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자유-보수-공화의 지평을 열어야

  • 탄핵이 가결될 가능성이 짙어졌다. 박근혜 시대는 어차피 역사로 넘어가고 있다. 이건 그를 찍었던 자유민주 보수 유권자들도 수긍하고 있는 일이다. 다만 한 쪽이 요구하듯 "당장 하야하라" 대신 "합헌적 절차에 따라…"라고 주장할 따름이다.

    탄핵 역시 합헌적 절차다. 그러나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그것이 헌법재판소에서 판가름 날 때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한 쪽은 이 시간도 못 기다리겠으니 당장 하야하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초법적인 발상이다. 그래서 야권에서는 이미 '시민혁명'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혁명'이라… 글쎄… 그런 건 헌법적 정권교체가 불가능한 북한 같은 데서나 있어야 할 일 아닌지?

    이런 갈등이야 여하튼 한국 자유민주주의 진영, 보수 세력, 비(非)좌파 세력으로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야 할 때를 맞고 있다. 

    진보-좌파는 과거 양날개론을 편 적이 있다. 보수만 있어가지곤 안 되고 진보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오히려 보수 쪽이 양날개론을 펴야 할 지경이 되었다. 그 만큼 보수가 괴멸되다시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수 없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있을 수 있을까. 일부는 새누리당사에 몰려가 당기(黨旗) 찢기 퍼포먼스를 하고, 그 당의 해체를 외치고, 전경련 해체를 외치기도 한다. 보수진영이란 걸 아예 깨버리자는 소리로 들린다. "보수를 태워버리자"는 외침도 들렸다.

    김정일에게 회담 값으로 4억5000만 달러를 보내주고, 북핵(北核)은 방어용이라는 주장에 일리 있다고 말하고,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하고, 북한 인권법안을 10년씩이나 묵히고 썩히면서 사드 배치는 죽어도 안 된다고 하는 세력만 달랑 하나 있어가지고는 1948년 8월 15일에 세운 대한민국이 과연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문제는 그런 보수 가치 자체는 필수불가결 하지만, 그 가치를 대표한다고 하는 정치 세력과 엘리트층이 때때로 도덕적 과오를 범한다는 사실이다. 그럴 때 일부는 "봐라, 저게 보수다, 그래서 보수는 마냥 나쁜 것이고 그래서 없애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곤 한다.

    그러나 특정 보수 정치 세력과 특정 보수 엘리트들이 타락한다고 해서 보수 가치 자체가 나쁜 것,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말할 양이면 노무현 대통령과 그 가족도 검은 돈 문제로 수사를 받아 노 대통령이 자살까지 했으니 그렇다면 "봐라, 저게 진보다. 그러니 저런 건 아예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해도 좋은가?

    한명숙도 돈 받았다는 게 대법원에서 확정됐으니 그가 대표했던 세력도 해체하라고 해도 괜찮겠는가? 부산 저축은행 사건은 또 어떻고? 왜 보수 정치 세력만 뭘 하나 잘못 했으면 송두리 째 없애버려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가?

    이래서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보수 세력은 이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넘어 새로운 논리, 새로운 비전으로 무장한 새로운 자유민주주의 보수 정치세력을 창출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죽어 그 무덤 위에 새 싹을 돋게 해야 한다. 죽는다는 것은 상징적인 표현이다. 새누리당 안과 밖의 ‘그래도 괜찮은‘ 요소들이 합해서 새누리당 비대위를 구성하고. 그 비대위가 새누리당 해체 절차를 밟아, 그 제로 베이스에서 광범위한 새 보수정당을 창출하는 방식은 어떨까?

    여기엔 물론 인물을 모으고 그것을 지도적인 팀으로 구성하는 문제, 개헌 문제, 차기 대선 관리 문제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 

    따라서 탁상공론은 금물이다. 다만 새로운 보수정치를 기획해야 한다는 당위와 필요 자체만은 절실한 과제로 다가온다.

    영웅은 없는가? 아니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뜻있는 자유민주 투사들은 없는가? 

    새누리당 안에서, 밖에서 투사와 전사(戰士)들이 출현해 구(舊) 보수를 뛰어 넘어 새로운 자유주의-보수주의-공화주의-세계시장-자유통일 정치세력을 창출하는 일대 바람을 일으킬 수는 없을까?

    위기는 기회다. 

    죽으면 죽으리라 하는 각오로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하다보면 그 구극(究極)의 경지에서 새로운 생명의 역사를 써나갈 수 있다.

    다 같이 용기를 !!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