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상승한 이 시장 지지율, 원조 親盧 지지자들 이탈 현상 조짐
  • ▲ 이재명 성남시장.ⓒ뉴데일리DB
    ▲ 이재명 성남시장.ⓒ뉴데일리DB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7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며 "저는 더 크고 튼튼한 그물을 짜기 위해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 남들이 하지않는 역할을 찾아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일각에선 이 시장이 연이어 무모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을 제기했다. 당시 그의 대선 지지율은 2.4%로 여야 주자들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이 성남시장의 지지율은 무서운 기세로 상승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5일 발표한 11월 다섯째 주 주간 집계에 따르면 이 시장은 3주 연속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경신, 14.7%로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어깨를 겨루는 대선 후보 빅3에 진입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지율 1위를 고수했지만 전주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20.8%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시장이 문 전 대표를 역전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문 전 대표에 비해 이 시장은 최근 호남에서 야권 주자들의 지지를 일부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에는 엄중한 시국에서 특유의 선동성 강경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낸 게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DB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DB

    문재인 전 대표는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이 시장에 견제구를 날리며 정부를 향한 강경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지지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고구마'로, 이재명 시장이 '사이다'로 불린다는 지적에 대해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탄산음료가 밥은 아니다.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인터넷 등에서 고구마는 '답답함'을, 사이다는 '선명하고 시원함'을 가리키는 용어로 통한다.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은 "목마르고 배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며 "목을 좀 축이고 사이다를 마신 다음 고구마로 배를 채우면 든든하게 열심히 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자신의 트위터에는 "사이다에 고구마를 같이 먹으면 맛있고 든든하다"며 "내가 아니라 우리가 이기는 게 먼저고 우리는 한 팀"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은 아주 좋고 기쁜 일로 야권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이라며 "사이다만 마시면 배가 고프니까 고구마도 함께 먹고 고구마만 먹으면 목이 메니까 사이다도 마시고 이렇게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야권 일각에선 개헌론과 제3지대론으로 문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6일 야권 내부의 이런 분위기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로 표현되는 그룹을 고립시켜 나머지가 연대해 게임을 반전시켜보자는 것은 전략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아니다"라며 "1990년 3당 야합이나 다를 바 없는 아주 정략적인 나쁜 정치"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하는 촛불 행사'에 참석해 "박 대통령은 탄핵안이 의결(가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며 '탄핵 후 대통령의 즉각 사임'을 주장했다. 헌정질서 위배 논란의 발언으로, 지지율이 역전 당하기 전에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조급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경 발언으로 지지율 급상승을 견인한 이재명 시장과 1위를 고수하기 위한 문 전 대표가 이른바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 당분간 격한 선명성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 전 대표에 대한 지지를 거둔 원조 친노(親盧)계 인사들이 이 시장 쪽으로 옮겨가는 이탈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뉴데일리DB



    이재명 시장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시장을 '제2의 노무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대세론의 주역인 이인제 후보를 꺾은 것처럼 이 시장 역시 문 전 대표를 넘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흙수저 출신으로 인권변호사를 거쳐 선명한 야성을 통해 진보층과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낸 이 시장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명 시장은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면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공약을 내걸며 문 전 대표와 차별화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시장이 그동안 무상 산후조리원, 청년 수당 지급 등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쳤다는 점은 경선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남아있다. 특히 대선 공약 과정에서조차 선심성 정책을 쏟아낼 경우 국가를 파산의 미래로 이끌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오래 전부터 불거진 형수에게 '쌍욕 전화' 등의 논란도 이 시장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촛불 정국 이후 검증 과정이 본격화되면 이 시장의 상승세가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리얼미터 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8명을 상대로 무선 전화면접, 스마트폰앱, 유·무선 자동응답을 혼용해 유선(15%)·무선전화(85%) 병행 임의걸기 및 임의스마트폰알림 방법에 따라 실시됐다. 응답률은 전체 11.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포인트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