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 참석 비상시국회의 총회서 결정… 전원 찬성 표결시 이론상으론 탄핵 가결
  •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4일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비상시국회의 총회를 열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의견이 모였다. ⓒ뉴시스 사진DB
    ▲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4일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비상시국회의 총회를 열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관계없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의견이 모였다. ⓒ뉴시스 사진DB

    새누리당 비박계가 9일로 예고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로써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인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의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임시지도부 격인 비상시국회의 간사 황영철 의원은 4일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총회가 끝난 직후 브리핑을 열어 "여야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시점에 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오는 9일 탄핵 표결에 조건없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는 별개로 9일 표결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대통령으로부터 면담 요청이 오더라도 현재로서 만남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1일 의원총회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4월 퇴진과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이같은 당론을 기반으로 여야 협상을 진행해나가기로 의결했었다.

    하지만 이날 비박계가 비상시국회의 총회에서 9일 탄핵 표결 참여 입장을 밝힌 만큼 '4월 퇴진~6월 대선'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은 낮아지고, 대신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정지와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로 직행할 공산이 커졌다.

    황영철 의원은 앞서 비박계가 여야 협상의 시한으로 설정했던 7일 오후 6시를 가리켜 "비상시국회의는 마지막 남은 시간까지 여야가 최선을 다해 합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지만, 이러한 '촉구'가 갖는 정치적 영향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야 협상이 결렬돼도 비박계가 9일 표결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야당은 성심성의껏 협상에 임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여야의 협상 테이블로 나서게 되면 극단적인 친노·친문패권세력의 타겟이 될 가능성만 높은 상황이다. 당장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탄핵 이외에 새누리당과의 어떠한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도 의총에서 확정했던 당론이 사흘만에 사실상 깨진 것이나 다름없게 됨에 따라 협상력이 극도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결국 7일 오후 6시까지라는 협상 시한은 무의미하게 됐고, 정국은 8일 보고, 9일 의결로 예정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국면으로 직행하게 됐다.

    이로써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이후 탄핵과 '질서 있는 퇴진' 사이를 오가던 새누리당 비박계의 입장은 외견상 '탄핵' 쪽으로 재정리됐다. 이같은 입장 재정리가 이뤄지게 된 배경은 당권 이양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당의 쇄신을 결행하지 못한 채 시간만 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김재경·나경원·주호영 의원(이상 비박계)과 원유철·정우택·홍문종 의원(이상 친박계)으로 구성된 6인중진협의체는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김형오·박관용·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상정했으나, 당사자들의 고사 등으로 비대위원장 선임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이 공식적으로 정지되지 않고, 서청원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친박계의 조직력이 건재한 상황에서는 비박계가 당권을 넘겨받아 당의 인적 쇄신을 이끌기가 힘들다"며 "당권 이양이 생각대로 안 되고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일단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고 여당의 쇄신으로 가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비박계가 9일 탄핵 표결 참여로 입장을 재정리함에 따라 탄핵소추안의 의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탄핵안이 100% 의결된다고 장담하기는 아직까지 어렵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날 비상시국회의 총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은 29명이다. 이론상으로는 이날 집결한 의원들이 전원 표결에 참석해서 찬성표를 던진다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의결된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과 비교섭단체 야당 성향 의원, 그리고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용태 의원까지 172명의 의원이 표결시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 중에서 28명만 가담하면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비박계가 이처럼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영철 의원도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이 모두 (탄핵소추안 표결에)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에 탄핵가결 정족수는 충분히 채울 것"이라면서도 "탄핵안 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의원 개개인의 찬반 여부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권한이기 때문에 찬성할 것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이날 비상시국회의 총회에서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매우 지난했다는 점도 변수다. 내부에서는 격론이 오간 끝에 이렇다할 투표 없이 입장을 정리했는데, 최종적으로 발표된 입장에 반대하는 의견을 도중에 개진했던 의원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황영철 의원은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의견을 모을 때 이의 제기는 없었다"며 "사실상 만장일치라고 해도 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9일까지는 아직 닷새라는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정치적 유동성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이날 비상시국회의 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는 별개로 9일 표결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또한 이러한 비박계의 입장 재정리에 관계없이 이번 주중으로 4차 대국민담화를 결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3차 대국민담화가 비박계의 대오를 혼란에 빠뜨리고 정치지형을 요동치게 해 야권의 2일 탄핵소추 의결 계획을 무산시켰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이상의 입장이 담긴 4차 대국민담화가 이번 주중에 선제적으로 나온다면 또다시 어떠한 정치적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비상시국회의는 당의 공식적인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의결 결과는 당론도 아니고, 강제력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다시 한 차례 대국민담화를 하거나, 친박계가 당권을 내어놓고 2선 후퇴하는 등 주중에 정치적 변화가 있으면 비박계가 똘똘 뭉쳐 탄핵안에 일제히 찬성 투표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