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 조배숙 권은희 등 호남 비대위원 사임…탕평인사 기대"창당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좌클릭' 노선 변화도 감지
  • ▲ 국민의당 김동철 신임 비대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당 김동철 신임 비대위원장과 박지원 원내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이 160일간의 '박지원 비상대책위' 체제를 마무리 짓고 2기 '김동철 체제'를 출범시켰다.

    당의 위기상황에서 출범했던 박지원 체제가 당의 수습과 재건을 위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독주와 '원맨쇼'를 용인해왔다면, 2기 비대위는 그간 쌓여왔던 당내 불화를 해소하고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나흘 앞둔 상황에서 당력을 집중해 탄핵을 완수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김동철 신임 비대위원장은 5일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고 한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고 주어진 임기동안 국민의당을 여러분과 함께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동철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인준 후 인사말에서 "지금까지 박지원 위원장의 비범하고 출중한 능력을 바탕으로 당이 운영돼왔으나, 저는 그런 능력이 없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동철 위원장은 "우리 당은 38석 절대 소수정당이고 호남에 치우쳐있다. 무엇보다 원내와 원외의 화합, 호남과 비호남의 화합, 여성과 청년 등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며 "앞으로도 중앙위원들의 지혜와 역량, 고견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차질없이 치를 것"이라며 "그러기위해 오늘 구성되는 전대 준비위원회가 원만하게 활동하도록 당의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박지원 위원장이 당의 사령탑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직하고, 사무총장에는 유성엽 의원이 임명되는 등 당내 요직을 호남의원들이 맡게되자 당내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당초 김동철 위원장의 인준도 중앙위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당무위 선에서 해결하려했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를 지지하는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당헌에 위반된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김동철 의원의 중앙위 개최 요구에 이날 회의가 성사됐다. 

    박지원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맡았던 주승용·조배숙·권은희 의원 등 호남 의원들도 이날 박지원 위원장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2기 비대위원에서는 이들의 빈자리에 호남과 안철수계를 두루 기용하는 탕평인사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다만 탄핵정국을 앞두고 이뤄진 지도부 교체를 놓고 탄핵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맡기겠다는 박 대통령의 3차 담화문과 관련 박지원 위원장은 "무서운 공작정치다"라거나 "함정에 빠졌다"는 등 맹비난하며 일축한 반면, 김동철 위원장은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국회가 논의하자. 함께 책임총리를 논의하는 게 맞다"라며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기 때문이다. 

    김동철 위원장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듯 "국민의당이 국민의 지상명령을 받들어 탄핵을 최초로 주장했고 국면을 주도했다"면서 "먼저 당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박 대통령 탄핵을 성공시키겠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당의 급진노선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박지원 위원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 안보 측면에서는 '좌클릭'을 반복하며 중도보수층의 표를 잃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탄핵정국에서도 정국 수습을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민주당과의 선명성 경쟁에만 몰두했다는 시각도 있다. 

    거대양당체제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대안정당'을 내걸었던 국민의당이지만 박지원 위원장 체제가 길어지면서 이러한 창당정신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동철 위원장은 "창당한 당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창당초심을 잃지 않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민주개혁세력의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미약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