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자체보다 사업 성과 경쟁 과열 탓" 지적
  • ▲ 지난 10월18일 준공된 제2 연구공간 건물. ⓒ울산과기원 제공
    ▲ 지난 10월18일 준공된 제2 연구공간 건물. ⓒ울산과기원 제공

    세계적 과학기술선도대학이라는 비전을 내건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이하 울산과기원)가 크게 어수선하다.

    국가 싱크탱크역할을 하는 과학기술원 전환 1주년을 갓 넘긴 지난 10월 중순 2단계 BTL(연구 공간 확충 임대형 민자 사업) 준공 이후 울산과기원 교수와 연구원들은 이사짐 나르기에 분주하다.

    민간투자비 2036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으로 부지 7만44㎡에 연구시설 7개동, 부속시설 5개동 등 연면적 10만8988㎡의 건물에 강의실 10개, 실험실 200여개가 새로 갖춰졌기 때문이다.

    정무영 총장은 이 사업의 준공을 두고 "제2의 개교에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울산시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울산과기원의 어수선함은 이같은 희망찬 변화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교수와 대학원생의 갈등 끝에 미래부의 감사를 통해 최근 비리 교수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에 앞서 올해 2월 처장급 인사에서는 핵심 요직 인사 번복 해프닝이 벌어지면서 실세 교수 논란을 낳은 데 이어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는 기술먹튀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올들어 1년 내내 학내는 흉흉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올해 봄 대학원생이 교수의 비리를 국가인권위에 투서하면서 시작된 A 교수의 납품비리 사건은 지난 10월 실시된 미래부 감사의 공식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교수는 억대의 화재 보험금까지 허위 청구한 혐의로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경찰의 수사를 받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 

    특히 울산과기원은 지난 2월 처장급 인사에서는 연구지원본부장의 인사를 며칠 사이에 번복, 주먹구구식 행정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학교 측은 기획처장과 연구지원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던 신현석 교수가 안식년을 맞이하자 연구처장이던 조재필 교수를 신임 연구지원본부장으로 임명했다가 사흘 만에 없던 일로 인사를 철회, 학내 구성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또 지난 9월 국감에서는 울산과기원이 2011년 민간 기업에 64억원을 받고 이전한 2차전지 관련 기술와 관련, 기술먹튀 논란이 제기됐다.

    울산과기원은 당시 울산지역 벤처기업에 2차전지 양·음극 활물질 양산 기술을 국내 대학에서 이뤄진 기술이전비로는 최대 규모인 64억원을 받고 넘겼다. 해당회사는 수년 내 1000억원 이상 수입 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한 울산과기원을 믿었다가 결국 상용화에 실패하며 폐업 위기를 맞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과기원의 이같은 비리 양상과 행정 난맥상은 '세계적 과학기술선도대학'이라는 목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연구진끼리 과열된 경쟁에서 비롯된 어두운 그림자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울산과기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대학이 과학기술원으로 바뀌고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성과 우선주의에 치우진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헤게모니 싸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최근의 여러 문제는 연구 자체보다 사업성과에 더 관심을 갖는 학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학교 홍보팀 관계자는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교수와 관련, "미래부 감사 결과를 최종적으로 받지 못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힐 내용이 없다"며 "미래부로부터 공식통보가 있으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과기원은 2007년 국내 최초 법인화 국립대학으로 발족된 뒤 2009년 개교한 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전신으로, 2015년 9월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는 과학기술원으로 승격됐다.

    울산과기원은 카이스트(KAIST), 지스트(GIST·광주과학기술원), 디지스트(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이은 국내 4번째 과기원으로, 다른 과기원과 달리 대학이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한 첫 번째 사례다.