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초·중순엔 절대 결정 안 나온다"… 대체 왜?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각오한 듯한 발언을 내놓음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는 이제 가정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과 의원들에게 두루두루 미안한 마음"이라며 "탄핵소추가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과정을 보면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가결을 각오한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서청원 전 대표 등 '친박 핵심'으로부터 새누리당 의원들의 탄핵 찬성·반대 동향을 전달받은 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9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탄핵소추 가결을 막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은 이번 주말부터 현직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국무총리의 대통령권한대행 체제라는 그림이 펼쳐질 공산이 매우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향후 정국의 전망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을 정리한다.

  • ▲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인 비상시국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인 비상시국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황영철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9일 본회의 탄핵소추안, 새누리당만 가세하면 가결될까

    새누리당 '친박 핵심'은 물론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인 비상시국회의도 나름대로 열심히 자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탄핵에 대한 찬반의 표 집계를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탄핵소추 의결의 모든 변수가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보수 정치 세력을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리자"고 선동한 것처럼, 친노·친문 호헌패권세력은 이 틈을 타서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에 궤멸적 타격을 입히려고 획책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박계를 포함한 새누리당의 대규모 가세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버리면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시쳇말로 '재미'가 없다. 이미 '끝장난 권력'인 박근혜정권을 향해 확인사살을 한 것에 불과한 까닭이다. 이미 대통령 당선인이 된 듯이 행세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향후 대권 가도에 장애가 되는 모든 걸림돌들을 이 기회에 불살라버리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친문패권세력의 의도적 반대표 시나리오가 회자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회법 제130조 2항에 따라 탄핵소추의 여부는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문재인 전 대표에게 절대 충성하는 '문재인 키즈' 국회의원들을 조직해, 고의로 부(否)표를 던져 부결시킨 뒤 그 책임을 전부 새누리당 친박·비박계에 뒤집어씌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6일 취재진과 만나 "야당 일각에서 음모 수준의 이야기들이 들리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탄핵안을 부결시키기 위한 세력들은 국민 앞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은, 이러한 책략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경고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 '친문패권세력이라면 능히 할법한 장난'이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실제로 결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토사구팽(兎死狗烹)과 '배신의 정치'는 친노·친문의 전매특허"라며 "문재인 전 대표도 대통령이 되고나면 2020년 총선에서 '공천 대학살'을 하려고 할텐데, 그런 책략을 결행하면 국회의원들에게 '약점'이 잡히게 되기 때문에 선뜻 결행하려 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탄핵소추안 의결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즉시 하야 가능 여부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헌법학자 간에도 의견은 나뉘지만, 나는 탄핵 의결 이후에도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다고 본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이 의결되면 즉각 사임부터 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권한행사가 정지된 대통령은 사임할 수 있는가. 문재인 전 대표가 스스로 밝혔듯이 헌법학계에서는 견해가 갈리고 있다. 이는 관련 사항을 규정한 국회법 제134조 2항이 유독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관해서는 '입법의 흠결'에 해당할 정도로 불분명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국회법 제134조 2항은 후단에서 '임명권자는 (탄핵소추가 의결된)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입법의 취지는 피소추자의 사임·해임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입법의 취지에만 충실하자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뒤에는 사임, 이른바 하야를 할 수 없다.

    하지만 법문의 형식을 보면 '임명권자'가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임명권자'의 존재 자체가 전제돼 있는데, 대통령은 달리 임명권자가 없다. 그러므로 해당 규정은 임명직 공직자에만 적용될 뿐, 대통령 등 선출직 공직자에게는 애시당초 해당 사항이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을 국회법 제134조 2항 적용의 예외로 볼 수 없다"고 밝혔고,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률 문헌상으로는 그렇게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 송달되면 하야를 할 수 없다는) 해석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없기 때문에 탄핵심판 절차 도중 사퇴할 수 있다"고 했고,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법 제134조 2항은 임명직 고위공무원에만 적용될 뿐, 선출직인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개진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탄핵 도중 대통령 사임가능설'에 기대어 주장한 것과 달리, 새누리당은 '탄핵 도중 대통령 사임불능설'의 입장에서 맹공을 가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은 6일 성명을 통해 "법률가 출신인 문재인 전 대표가 헌법을 일탈한 방식으로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본인의 권력 욕심만 생각하는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입법의 흠결 때문에 탄핵심판 도중 사임이 가능한지 어떤지가 분명히 정리되지 않으면, 문제를 법적·절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수순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뒤에도 '즉각 사퇴하라'면서 거리와 광장에서 불필요한 국론 분열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며 "헌법학자들과 원로 법조인들이 서둘러 중지를 모아 해석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대통령권한대행이 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대통령권한대행이 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대통령권한대행인 국무총리는 교체할 방법 마땅치 않아

    9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언제가 될지 모르는 결정 때까지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야당으로서는 떨떠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이후, 대통령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국무총리를 교체할 방법이 있을까.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날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어디 있느냐"며 "찾아보면 다 방법이 생긴다"고 했지만, 헌법 상으로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헌정의 선례를 봐도 이승만 박사 이후의 우양 허정 외무장관, 박정희 대통령 이후의 최규하 국무총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던 때에 고건 국무총리 등이 대통령권한대행을 맡았지만, 대통령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던 이들을 교체하거나 경질한다는 발상은 나온 적이 없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탄핵한 뒤에 총리도 교체한다는) 야당의 주장들은 법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희망을 담아서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 ▲ 공개변론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 ⓒ뉴시스 사진DB
    ▲ 공개변론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 ⓒ뉴시스 사진DB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 언제쯤 내놓을까

    국회 본회의에서 9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된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심판기간을 180일로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헌재법 38조에 '180일 시간 규정'이 있지만, 구속력이 없는 훈시 규정"이라고 지적했는데, 이것은 일단 옳은 말이다. 헌재 뿐만 아니라 법원도 심판기간을 정해놓은 각종 법령에 대해서는 일관해서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 통진당 정당해산심판에도 동일한 조항이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180일을 훌쩍 넘긴 1년 1개월여만에 결론을 낸 적도 있다.

    다만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이라는 점에서는 사안이 매우 중대하기 때문에, 심판기간을 정해놓은 조항이 단순히 '훈시 규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심판을 미룰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헌재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67일 만에 끝낸 전례도 있다. 심판을 미루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51조는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안종범·정호성 등이 기소돼 형사소송절차에 돌입했다는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이다.

    법조계와 헌법학계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본인도 아닌 공범 관계자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헌재법 51조를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헌법재판소 스스로가 지난해 펴낸 '헌법재판소법 주석'에서도 "(제51조는) 탄핵 대상인 피청구인이 형사소송의 당사자, 즉 피고인일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해 서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해 서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심판기간 늘리는 것은 오히려 야당이 만든 탄핵소추의결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간을 길게 늘릴 수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38조나 제51조 따위가 아니라, 오히려 야당이 함께 만들어 지난 2일 발의한 탄핵소추의결서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3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의결서에서는 11개 항의 헌법 위배 사유와 3개 항의 법률 위배 사유를 적시했다. 문제는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된 사유 대부분이 추상적이거나 광범위해서 법리적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생명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위배를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법조계 관계자들의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일반 조항이다. 이 조항으로부터 생명권이 헌법 상의 기본권으로서 도출된다고 해석하기는 하지만, 이를 탄핵소추 사유로까지 적시한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 제10조의 내용 중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1962년 제3공화국 헌법, '행복추구권'은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에서 각각 신설됐는데, 너무나 당연한 천부인권·자연법적인 기본권을 명문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비판이 많았다"며 "마치 규정되지 않은 자연법적 천부인권은 보호받지 못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962년과 1980년 개헌 과정이 둘 다 국회를 초헌법적으로 해산한 뒤에 이뤄졌기 때문에, 부족한 정통성을 보완하기 위해 억지로 인권을 강조하려다보니 들어간 조항으로 해석된다"며 "극히 추상적인 일반 조항을 탄핵사유로 삼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대기업으로 하여금 특정 재단에 금품 출연을 하도록 한 행위를 헌법 제23조 1항의 재산권 보장 조항과 연결지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탄핵소추안에서 헌법을 적시한 부분은 언론의 자유 침해를 빼고는 별로 인용될 게 없고, 관건은 직권남용·강요죄 등 법률 위배를 주장한 대목"이라고 내다봤다.

  • ▲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심재철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심재철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9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은… 수정안? 원안?

    문제는 탄핵소추안이 이미 발의됐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6조 1항과 제40조 1항에 따라,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이 준용되며,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은 공소장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에 적시된 11개 항목의 헌법 위배 주장과 3개 항목의 법률 위배 주장은 모두 '공소사실'에 준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노무현 탄핵심판')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사법기관으로서 탄핵소추기관인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에 구속된다"고 밝혀,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인용될 가능성이 별로 없는 사실에 대해서도 일일이 판단하려다보면 심판기간이 늘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탄핵심판 과정에서 검사 역할인 소추위원을 맡게 될 새누리당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는 성실성의 문제로, 탄핵소추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야당과 탄핵소추안 수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사 출신 법조인으로서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탄핵심판'에서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 상의 잘못 등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소추사유가 될 수 없고, 탄핵심판의 판단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던 판례를 들어 야당을 공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유연하게 검토하겠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법리를 잘 모르는 극성 지지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월호 7시간' 등을 탄핵소추 사유로 집어넣고 어쩌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새누리당 비박계의 수정 요청으로 빼는 것처럼 모양새가 만들어지면 안성맞춤인 까닭이다.

    이미 발의한 탄핵소추의결서를 수정하려면, 9일 소집될 본회의에서 수정안을 상정해야 한다. 수정안은 원안에 앞서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에, '세월호 7시간' 등을 제거한 탄핵소추의결서 수정안이 의결되면 원안은 자동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한편 9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고나면, 공소장의 역할을 할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을 임의로 소추위원인 국회 법사위원장이 주장하거나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심판'에서 "소추의결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실을 탄핵심판 절차에서 소추위원이 임의로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탄핵의결 이후 소추위원 의견서에 추가된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겠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진행될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혹여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위헌·위법 사유가 드러나더라도, 탄핵심판 과정에서 소추위원이 이를 주장하거나 헌법재판소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는 셈이다.

  •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조찬 회동한 뒤 가지고 나온 메모지. 왼쪽에 1月末 헌재 판결이라는 글씨 밑에 행상책임(형사 x)이라는 표시가 선명하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조찬 회동한 뒤 가지고 나온 메모지. 왼쪽에 1月末 헌재 판결이라는 글씨 밑에 행상책임(형사 x)이라는 표시가 선명하다. ⓒ뉴시스 사진DB

    ◆'김무성 메모'의 행상책임이란? 추미애 주장대로 심리 기간 줄어들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를 놓고 이처럼 변수가 많은 가운데, 여야의 거물 정치인도 이 문제로 최근 논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모 호텔에서 가진 조찬 회동에서 이 문제가 중심적 화제로 거론된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가게 되면 결과가 내년 4월 이후에나 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럴 바에는 국회에서 여야가 '4월 퇴진~6월 대선'으로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판사 출신인 추미애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행상책임을 따지는 것이라, 빠르면 내년 1월에도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따지는 것과는 다르다"고 논박했다.

    비법조인인 김무성 전 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생경한 단어에, 메모지에 '1月末 헌재판결'이라 기재하고 그 밑에 '행상책임 (형사 X)'라고 적어넣었다. 이 메모지가 일부 매체 사진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추미애 대표가 판사 출신이라 행상책임을 거론했다고 하지만, 행상책임이라는 단어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널리 쓰이는 용어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손동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형법총론〉에 따르면, 행상책임(Lenbensfuhrungsschuld)은 금지된 것을 적극적으로 행하는 행위책임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손동권 교수는 "행상책임은 형사책임의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며 "(행상책임을 따지는 것은) 피고인의 사생활 비밀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고 사회 복귀에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유를 밝혔다.

    한 변호사는 행상책임이 거론된 판례를 구해달라는 부탁에 2010년 대구지방법원 판례를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행상책임은 추미애 대표가 사법시험을 보던 시절에는 좀 쓰였는지 몰라도, 지금은 법조계에서도 거의 쓰이지 않는 용어"라며 "가급적 최근의 대법원 판례를 구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하급심 판례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문제가 된 2010년 대구지법 판례(2010고단1017)는 ○○교대 교수의 상해 혐의를 다룬 판례다. 동료 교수와 제자에게 폭행을 가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모 교수에 대해 해당 교대 구성원들로부터 탄원서가 제기됐는데, 교수 신분이 당연 상실되는 징역형을 선고해달라는 탄원이었다.

    이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평소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케 하는 언행을 했고, 제자들에게 심한 언어폭력을 가했으며, 최근 4년 간의 강의평가 결과도 최하위고, 대학원생들에게 저서를 강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따라서 교수 임용 결격 사유나 당연 퇴직 사유가 되는 징역형을 선고해달라는 탄원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법언처럼 양형은 행위책임에 기초하는 것"이라며 "행상책임은 부가적이고 제한적으로만 수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범행은 동료 교수와 대학원 운영에 관해 언쟁하거나 제자를 지도면담하던 도중에 저지른 것이고, 나머지 (탄원서에 적시된) 원인 사실은 폭력범죄인 이 사건 범행의 직접적인 양형요소로 참작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징역형이 아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교수로서의 자질과 인격을 갖추지 못했는지는 (이 형사재판이 아니라) 징계처분절차인 행정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판시했다.

  •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1일 회동을 마친 뒤 헤어지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이 지난 1일 회동을 마친 뒤 헤어지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탄핵심판 본질은 징계처분, 형사책임 가리는 형사재판과는 달라

    이 판례와 추미애 대표가 주장하는 바를 결합하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해진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그 법문 상의 요건이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헌법 제65조 1항)로 돼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의 법령을 준용하기도 하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형사책임을 따져야 한다.

    하지만 그 본질은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다. 이는 탄핵심판의 결과는 "파면함에 그친다"(헌법 제65조 4항 본문)이며 "민·형사 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헌법 제65조 4항 단서)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별도의 형사소송 절차에 의해야 한다는 점만 봐도 명백해진다.

    추미애 대표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따지는 것은 형사책임이 아닌 행상책임이라는 점을 갈파한 것은 이 때문이다. 추미애 대표는 탄핵심판의 본질을 징계처분으로 보고, 그렇다면 공직으로서 파면하기에 충분한지를 따지는 것으로 족하기 때문에 그 심리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감옥에 갈 것인지' 즉 형사처벌을 받을 것인지는 먼저 탄핵심판을 통해서 파면이 되고, 그러면 헌법 제84조가 규정한 불소추특권이 사라지면서 기소가 이뤄질 것이며, 그에 따라 진행될 형사재판에서 따로 형사책임을 따져볼 문제라고 본 것이다.

    대구지법의 판례 또한 형사재판에서는 행위책임만 따져야 한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하면서도 "자질과 인격은 징계처분절차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판시한 것도, 징계처분절차 성격의 행정소송에서는 행상책임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추미애 대표의 주장과 대구지법 판례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결국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은 엄격하게 형사책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는 완화된 절차일 수 있으므로, 그 심판의 기간은 단축될 여지가 있다.

  •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뉴시스 사진DB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뉴시스 사진DB

    ◆헌재 "대통령 파면에는 사유의 중대성 필요"

    다만 또다른 변수도 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적용되는 특수한 요건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심판'에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대통령에게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며,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 간의 분열과 반목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파면 효과가 이렇게 중대하다면, 파면 결정의 사유도 중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되려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게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서 국정를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해 파면 결정이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의 판시에서 알 수 있듯이 대통령은 선출직 공무원 중 국회의원과 함께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최고위급에 해당하며, 삼권(三權) 중의 하나인 행정부의 수반 지위를 넘어 국가원수의 지위를 겸한다. 따라서 탄핵소추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중대성'이라는 요건이 필요하다.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개개의 탄핵사유의 이유 유무를 일일이 가리는 것은 물론 그 중대성까지 판단해야 하는 절차가 추가되는 것이다. 게다가 피소추자인 대통령이 혐의의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점이 더욱 많다. 과연 추미애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빠르면 1월말까지 헌재에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공개 변론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공개 변론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헌법재판관이 심리 거부? "보이콧 일상인 정치권이 법조계 모독"

    1월말까지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이후의 전망은 복잡해진다. 1월 말일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만료되고, 3월 중순에는 다시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난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괴상한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1항에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심판정족수가 규정돼 있으므로,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면 남은 7명 중 1명의 재판관이라도 심리를 거부하는 순간 탄핵 절차가 무기한 중단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한 변호사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법조계를 모독하는 발상"이라며 "항상 자기네들이 평소 보이콧과 불출석, 농성 등을 밥먹듯이 하다보니 법조인들도 그럴 줄 아는 모양"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헌법재판관은 기본적으로 판사·검사·변호사로서 15년 이상 경력이 있는 법조인 중에서 임명한다. 대법관과 함께 법조계에서는 경력의 '끝판왕'에 해당하는 명예로운 자리다. 적법절차와 법치주의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아온 법조인 중에서도 가리고 가려 선별된 헌법재판관이 초(超)법적인 수단인 '심리 거부'를 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법조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헌법재판관의 임기 만료로 인한 퇴임이 거듭될수록 파면 결정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 2항 1호는 탄핵 결정을 할 때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판관이 하나둘 줄어들 때마다 탄핵 결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이정미 재판관까지 퇴임하고, 재판관이 7명이 남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2명의 재판관만 끝까지 반대해도 탄핵은 기각된다.

  • ▲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후임자 지명? '막장 인사청문회' 뻔한데 가능할까

    이에 따라 임기 만료로 공석이 된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의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 후임을 임명해서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지나치게 지연되지 않고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법학계에서는 대통령권한대행이 6년 임기의 헌법재판소장을 새로 지명할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특히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과 국회로부터 각각 지명과 동의를 얻어 간접적으로나마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인데, 대통령권한대행이 지명을 하게 되면 그나마도 결격된다는 게 이유다.

    헌법재판소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국무총리는 국민이 직접 선출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권한대행을 맡는다 해도)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며 "현상유지적 행위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현상유지적 행위'만 해야 한다는 게 헌법학계의 중론이지만,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출신으로 헌법학계의 최고권위자인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의 지론은 또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종섭 의원은 평소 수업을 통해 "대통령권한대행이 현상유지를 넘어서는 행위를 할 수 있느냐에 관한 학설의 대립은 실익이 없으며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예를 들어 전시 상황에서는 당연히 현상유지의 범위를 넘어서는 군 통수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계의 소수설과 야권 일각의 주장을 따라 대통령권한대행이 박한철 소장의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걸림돌은 산적해 있다.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전원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필수적이고, 특히 헌법재판소장의 경우에는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까지 거쳐야 한다.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 중인데 그 심리에 참여해 찬성과 반대 중 한 표를 던질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한다고 상정해보면 쉽게 그림이 그려진다.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인사청문위원들은 "만약 헌법재판관이 된다면 탄핵에 찬성할 것이냐, 반대할 것이냐"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인사청문 자체가 탄핵심판의 내용에 관여하고 간섭해서 독립성과 객관성·중립성을 침해하는 '막장 절차'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쉽게 그려지는데, 과연 대통령권한대행이 후임자를 지명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정미 헌법재판관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몫으로 임명된 재판관이다. 3월 중순에 임기가 만료되면 그 후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해야 한다. 하지만 인사청문과 관련해서는 똑같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 ▲ 헌법재판관들이 공개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헌법재판관들이 공개 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처음으로 소수 의견 기재될 수도

    언제가 될지 분명치는 않지만 언젠가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의 결정문을 내놓게 된다. 여기에는 헌정 사상 최초로 소수 의견이 기재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심판' 때 결정문에 소수 의견을 기재하지 않았다. 당시 시행 중이었던 구 헌법재판소법(법률 제6861호) 제36조 3항에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법문에 굳이 탄핵심판을 빼놓은 것을 탄핵심판 때에는 소수 의견 적시에 따른 국론 분열이 우려되니 이를 기재하지 말라는 입법자의 뜻으로 반대해석한 것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헌법재판소법 제34조 제1항은 평의를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으므로 개별 재판관의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하기 위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대한 예외 규정이 있어야만 한다"며 "위헌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에 대해서는 평의의 비밀에 관한 예외 규정이 제36조 제3항에 있으나, 탄핵심판에 관해서는 없어서 이 탄핵심판 사건에 관해서도 재판관 개개인의 개별적 의견을 결정문에 표시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그 이후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됐다. 현행 헌법재판소법(법률 제12897호) 제36조 3항은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탄핵심판에 있어서도 소수 의견을 기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견해로 결정을 내놓지 않는 한, 헌정 사상 두 번째의 현직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결정문에 소수 의견이 기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대선을 탄핵 결정 60일 이내에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대선을 탄핵 결정 60일 이내에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탄핵되면 60일 이내에 선거… 미룬다는 것은 초헌법적 발상

    언제인지 모를 그 시점에 만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청구의 인용, 즉 파면 결정을 내린다면 대통령은 그 직을 상실하고 우리나라는 대통령 궐위 상태에 놓이게 된다.

    헌법 규정은 분명하고 명료하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한다. "선거할 수 있다"가 아니라 "선거한다"라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헌법적 절차가 만약 다음 대선을 치르기에 무리하다면 더 합리적인 결정을 국민들이 공론을 모아서 해주지 않겠느냐"며 "또 '상황'에 따라서는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 '상황'이 무엇인지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헌법적인 절차를 넘어선 정치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면 그런 것은 국민 여론이 만들어줄 것"이라며 "이 단계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만 언급했다.

    대체 헌법적인 절차를 넘어서는 정치적인 해법이 필요한 '상황'은 무엇일까. 네이버 아이디 byi****은 관련 기사 댓글에서 "문재인 대표가 말하는 '상황'이라는 것은 100만 민란 같은 것으로 우리나라를 홀랑 뒤집어놓는 그런 상황을 얘기하는 거 같다"고 평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튿날 "도대체 문재인 대표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며 "참으로 초헌법적인 이야기"라고 개탄했다.

  • ▲ 공직선거법 제35조 1항에 따라 대통령 선거일을 지정하게 될 황교안 국무총리. 하지만 재량은 거의 없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공직선거법 제35조 1항에 따라 대통령 선거일을 지정하게 될 황교안 국무총리. 하지만 재량은 거의 없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조기 대선 선거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정하나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는 법률에서도 당연히 대통령 궐위 시에 60일 이내 대선을 치뤄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35조 1항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는 60일 이내에 실시하되,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권한대행자가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대선 선거일 지정이라는 막중한 권한을 황교안 국무총리가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선거일 50일 전까지는 선거일이 공고돼야 하므로, 6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는 전단과 결합해보면 재량의 범위는 불과 열흘 밖에 되지 않는다. 선거일을 공고하지 않고 있는 동안 10일이 경과해버리면, 60일 이내에 치르면서 50일 전까지 선거일을 공고할 방법이 없으므로 자동적으로 위헌·위법의 상태에 빠져버린다.

    따라서 열흘의 범위 내에서 선거일을 지정해야 하는데, 관례적으로 대선과 같은 큰 선거는 수요일에 치르는 것으로 돼 있다. 임기만료에 의한 '정상적인' 선거일은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라 항상 수요일이 실시하도록 아예 규정이 돼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선거일로 지정하고 임시공휴일로 하면 '연휴'가 되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고 외국으로 놀러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자연히 투표율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화요일이나 목요일을 선거일로 지정하더라도 '징검다리 연휴'가 되기 때문에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놀러나가는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수요일을 선거일로 지정하는 것밖에 대안은 없는 셈이다.

  • ▲ 대통령 선거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기 때문에 휴일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때에는 대선을 치르기가 여건상 어렵게 된다. 사진은 지난 대선이 치러졌던 2012년 12월 19일 외래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한 대학병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대통령 선거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기 때문에 휴일이 곳곳에 포진해 있는 때에는 대선을 치르기가 여건상 어렵게 된다. 사진은 지난 대선이 치러졌던 2012년 12월 19일 외래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한 대학병원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3월 초·중순에는 결정 안 나온다" 장담하는 이유는

    이런 점을 감안해서 차기 대선이 치러질 몇 가지 경우의 수를 뽑아보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주장대로 탄핵심판이 행상책임을 따지면서 빠르게 진행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기 전인 1월 말에 나온다고 하면, 결정 시점은 내년 1월 26일이 유력하다. 관례적으로 평의가 목요일에 열리기도 하고, 이튿날부터는 설날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1월 26일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떨어진다면 내년 3월 26일까지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3월 26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이날 대선을 치를 수는 없고, 결국 직전 수요일인 3월 22일을 선거일로 지정하는 게 유력해보인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설날 연휴가 끝난 직후인 1월 31일에는 50일 뒤인 3월 22일을 대선 선거일로 지정하는 공고를 해야 한다.

    박한철 소장이 퇴임한 뒤에 선임재판관으로서 재판소장직무대행을 맡게 되는 이정미 재판관이 임기 만료를 맞기 전인 3월 중순에 결정이 나오는 상황도 상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목요일이 결정일이 된다고 할 수만도 없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노무현 탄핵 심판' 때 금요일인 5월 14일 결정을 낸 바 있다.

    이번에도 그 때처럼 금요일에 결정이 나온다고 하면 3월 10일이 가능한 선택지다. 그 다음주 화요일인 3월 14일이 이정미 재판관이 임기 만료일이기 때문이다.

    3월 10일에 파면 결정이 나오면 5월 8일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5월초에는 대선을 치르기가 어렵다. 5월 8일은 월요일이고, 직전 주에는 수요일인 3일과 금요일인 5일이 각각 석가탄신절과 어린이날로 공휴일이라 황금연휴가 형성된다.

    그 사이에 낀 평일인 4일을 선거일로 지정해서 임시공휴일로 삼는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른바 '노동절'인 1일과 석가탄신절인 3일 사이에 끼어 있는 2일도 당연히 안 된다. 이러한 날을 선거일로 지정하는 것은 해외여행을 떠나라고 등을 떠미는 것과 같다. 결국 이 시점에는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가 없는 여건인 것이다.

    60일 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헌법의 규정이다보니 개헌(改憲)을 하지 않고서는 바꿀 방법도 없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개정이 용이한 공직선거법을 바꿔 50일 전까지는 공고해야 한다는 제한을 완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가뜩이나 '조기 대선'인데 선거일이 더 앞당겨져 후보자의 검증과 정책·공약 개발이 더욱 어려워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재판관들도 전부 법조인들인데 평의에 앞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을 리가 없다"며 "황금 연휴가 끼어 있어 대선을 치르기 어려운 4월말~5월초에 선거일이 걸릴 수 있는 3월 초·중순에는 심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된다"고 단언했다.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소추의결서 정본이 헌법재판소로 송달되면, 헌법재판소는 180일 이내에 결정을 해야 한다. 물론 훈시 규정이지만, 이러한 사안에서는 훈시 규정을 지키지 않기도 어렵다.

    12월 9일부터 180일째 되는 날은 내년 6월 6일이다. 기한을 최대한 채우면서 헌법재판소의 관례에 따른 평의와 결정을 한다면 4월의 마지막 목요일인 4월 27일이나, 5월의 마지막 목요일인 5월 25일도 결정 시점으로 유력하다.

    4월 27일에 파면 결정이 나온다면 6월 25일까지, 5월 25일이라면 7월 23일까지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6월 25일과 7월 23일은 각각 일요일이기 때문에 대선 선거일은 그 직전 주의 수요일인 6월 21일이나 7월 19일이 유력하다.

    6월 21일에 대선을 치른다면 황교안 권한대행은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5월 2일까지는 선거일 지정 공고를 해야 한다. 7월 19일의 경우에는 5월 30일까지 공고해야 한다.

  • ▲ 섀도 캐비닛 운영이 불가피할 차기 대통령의 첫 내각은 국회의원들이 입각할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사진은 이번 정부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입각한 바 있는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섀도 캐비닛 운영이 불가피할 차기 대통령의 첫 내각은 국회의원들이 입각할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사진은 이번 정부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입각한 바 있는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는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차기 대통령 첫 내각이 의원들에게는 '입각' 절호의 찬스?

    정상적인 임기 만료에 따른 대선이라면, 차기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 사이에 약 70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가 그동안 12월 중순에 대선을 치르고 2월 말에 취임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이 사이에 정권인수위원회를 꾸리고 첫 내각을 조각(組閣)하며, 인사 검증에도 나서게 된다.

    하지만 궐위로 인한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된다. 공직선거법 제14조 1항 단서는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규정한다. 선거일 익일 새벽에 개표가 모두 끝나고, 중앙선관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교부받는 순간부터 이미 피같은 5년 임기 중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인수위 절차도 모두 생략된다. 즉시 그날부터 청와대로 출근하면 된다.

    첫 내각을 천천히 조각할 시간도, 여유롭게 인사 검증에 나설 시간적 여유도 없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각 정당에서 대대적으로 현직 국회의원 위주로 섀도 캐비닛을 꾸려, 의원입각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이유다.

    섀도 캐비닛 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 임기가 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당선된 다음에 내각을 조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리 각료 명단을 만들어놓고 당선되자마자 그대로 가는 것으로 상정해야 한다.

    다만 이것이 현직 국회의원 위주로 될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는 △현직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미리 논공행상을 해놓아야 대선 시기에 당력(黨力)을 결집하기가 유리하다는 점과 함께 △현직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국회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적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특히 두 번째 사유가 중요하다. 당선되자마자 임기가 시작되는데, 국회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처 각료가 두세 번 낙마하다보면 첫 장관도 임명하지 못한 채 두세 달은 그냥 흘러가버리게 된다.

    치열한 선거전 끝에 야당(野黨)의 신세가 된 정당이 국회 인사청문을 호락호락 넘어가줄 리도 없다. 결국 인사청문 통과의 보증 수표인 '의원 입각'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차기 대통령의 첫 내각은 마치 의원내각제 국가처럼 '의원 입각'이 주종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공공연히 언급되는 개헌 공약 문제까지 결부해보면, 차기 정부부터는 나라가 내각제와 유사한 모델로 실질적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 ▲ 지난 2012년 12월 18일, 선거일 하루 전 밤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치러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마지막 유세 현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모습. 대선 일정이 바뀌면 12월 겨울밤에 이처럼 군중이 모이는 것은 흘러간 옛 추억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지난 2012년 12월 18일, 선거일 하루 전 밤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치러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마지막 유세 현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모습. 대선 일정이 바뀌면 12월 겨울밤에 이처럼 군중이 모이는 것은 흘러간 옛 추억으로 남게 될 공산이 크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크리스마스 앞두고 대통령 선출… 30년 만에 '흘러간 옛 추억'

    한편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 궐위에 따른 조기 대선'의 시점에 따라 5년 뒤부터는 대선의 시기가 재조정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2월 중순에 투표일 전날 자정까지 눈바람을 맞으며 대선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0년 만에 흘러간 추억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내년 조기 대선이 3월에 치러진다면 5년 뒤인 2022년 대선부터는 대선 시점이 1월이 되며, 대선이 5월에 치러진다면 차차기 대선 시점은 3월, 대선이 6월에 치러진다면 차차기 대선 시점은 4월로 재조정된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34조 1항 1호에서 "임기 만료에 따른 대통령 선거는 그 임기만료일전 70일 이후 첫번째 수요일"에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차기 대선부터는 다시 당선과 취임 사이에 70일의 시간적 여유를 두면서, 정상적인 '인수위 체제'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내년에 대통령 궐위에 따른 조기 대선으로 선출될 차기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친다는 전제 하에 그렇게 된다. 차기 대통령도 탄핵을 당하거나 하야를 하게 되는 등 비정상적으로 재임을 끝내게 된다면, 대선 시기는 또다시 요동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