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朴 탄핵, 親朴 버티기에 비대위 올스톱…'분당' 마지막 자물쇠 깨졌다
  • ▲ 새누리당 6인중진협의체가 5일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비대위원장 논의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직후, 협의체에 참여했던 원유철·김재경·정우택·주호영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6인중진협의체가 5일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비대위원장 논의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직후, 협의체에 참여했던 원유철·김재경·정우택·주호영 의원(사진 왼쪽부터)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보수의 분열을 저지하던 마지막 자물쇠가 깨졌다. 새누리당의 분당(分黨)을 막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논의하던 6인중진협의체가 관련 논의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6인중진협의체 구성원 중 해외 체류 중인 나경원 의원을 제외한 김재경·주호영 의원(이상 비박계)과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이상 친박계)은 5일 오전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가진 뒤 "비대위원장 논의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원유철 의원은 "갑작스러운 사정 변경이 생겨 비대위원장 논의를 중단한다"며 "(중단 기간은) 무기한"이라고 설명했다.

    주호영 의원은 "탄핵 절차에 들어가면 상황 변동이 있기 때문에 지금 어떤 분을 선정해도 집행이 안 되거나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협상 결렬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지금 결정하는 것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후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6인중진협의체가 비대위원장 관련 논의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은, 전날 새누리당 비박계의 임시 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가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친박계 지도부의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취재진과 만나 "탄핵은 안 된다"며 "(비박계가) 탄핵에 들어가면 지도부 사퇴는 못하고, (21일에 사퇴하고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내세웠던 로드맵도 다 거둬들이겠다"고 주장했다.

    비박계는 친박계가 극렬히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향해 나아가고, 친박계는 비박계가 강력히 요구하는 지도부 총사퇴를 거부하고 나서면 그 끝은 뻔하다. 마주 달리는 두 열차의 종착역은 분당(分黨)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친박계 지도부가 사퇴 로드맵을 거둬들이면 어차피 비대위로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더 이상 친박계와 비박계 중진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비대위원장 인선을 논의할 실익도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어제 비상시국회의에서 탄핵 표결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당은 깨졌다"며 "모두가 분당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심전심으로 비대위원장 인선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일 6인중진협의체에서 압축한 비대위원장 후보인 김형오·박관용·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모두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한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주호영 의원은 "후보로 추천했던 4명께 모두 연락을 드렸는데 다들 비대위원장 자리를 고사했다"며 "어제(4일) 아는 분들이 연락을 드렸는데 다들 고사하셨다더라"고 전했다.

    당시 거론된 비대위원장 후보들은 최소 선수(選數)가 5선이다. 조순형 전 대표는 7선 의원이며, 박관용 전 의장은 6선, 김형오·정의화 전 의장은 각각 부산 영도와 중구에서 5선을 지냈다.

    노정객(老政客)답게 정치권의 기류 변화에 민감한데, 전날 비박계의 탄핵 참여 결정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이 어려워졌다는 점 정도를 인식하지 못했을 리 없다. 결국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6인중진협의체의 비대위 논의 전면 중단은 현실성 있게 다가온 분당 가능성 때문이지만, 논의의 전면 중단이 다시 분당 위기를 더욱 촉진하는 악의 순환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간 6인중진협의체는 당내에서 많은 기대를 받아왔다. 비대위원장 인선을 앞두고 폭넓은 당내 여론 수렴을 위해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했을 때에도, 이들은 딱히 특정인을 고집하기보다 "중진의원들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며 되레 빠른 결단을 당부할 정도였다.

    원유철 의원도 당시 "새누리당이 분열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새누리당을 혁신해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는 통합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하자는 관점에서 비대위원장 문제를 공감대를 가지고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비대위원장 논의의 중단은 '당이 쪼개지는' 분열의 위기를 막고 있는 마지막 자물쇠가 깨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보수정당의 분당을 저지하고 있던 마지막 버팀목이 사라짐에 따라, 분당으로 가는 문이 활짝 열렸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핵심관계자는 "이대로 비박계가 탄핵으로 가고, 격분한 친박계가 '당을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면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당이 쪼개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결국 보수정당의 분당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고 절망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