을 벌였을 당시 中공안 시위진압대의 모습. 대만 홍하이 그룹 계열사 '폭스콘'은 근로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로 악명이 높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비즈니스맨’인 트럼프 당선자가 中공산당에게 압박을 한다면, 처음부터 정공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신 ‘차도살인지계’로 대만 정부에게 ‘정치적 혜택’을 주는 대신 홍하이 그룹을 압박, 중국 공장을 철수시키고 단계적으로 ‘애플’의 수주를 받지 말라고 압력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트럼프 당선자가 대만 정부와 협력해 폭스콘이 ‘애플’ 제품의 수주 대신 동아시아에 있는 다른 대형 IT기업의 제품을 수주 받을 수 있도록 ‘중개’해 손실을 줄이고, 주요 공장을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고, ‘애플’을 다시 美본토로 돌아오도록 만들면, 피해를 입는 것은 中공산당 뿐이다. 중국 본토에서 수십만 명이 동시에 실직하면, 지역의 정정 불안이 심해지고 中공산당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또한 트럼프 정부와 차이잉원 대만 정부 간의 ‘협력 관계’가 표면화되면, 美방산기업들이 대만에 자유롭게 무기를 판매하고, 대만은 사고 싶었던 무기를 살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양안 관계’를 설정해 온 中공산당의 노력 또한 수십 년 후퇴하게 된다. 이것이 中공산당이 트럼프 당선자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전화통화’를 두고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하지만 中공산당은 여전히 트럼프 당선자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자신들이 강대국이 되었다는 착각에 너무 오래 빠져 있어서일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서로 덕담을 주고받은 것을 보면,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즉 트럼프 당선자는 “정치인으로써 최고의 자리에 선 대통령”이라는 생각보다는 “비즈니스맨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 ▲ 대선 유세 중 엄지를 들어 보이는 트럼프 美공화당 후보. ⓒ美N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대선 유세 중 엄지를 들어 보이는 트럼프 美공화당 후보. ⓒ美N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런 면에서 보면, 트럼프 당선자가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지도자와의 통화에서 ‘칭찬’을 한 것은 ‘덕담’ 수준에 불과하다. 어쩌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통화는 ‘향후 대중전략+덕담’을 조합한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中공산당의 태도는 그들 스스로가 ‘옹졸한 소국’ 지도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거나, 아니면 중국은 시장경제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中공산당 서열에 따라 富의 규모와 성장이 정해지는 중국이 '싸움꾼' 트럼프에게 이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